3분기 가계 빚 1876兆 ‘역대 최대’… 주담대·가계대출도 줄줄이 최대 기록

박소정 기자 2023. 11. 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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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023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발표
가계 빚 전분기比 14兆 증가… 2Q 연속↑
“주담대 늘고 여행 등 신용카드도 많이 써”
가계대출 잔액 1759兆, 5개 분기 만 최대

3분기 우리나라 가계 빚이 약 1876조원을 기록해 1년 만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가계대출 잔액도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지속된 ‘집값 바닥론’ 심리에 부동산 거래량이 는 만큼 대출도 급증했고, 여행·여가 수요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이용액 등 판매신용도 세개 분기 만에 증가 전환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3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가계 빚) 잔액은 전 분기 말 대비 14조3000억원 늘어난 1875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두개 분기 연속 증가다. 증가 폭은 2021년 4분기(17조4000억원) 이후 가장 컸고, 잔액 규모 또한 지난해 3분기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우리나라 가계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이용액 등(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인 빚을 의미한다.

서울 시내 시중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뉴스1

가계 빚은 지난해 4분기(-3조6000억원)와 올해 1분기(-14조3000억원) 등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여 고(高)금리에 주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 2분기(9조5000억원) 증가 전환한 데 이어, 지난 분기에는 증가 폭을 더욱 키웠다.

가계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전 분기 말 대비 11조7000억원 증가한 175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8조7000억원)보다 증가 폭을 크게 키웠고,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을 상품별로 보면 주담대는 전분기 대비 17조3000억원 늘어난 104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분기 기록했던 역대 최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집값이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심리가 퍼진 여파로, 주택 거래량이 여전히 많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1분기 11만9000호 ▲2분기 15만5000호 ▲3분기 14만9000호 등을 기록했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 거래 대출을 신청한 이후 실제 시행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거래량 변화는 시차를 두고 대출 규모로 나타난다”며 “2분기 신고 거래 대부분이 3분기 대출에도 반영된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뿐 아니라 판매신용(결제 전 카드 사용액) 잔액도 세개 분기 만에 증가 전환해, 전체 가계 빚 증가에 가세했다. 전 분기 대비 2조6000억원 늘어 116조6000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다.

서 팀장은 “여행·여가 수요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이용액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집계 기간인 7~9월 여름 휴가철이 겹친 데 따라, 3분기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이 1분기(175조6000억원)·2분기(182조3000억원)보다 증가한 186조9000억원을 기록한 영향이다.

서정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한은 제공

가계신용·가계대출·주담대 잔액 등에서 연달아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번 3분기 결과를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한은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서 팀장은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금융시장의 자금 중개 기능이 제고되며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빚투·영끌이 확산했던 2020~2021년 분기 평균 30조원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서도 크게 높은 것은 아니며, 1년 전 대비 증가율로 보면 0% 초반 수준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은은 가계부채를 급격히 줄이는 것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점진적으로 하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앞으로 가계 빚 증가세는 좀 더 누그러질 여지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서 팀장은 “최근 주담대 금리 부담으로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고,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조치도 시차를 두고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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