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사랑해요" 한결같은 헌신…35년간 '어린 생명' 2만명 살린 서울아산병원

2022년, 여자아기 지구는 생후 13개월째 간이식 수술을 받고 소아중환자실(PICU)에 입원했다. 당시 코로나19(COVID-19)로 면회가 제한돼 병원 의료진은 보호자를 위해 매일 영상통화로 아이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던 중 지구의 어머니는 우연히 켜진 스마트폰 휴대폰 앱을 통해 병실에 누운 아이를 향한 의료진의 따뜻한 목소리를 들었다.
"너무 귀여워. 이거 누구예요? 이거 지구지? 지구 이거 기억나? 지구 아빠! 아빠! 지구 아빠 알아? 이거 지구지? 아빠랑 엄마가 지구 빨리 나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대 얼른 나아서 엄마 보러 가자 알았지?"
지구에게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말을 걸어주던 간호사가 "지구 사랑해요. 지구야 사랑해. 아구 이쁘다 우리 애기. 아구 이쁘다 사랑해"라며 수십 번 넘게 '사랑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모습에 지구 어머니는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는 다음날 "앱이 켜졌으니 꺼달라고" 병동에 전달했고, 중환자실 면회 통제가 풀리자 녹화한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의료진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구의 가족들은 이 영상이 올라온 SNS(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지금도 행복하고, 건강한 근황을 전하고 있다.

지구보다 작은 아이들에게도 의료진의 헌신은 계속된다. 288g과 302g으로 태어난 건우와 사랑이, 전 세계 단 6명만 진단된 선천성 소화기질환 신생아, 1030g으로 태어났지만 생후 5개월에 3.4㎏까지 자라 국내 최소 체중 간이식에 성공한 아이… 그 누구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던 작은 생명들이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62병상의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 중인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이 1989년 개원 이후 35년간 이른둥이와 선천성 기형을 가진 신생아 약 2만 명을 치료했다고 3일 밝혔다.
엄마의 뱃속에서 37주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은 '일찍 태어난 아이'라는 의미의 '조산아'로 불린다. 과거에는 '미숙아'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표현인 '이른둥이'로 바꾸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인 공식 명칭은 '극소저출생체중아'(1500g 미만), '초극소저출생체중아'(1000g 미만)이다.
이른둥이와 신생아 중환자는 작은 몸집과 미성숙한 생리적 상태 때문에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혈관이 작아 주사나 수술이나 투약 과정이 훨씬 까다롭고, 성인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상황도 치명적일 수 있어 더욱 세심한 모니터링과 관리가 요구된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이른둥이의 생존율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연평균 1500g 미만 이른둥이 약 130명이 치료받는데 생존율은 90%를 웃돈다. 1000g 미만 이른둥이도 연평균 약 60명으로 생존율 85%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출생체중 500g 미만인 아기들은 학계에서 용어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드물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5년간 35명의 500g 미만 이른둥이 중 23명을 살리며 66%라는 '기적의 생존율'을 썼다. 국내 평균 생존율 35%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이른둥이 치료의 선두 주자로 알려진 일본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른둥이뿐 아니라 선천성 질환을 가진 신생아도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입원하는 신생아 중 약 48%는 선천성 심장병을 포함해 위장관 기형, 뇌 및 척수 이상 등 선천성 질환이나 희귀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고도의 전문적 치료가 요구된다. 그중 1500g 미만 극소저출생체중아가 선천성 기형을 동반한 경우도 12%로, 국내 평균 4%의 세 배에 달한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 선천성 기형을 가진 신생아들이 많은 이유는 산부인과 태아치료센터를 통해 고위험 산모와 산전 기형 진단을 받은 태아들이 집중적으로 전원 돼 오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는 태아 단계에서부터 선천성 심장병, 선천성 횡격막 탈장 등 중증 기형을 조기에 진단하고, 분만 후 즉각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신생아과와 긴밀히 협력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아픈 아이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신생아과 및 소아심장과 전문의 13명, 전문간호사 4명을 포함한 120여 명의 간호사가 최적의 치료 방법을 모색한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상주하는 전담 약사, 전담 영양사, 모유관리인력이 중증 및 희귀질환 신생아에 적합한 맞춤 진료를 제공해 치료 효과를 끌어올린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1989년 18병상으로 시작한 이래, 점차 늘어나는 중증 신생아 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히 병상을 확충해왔다. 2018년에는 신생아과, 소아심장과, 소아심장외과, 소아외과가 함께 국내 최초로 신생아 체외막산소화술(ECMO) 전문팀을 운영하며 난치성 호흡부전 신생아를 치료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2023년에는 이른둥이, 발달 케어, 외과 질환 등에 따라 1·2·3중 환자실을 세분화해 운영함으로써 맞춤형 신생아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소아 환자 치료는 더 많은 자원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이를 위한 투자와 관심은 성인 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러한 한계를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의료진의 소명 의식과 헌신으로 극복하며 단순한 치료를 넘어 환아와 가족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병원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병섭 신생아과 교수는 "출생체중 500g 미만의 이른둥이 생존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은 경험이 풍부한 간호팀을 비롯한 의료진의 노력과 전임 교수님들께서 기초를 놓은 다학제 협진의 성과"라며 "고위험 신생아 치료가 지속해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꾸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향후 더 아늑한 진료환경에서 가족 중심 진료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태성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장은 "신생아중환자실은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이른둥이와 중증 신생아들이 건강히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은 작고 연약한 생명들이 존중받고 건강한 미래를 맞을 수 있도록 세심하고 따뜻한 진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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