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줄 몰랐다”… 의외로 1·2위 오른 한국 관광지, 지금 바로 떠나보자

한국을 찾는 여행자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지를 숫자로만 판단하던 시대가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다. 여행지의 인기는 방문객 수나 혼잡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실제로 그곳을 찾았던 사람들이 남긴 감정의 흔적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공개된 ‘한국관광지 500’ 프로젝트는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야놀자리서치가 미국 퍼듀대 CHRIBA 연구소, 경희대 H&T 애널리틱스 센터와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내 관광지 1만6745곳을 소셜 데이터로 분석해, 500곳의 ‘감성 기반 관광지 리스트’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단순 인기도가 아니라 체험·감정·만족도를 수치화한 새로운 평가 모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여행지를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감성 평가 모델’의 등장
여행 전문가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출처 : 게티 이미지

연구진은 그동안 한국의 관광 평가 체계가 ‘유명한 곳을 더 유명하게 만드는 쏠림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네비게이션 검색량, 관람객 수 등 양적 데이터는 빠르게 인지도를 끌어올리지만, 동시에 지역별 관광 격차를 더욱 벌려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튜브·인스타그램·블로그 등 주요 플랫폼에서 1년 동안 축적된 소셜 데이터를 수집했다. 여기에는 장소에 대한 여행자의 호감 표현, 사진 속 분위기, 경험담 같은 감정 신호가 포함된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언급량 50% △긍정 감성 비율 50%로 동등하게 반영했다.

야놀자리서치 장수청 원장은 “지금의 여행 시장은 개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단순 방문객 수만으로 인기 관광지를 정의할 수 없다”며 “여행자의 감정 반응을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1위 광안리, 2위 해운대… 자연·도시 조화 이룬 부산의 강세
한국관광지 1위 광안리 / 출처 : 게티 이미지

‘한국관광지 500’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곳은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이었다. 이어 해운대해수욕장, 롯데월드, 에버랜드, 경복궁 순으로 상위권을 형성했다.

상위 결과에는 자연경관형 관광지의 강세가 뚜렷하게 반영됐다. 전체 500곳 중 40%가 자연 자원 기반의 여행지였고, 역사문화형 36%, 엔터테인먼트형 24%가 뒤를 이었다. 광안리와 해운대가 나란히 최상위권에 오른 것은 해양도시 부산이 가진 풍경성과 도시적 활력이 여행자들에게 강하게 긍정 감정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지역별 구성도 흥미롭다.

• 서울은 경복궁·북촌·국립중앙박물관 등 역사문화형이 주를 이뤄 최상위권 비중이 높았다.
• 부산은 자연과 도시 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작동하며 경쟁력을 증명했다.
• 제주는 선정 관광지의 80%가 자연경관형으로 압도적이었다.
• 경기·인천은 신·구도심과 해양 관광이 조화된 ‘다층형 지역 구조’를 보여줬다.

‘핵심 도시–연계 도시’ 흐름을 다시 짜는 허브-스포크 전략
한국관광지 2위 해운대/ 출처 : 게티 이미지

이번 세미나에서 눈길을 끈 또 하나의 발표는 관광 네트워크 전략, 즉 ‘허브-스포크(Hub-Spoke)’ 모델이었다. 허브는 교통·문화·체류 인프라를 갖춘 중심 도시를 뜻하고, 스포크는 그 주변에 연결된 지역들을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관광 흐름은 제주를 제외하고 서울·경기권, 부산·경상권, 전라권, 동북권으로 구분되며, 각 권역마다 연계 강도가 달랐다.

서울은 춘천·인천 등으로 이어지는 강한 방사형 연결 구조를 나타냈고, 부산은 경주·울산·창원·거제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동남권의 관광 허브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을 보였다.

경희대 최규완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허브 도시가 여행 흐름을 설계하고 주변 도시가 그 흐름을 이어받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감성의 시대, 관광의 기준도 달라진다
한국관광지 2위 해운대/ 출처 : 게티 이미지

이번 ‘한국관광지 500’ 발표는 단순한 인기 순위를 넘어 여행자의 마음이 어떤 여행지를 선택하게 하는지를 본격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셜 데이터는 개인의 감정과 경험이 직접 반영된 기록이기 때문에, 앞으로 지역 관광 전략을 세우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놀유니버스 배보찬 대표는 “한국의 관광 경쟁력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었다”며 “지역에 흩어져 있던 매력 요소를 감정 데이터를 통해 재조명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여행지가 더 이상 ‘유명해서 가는 곳’이 아니라, ‘나에게 맞아서 가는 곳’으로 바뀌는 흐름. 이번 발표는 그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려주는 신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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