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철의 M&A 나침반] 투자 계약의 구조와 이해관계인에 대한 심층적 이해

신주인수계약, 신뢰·책임·리스크 공유 구조 설계하는 법적 기반

계약의 각 당사자가 부담해야 하는 책임 수준 정확히 인지해야

스타트업 등 회사가 투자를 유치할 때 회사는 일반적으로 투자자와 신주인수계약서(SSA)를 작성하고 합의해 투자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신주인수계약은 회사가 자본 확충을 목적으로 상환전환우선주나 전환우선주 등과 같은 신주를 발행하고 투자자가 이 주식을 인수하면서 투자금이 회사에 유입되는 구조를 가진다. 형식상으로 보면 단순히 회사와 투자자 간의 계약처럼 보이지만 실제 실무에서는 제3자가 신주인수계약의 당사자로 추가돼서 계약이 체결된다. 여기서 제3자는 '이해관계인(Keyholder)'으로 불린다.

이해관계인은 회사의 대표이사, 공동창업자, 주요주주 등을 말한다. 이들은 신주인수계약의 실질적 당사자로서 계약상 중요한 의무와 책임을 함께 부담한다. 신주인수계약의 이러한 구조는 주식회사의 기본 원칙인 '소유와 경영의 분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상법상 주주와 경영진은 명확히 구분된다. 주주는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의 방향성과 주요 결정을 의결할 수 있지만 일상적인 경영에는 관여하지 못한다. 경영은 이사회와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따라 투자계약상 책임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투자자가 신뢰한 창업자 또는 경영인이 투자 유치 후 회사 자금을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주요 정보를 은폐하거나 갑자기 회사를 떠나버린다고 해도 창업자나 경영인이 상법을 위반하거나 형사상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 이상 그에 따른 책임은 어디까지나 회사에 부담된다. 창업자나 경영인 개인이 계약상 별도의 보증이나 책임을 부담하지 않았다면 투자자가 실질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이처럼 경영 실패나 정보 은폐, 계약 불이행 등으로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을 때 회사라는 법인격 너머에 있는 실질적 결정권자에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가 투자계약 실무의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무에서는 신주인수계약서에 이해관계인을 계약 당사자로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주인수계약상 많은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보통 대표이사, 다수 지분을 보유한 창업주 또는 주요 경영상 판단을 하는 자들이 이해관계인에 해당된다. 이해관계인은 신주인수계약서에서 회사와 함께 진술과 보장을 하고, 특정 조항의 이행 주체로서 또는 손해배상의 책임 당사자로서 직접 서명날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조항에는 '회사와 이해관계인은 연대해 책임을 진다'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위와 같은 당사자 구조에서 신주인수계약서는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고 투자자가 신주를 인수하는 내용을 담은 부분이다. 회사가 발행하는 신주가 상환전환우선주인 경우에는 상환권, 전환권, 우선권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포함된다. 상환권, 전환권, 우선권에 대한 내용은 복잡하고 자세하기 때문에 계약서 본문이 아니라 별지로 기재되는 경우도 많다.

두 번째, 이해관계인을 당사자에 포함시킨 이유가 있는 부분이다. 투자자가 회사와 이해관계인에게 여러 가지 책임과 의무를 부담시키는 부분이다. 투자금의 용도 제한, 기술의 이전이나 겸업을 제한하는 내용, 임원 지명권, 경영 사항에 대한 동의권, 보고 및 자료 제출 의무, 기업공개(IPO) 의무 등을 규정한다. 또한 이해관계인의 주식 처분, 투자자의 우선매수권(ROFR), 공동매도권(Tag along),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 등 지분의 처분에 관한 사항, 위약벌이나 손해배상 의무 등을 아주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세 번째, 계약의 종료, 통지, 비밀유지, 지연배상, 세금, 준거법 및 분쟁해결 등 계약서에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일반 조항으로 구성된다. 거의 모든 신주인수계약에서 유사한 내용으로 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계약서에서 거의 유사한 내용으로 정하고 있는 일반 조항이기 때문에 사실 실무적으로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준거법과 관련해 한국에 소재한 회사에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증자 등기를 해야 하기도 하고 한국 상법에 따라서 신주를 발행하기 때문에 준거법을 대한민국법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이 신주인수계약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이해관계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두 번째 부분이다. 두 번째 부분이 너무 느슨하게 작성되는 경우에는 회사와 이해관계인이 회사 경영을 방만하게 하더라도 투자자가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여지가 없어진다. 반면 너무 빡빡하게 작성되는 경우에는 회사와 이해관계인에게 과도한 책임이 부담될 수 있다.

아래에서는 신주인수계약의 두 번째 부분에서 구체적으로 이해관계인에게 어떠한 책임과 의무를 정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회사의 이해관계인이 신주인수계약에 따라서 부담하게 되는 의무와 책임과 관련해 주요 조항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진술 및 보장 조항이다. 회사와 이해관계인은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회사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이러한 정보 제공(회사 및 이해관계에 대한 정보)이 진실하다는 점에 대해서 투자자에 대해 확약한다. 진술 및 보장 조항은 향후 회사 및 이해관계인에 대한 정보가 사실과 다르거나 누락된 정보가 있었을 경우 투자자가 회사와 이해관계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둘째, 경업금지 및 겸직금지 조항이다. 이해관계인은 일정 기간 동안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종에서 활동하지 않기로 확약하며 위반 시에는 일반적으로 위약벌을 부담한다.

셋째, 지분 처분 제한 및 우선매수권, 공동매도권 조항이다. 이해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 투자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고 타인에게 주식을 양도할 경우 투자자에게 먼저 매수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투자자에게 공동매도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이해관계인이 주식을 매도할 때 투자자가 이해관계인에게 투자자 본인의 주식까지 같이 매도하도록 강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조항은 회사 지분 구조의 안정성과 투자자의 지분 매각(Exit) 전략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이다.

넷째, 회사 및 이해관계인은 투자자에 대해 주요한 경영사항에 대해 사전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사회 구성, 정관 변경, 후속 투자(유상 증자), 주요 자산의 처분이나 채무 부담 행위 또는 이에 준하는 주요한 경영 사항에 대한 결정에 있어 회사 및 이해관계인이 투자자에 대해 사전 서면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조항은 투자자가 자신의 의사를 회사 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조항이다.

다섯째, 손해배상 및 연대책임 조항이다.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이 계약 조항을 위반했을 때 투자자는 그로 인해 입은 손해를 회사와 이해관계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후 회사와 이해관계인 간의 내부 구상관계는 별개 문제로 본다. 연대책임 조항은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최후의 안전장치이다. 회사를 상대로만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회사 운영에 관여한 자연인 즉, 이해관계인에게도 동일한 책임을 부과함으로써 손해배상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자본금이 적고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스타트업)의 책임 부담만으로는 실효적 구제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창업자나 경영진 개인 즉, 이해관계인까지 책임을 묻는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이해관계인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많은 스타트업은 초기에 법률 전문가의 도움 없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가 제공한 계약서를 표준계약서로 오인하거나 투자 유치에 급급해 불리한 조항에 대해 검토 없이 서명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이해관계인으로서 계약 당사자가 되는 것이 자신의 개인적 책임 확장을 의미한다는 점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조항들이 담긴 신주인수계약은 겉보기에는 회사와 투자자간 간 자금 거래의 문서일 뿐이지만, 실제로는 창업자 개인에게 막대한 법적 책임과 구속력을 발생시키는 사적 계약이다. 피투자회사의 이해관계인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다음과 같은 포인트를 체크해야 한다.

첫째, 이해관계인과 관련한 조항이 무엇인가? 그리고 누가 이해관계인으로 특정되어 있는가?

둘째, 이해관계인으로서 서명할 경우, 이해관계인 개인 책임이 발생하는 조항은 어떤 것이 있는가?

셋째, 손해배상 및 위약벌의 범위가 무과실 책임까지 포함하는가? 고의 또는 중과실인 경우에 한정된 것이 맞는가?

넷째, 경업금지, 지분처분 제한, 스톡옵션 등 향후 경영 및 인사 계획에 제약이 될 수 있는 조항은 없는가?

피투자회사 즉, 스타트업은 투자자가 항상 신주인수계약서의 내용대로 엄격하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믿고 싶어 한다. 실제로 많은 이해관계인들(창업자 등)이 "설마 투자자가 그런 조항과 관련된 권리를 실제로 행사하겠어?", "투자자도 스타트업을 믿고 투자한 거니까 이해해주겠지"와 같은 생각을 한다.

그러나 투자자는 해당 신주인수계약서를 기준으로 투자심의위원회나 개인투자조합이나 벤처투자조합, 펀드 등의 LP(유한책임조합원 또는 유한책임사원)에게 보고를 해야 하고 투자 이후에는 계약서 내용에 따라 관리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문제를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형사상 배임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피투자회사와 이해관계인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신주인수계약은 단순한 지분 거래를 넘어서 투자자와 이해관계인 사이의 신뢰, 책임, 리스크 공유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법적 기반이며 이러한 투자 구조의 중심에는 이해관계인이라는 명칭으로 상징되는 창업자의 법적 지위와 책임이 존재한다. 이제는 신주인수계약이라는 계약의 이름만이 아니라 그 내부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약의 각 당사자가 부담해야 하는 책임의 무게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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