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점령 나선 우버의 질주…공정위가 멈춰 세우나

허인회 기자 2026. 6. 22. 09: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달·호출 양대 시장 정조준…업계 1위 연쇄 인수전
공정위 “시장 전체 영향 봐야”…규제 문턱 넘을지 주목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글로벌 모빌리티 및 배달 플랫폼 공룡인 '우버(Uber)'가 국내시장의 핵심 인프라에 동시다발적으로 손을 뻗으며 대대적인 영토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부상한 데 이어, 택시 호출 플랫폼 점유율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확보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다. 그러나 우버의 한국 플랫폼 점령 시나리오가 계획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우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플랫폼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우버 테크놀로지스 본사 캠퍼스 건물 ⓒEPA 연합

우버, '직접 진입' 실패 딛고 '1위 흡수' 전략으로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매각 작업이 주관사인 JP모건의 주도 아래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예비입찰을 거쳐 숏리스트(본입찰 적격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인수 후보들은 최근 실사 절차에 착수했다. 구속력 있는 인수제안서(바인딩 오퍼) 제출 기한은 7월21일로 예고된 상태다.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희망하는 배민 매각가는 8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현재 본입찰 후보군으로는 우버를 필두로 네이버, 알리바바, 메이투안 등 국내외 굴지의 플랫폼 거인이 대거 거론된다.

특히 우버가 네이버와 '우버 80%, 네이버 19.9%' 지분율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추진한다는 합작설도 흘러나왔다. 네이버가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신고 의무 기준선인 20%를 밑도는 지분을 통해 당국의 규제 심사 부담을 회피하려 한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공시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우버가 최근 DH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배민의 단독 매각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버는 지난 4월에 이어 추가 매집을 단행해 DH 지분율을 36.83%까지 끌어올렸다. 앞서 성사되지는 않았으나 우버는 공개 매수를 통해 DH 지분 전체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파상공세를 고려하면 우버가 8조원을 들여 배민만 따로 사들이기보다는 DH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통째 인수'를 택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 경우 배민의 독자 매각 일정은 전면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네이버가 이미 다른 파트너와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우버의 시선은 배달앱을 넘어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로도 향해 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PEF)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은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착수한 상태다. TPG는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총 64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9%를 확보했으나, 기업공개(IPO) 지연과 경영권 매각 불발 등으로 번번이 엑시트 출구를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버가 경영권 인수확약서(LOC)를 제출하고 실사를 추진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TPG를 비롯해 칼라일 등 다른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을 더해 경영권을 전격 확보하려는 시도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우버 인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히 선을 그었지만, TPG의 자금 회수 압박이 한계치에 다다른 데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몸값(5조~6조원)을 감당할 수 있는 매수자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우버의 등판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우버가 한국 시장에 천문학적인 베팅을 불사하는 배경에는 과거의 뼈아픈 실패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우버는 2013년 카풀 서비스 '우버X'로 한국에 진출했으나 택시 업계와의 극심한 갈등 끝에 2015년 철수했다. 이후 2021년 SKT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와 손잡고 '우티(UT)'로 재진입했지만 카카오T의 철옹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야심 차게 선보인 배달앱 '우버이츠' 역시 배민과 요기요에 밀려 2019년 백기를 들었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현지 업체에 밀려 고전했던 우버는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바닥부터 가입자를 모으는 불리한 싸움 대신,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인프라가 이미 완성된 현지 1위 플랫폼을 빨아들이는 '우회 진출'로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실제로 우버는 최근 1~2년 새 튀르키예 배달 플랫폼 '트렌디올 고', 덴마크 택시 사업자 '단택시', 북미 주차 예약 플랫폼 '스폿히어로', 독일 프리미엄 호출 플랫폼 '블랙레인' 등을 잇따라 집어삼켰다. 배민과 카카오모빌리티 인수 시도 역시 이러한 글로벌 영토 확장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많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로터리를 배달의민족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역 앞에서 운송플랫폼 사업 브랜드인 카카오T블루 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 벌써부터 깐깐한 잣대 예고

관건은 우버의 거침없는 질주가 규제 당국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다. 인수 협상에 도달하더라도 공정위의 험난한 기업결합 심사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특히 배달과 호출 플랫폼이 하나로 결합된 초대형 '슈퍼 플랫폼'이 탄생할 경우,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와 배분 알고리즘이 독점돼 시장의 자율적 상호 견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정위 역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6월9일 우버의 움직임에 대해 "각각의 거래만 따로 보기보다는 국내 플랫폼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볼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혁신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엄정 심사를 예고했다.

과거 공정위는 DH가 배민을 인수할 당시 '요기요 매각'이라는 유례없는 조건부 승인을 강제한 바 있다. 그러나 우버가 국민 생활과 직결된 배달과 택시라는 양대 필수 인프라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현 상황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중대한 사안이다. 수수료 인상과 소비자 부담 가중이라는 명백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가 현미경 수준으로 깐깐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외 경쟁 당국이 제동을 건 사례도 있다. 2024년 대만 경쟁 당국(공평교역위원회)은 우버이츠가 대만 경쟁사 푸드판다를 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최종 불허했다. 합병 시 배달 플랫폼 점유율이 90%에 육박해 시장 경쟁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대 플랫폼 규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시장 판도를 송두리째 뒤흔들 슈퍼 플랫폼의 탄생을 당국이 순순히 용인할지 의문"이라며 "핵심 생활 인프라가 외국계 사업자에게 완전히 종속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정책적 판단에서 배제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고 짚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