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리 잃어가는 중고차 딜러들] 불꺼진 사무실엔 빈 책상만… "권리금 없어도 아무도 안와

<上> 제물포매매단지 가보니
중고차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은 약 240만대 규모로 신차(170만대) 시장의 약 1.4배 규모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하는 중고차 딜러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 소비자들의 불신, 경기 악화 등으로 생업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중고차 딜러들이 직면한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인천 미추홀구 제물포자동차매매단지 전경. 사진=김상윤 기자

"혹시나 고객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 인천시 미추홀구 제물포자동차매매단지 6층짜리 건물에서 A(53)씨는 홀로 기자를 맞이했다.

이곳은 현재도 중고차 매매상사의 간판들이 일렬로 붙어 있었지만 내부에 주차된 차량들은 한 대도 없었다.

대기업 진출 불신 불경기 '삼중고'
인천지역 중고차 매매업 사원 수
2021년 3천353→작년 2천544명
12개 인천조합도 현재 6곳만 남아

상호명만 남긴 채 불이 꺼진 매매상사 사무실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책상만이 남아있었다.

지난 2011년 개장한 제물포자동차매매단지는 1~2년 사이 딜러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 지금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 일했던 딜러 A씨는 현재 다른 매매단지로 자리를 옮겼지만 주기적으로 제물포자동차매매단지를 찾고 있다.

A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이 문 닫은 것을 모른다"면서 "이곳에 온 손님을 저희 매매상사로 데려가기 위해 다른 딜러들과 조를 짜 번갈아가며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고차 시장이 변하면서 딜러들이 떠나거나 아니면 투잡을 뛰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저 역시도 오후에는 배달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어 있는 제물포자동차매매단지 주차장. 사진=김상윤 기자
20년만에 판매실적 3분의1로 '뚝'
대출금 상환부담에 폐업신고 못해

같은 날 서구 엠파크타워에서 만난 딜러 B씨 역시 어려움을 토로했다. B씨는 "경기나 중고차 시장 상황이 안 좋아 떠나는 친구들이 많다"며 "죽지 못해 매매상사의 문을 열고 있는 딜러들도 대다수"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관리사업종사자 현황에 따르면 인천지역 중고차 매매업에 종사하는 사원 수는 2021년 3천353명, 2022년 2천758명, 2023년 2천544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엠파크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의 매매단지 조합으로 이뤄진 인천자동차매매사업조합(인천조합)도 어렵긴 마찬가지. 인천조합은 한때 12곳까지 있었지만 현재는 간석·주안·오토드림·인천교·일신·신부평 매매단지만이 남아있다.

인천조합에는 전체 136곳의 사무실이 있지만 현재 18곳의 공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고차 매매상사의 사무실은 한때 권리금이 5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권리금을 받지 않아도 공실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게 인천조합 측의 설명이다.

장현창 인천조합장은 "중고차 시장이 잘 나가던 2000년대 초중반에는 인천조합에서 1년에 10만대 정도 판매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3만대로 3분의 1 이상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고차 딜러 중에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폐업신고를 하면 사업자 대출금을 모두 갚아야해 울며 겨자먹기로 있는 딜러들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김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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