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진아, ‘더 글로리’ 영광은 감독 때문에 빛이 바랬구나[MD칼럼]

2023. 3. 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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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명동의 씨네톡]

연진아. 그동안 잘 지냈니. ‘더 글로리’도 이제 끝났구나. 너가 표독스러운 표정, 반성하지 않는 낯빛, 동은을 향한 증오로 신들린 연기를 할 때마다 시청자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어. 시즌1에서 범상치 않은 포스를 내뿜더니 시즌2에서도 만만치 않은 가증스러움으로 분노를 유발하더구나. 네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동은에겐 비수로 꽂혔어. 동은은 그 칼을 다 맞아가면서 고통을 되돌려줄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했지. 너가 가증스럽게 나올수록 화제성은 치솟았어. ‘더 글로리’ 시즌2는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에서 글로벌 3위를 기록했더라.

연진아. 너는 동은이가 치밀하게 파놓은 함정에 빠졌지. 동은은 바둑을 좋아했어. “침묵 속에서 죽을 힘을 다해서 싸우는게 좋아서요” 라거나 “내가 짜놓은 판에서 서서히 천천히 고통을 맛보다 죽게 될거야”라는 말은 너를 위한 거였지. 너는 그것도 모르고 천천히 말라 죽어갔지. 김은숙 작가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바둑돌을 놓았어. 학폭 가해자들이 도저히 빠져 나갈 수 없는 포석(중반전의 싸움이나 집 차지에 유리하도록 초반에 돌을 벌여 놓는 일)에 너는 꼼짝없이 걸려든거야.

연진아. 네가 악랄하게 동은을 괴롭혀서 그런지 ‘더 글로리’는 학폭의 대명사처럼 됐어. 실제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의 고등학교 시절 학폭 가해 사실은 대중의 치를 떨게 만들었어. 가해자는 법을 최대한 이용해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명문대에 진학했고,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을만큼 처절한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에 ‘현실판 더 글로리’라는 말까지 나왔으니까. ‘불타는 트롯맨’의 황영웅도 학창시절 학폭 문제에 발목이 잡혀 1등을 목전에 두고 하차해야만했지.

연진아. 그런데 시즌2가 공개된 지난 10일, 너를 유명하게 해주었던 안길호 PD의 과거 학폭 사실이 보도됐더구나. 안 PD는 처음에 “기억이 안난다”고 오리발을 내밀었어.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그는 “여자친구가 본인으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줬다”고 용서를 구했지. 학폭 가해자가 만든 학폭 드라마라니, 이렇게 인생은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어. 용두용미의 깔끔한 마무리도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어. 감독은 늦게나마 용서를 구했는데, 너는 그런 것 같지 않구나.

연진아. 너는 요즘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니?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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