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ENA 드라마 <클라이맥스>에서 하지원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동성 키스신부터 복수심에 휩싸인 인물의 복합적인 감정선까지, 데뷔 30년 차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원에게도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시작점이 있었다. 바로 2000년 개봉한 영화 <진실게임>이다. 많은 대중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지만, 하지원이 영화 배우로서 존재감을 처음 각인시킨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지금의 단단하고 세련된 이미지와 달리, 당시 그는 훨씬 거칠고 위태로운 매력을 지닌 인물로 스크린에 등장했다.

<진실게임>은 인기 가수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영화는 여고생 한다혜가 자신이 범인이라며 자수하면서 시작된다. 하지원이 연기한 한다혜는 단순한 소녀가 아니다.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팬클럽에 뛰어들고, 사건의 중심에 서며, 취조가 거듭될수록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내는 복합적인 캐릭터다. 순수함과 불안, 분노와 냉혹함이 뒤섞인 이 역할은 신인이 소화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하지원은 첫 영화부터 만만치 않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특히 안성기가 연기한 조 검사와의 심리전은 영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제 막 스크린에 발을 들인 신인이 국민배우 안성기와 정면으로 맞붙는다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하지원은 밀리지 않았다. 취조실 장면마다 이어지는 눈빛 연기는 작품의 긴장감을 끌어올렸고, 데뷔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담한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당시에도 하지원의 강렬한 눈빛과 도발적인 분위기에 대한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 작품이 지금 다시 언급되는 이유는 하지원의 연기뿐 아니라, 지금과는 다른 파격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평소 노출 연기를 기피하는 배우로 알려진 하지원이지만, <진실게임>에서는 교복 차림의 여고생 캐릭터를 연기하며 노출 장면도 소화했다. 여기에 동성애적 뉘앙스가 담긴 관계성과 성적 긴장감까지 표현하며, 신인으로서는 상당히 도전적인 선택을 했다. 대중이 기억하는 하지원의 대표작들과 비교하면 더욱 의외로 느껴지는 지점이다.

2003년 한 패션지와의 인터뷰에서 하지원은 자신의 눈빛에서 색기가 느껴졌다는 반응에 대해 당황스럽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단순히 외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배우로서 캐릭터가 지닌 분위기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진실게임> 속 한다혜는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미지가 뒤엉킨 인물이며, 하지원은 그 모호한 경계를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영화 자체도 꽤 문제적인 작품이었다. 인기 그룹 ‘듀스’ 김성재의 의문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알려진 <진실게임>은 스타와 팬덤, 그리고 그 이면의 추악한 구조를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냈다. 극 중 ‘촛불 파티’라는 설정을 통해 연예계와 권력, 미성년자를 둘러싼 착취 구조까지 건드리며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라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흔드는 심리극에 가까웠던 셈이다.


하지원은 이 작품을 발판 삼아 그해 <동감>, <가위>, 드라마 <비밀>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영화계와 방송계의 주목을 동시에 받았다. 데뷔작에서부터 이미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이후 액션, 멜로, 사극, 스릴러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갔다. 지금 돌아보면 <진실게임>은 단순한 출발점이 아니라, 하지원이 어떤 배우로 성장할지를 가장 먼저 예고한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클라이맥스>에서 또 한 번 낯선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지금, <진실게임>은 다시 꺼내볼 만한 작품이 됐다. 대중이 익숙하게 기억하는 하지원과는 다른 결의 거칠고 파격적인 에너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하지원을 만든 건 오랜 시간 축적된 스타성만이 아니라, 데뷔 초부터 주저 없이 도전을 택했던 배우로서의 근성이었는지도 모른다. <진실게임>은 그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오래된 출발점이다.
- 감독
- 출연
- 고가령,최유란,남윤정,류현경,오승은,오주이,손규식,이필혁,김기훈,송행기,고임표
- 평점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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