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병아리 최민호, 빛나는 초심…‘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커튼콜]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shinye@mk.co.kr) 2024. 9. 23. 17:3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 이 기사에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최민호는 지난 7일부터 공연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밸 역으로 출연 중이다.

90살을 앞둔 연륜 있는 배우 에스터(이순재)와 이제 막 연극 무대에 갓 데뷔한 햇병아리 밸(최민호)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에스트라공(신구)과 블라디미르(박근형)의 대역 배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공연 사진. 사진ㅣ파크컴퍼니
<공연리뷰> 햇병아리 최민호, 빛나는 초심…‘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 이 기사에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최민호(샤이니 민호)의 초심이 이랬을까.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는 햇병아리 밸을 연기하는 최민호의 모습은 맑고 순수하게 빛났다.

최민호는 지난 7일부터 공연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밸 역으로 출연 중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작품으로,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장의 분장실에서 주인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언더스터디(대역 배우) 에스터와 밸의 모습을 그린다.

90살을 앞둔 연륜 있는 배우 에스터(이순재)와 이제 막 연극 무대에 갓 데뷔한 햇병아리 밸(최민호)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에스트라공(신구)과 블라디미르(박근형)의 대역 배우다. 이들은 제2대기실에서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에서 사고가 나기만을, 그래서 자신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기다리는 ‘고도’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고도’를 이해하는 태도와 박식이 다르더라도, 에스터와 밸은 한 뜻으로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린다. 기다림으로 인해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중간에 무대를 포기할 뻔한 상황이 닥치기도 하지만, 결국 두 명의 배우는 또 다시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린다.

어렵고 이해하기 난해한 극을 직관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낸 것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강점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대표적인 부조리극으로,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기다리는 ‘고도’가 무엇인지 짐작조차할 수 없다.

반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기다리는 ‘고도’는 언젠가는 오르게될 ‘무대’, ‘무대’로 대변될 수 있는 누군가의 꿈이라는 걸 명확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고도’가 있다. ‘고도’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의 태도가 아닐까.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공연 사진. 사진ㅣ파크컴퍼니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공연 사진. 사진ㅣ파크컴퍼니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특별한 점은 최근 연극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정 페어’로 극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순재는 카이, 최민호와 곽동연은 박정복과 함께한다. 이순재, 카이, 최민호 페어는 연륜 있는 에스터와 햇병아리 밸, 곽동연, 박정복 페어는 젊은 꼰대 에스터와 늦깎이 신입 밸로 분한다. 같은 작품임에도 두 가지 설정을 선보이며 마치 다른 연극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만 89세로 대한민국 최고령 연극 배우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이순재와 이제 막 연극 무댕 데뷔한 최민호 페어의 조합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두 사람은 마치 에스터와 밸을 실체화한 것 같은 인물들이다. 이순재는 에스터의 입을 통해 최민호에게 ‘연기란 무엇인지’, ‘기다림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깊은 조언을 전한다. 무대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꽁꽁 무장한 채 연극 무대에 막 도전한 최민호는 대선배 이순재의 조언에 귀기울인다. 노련함과 순수함의 조합은 극에 생기를 더한다.

러닝타임 90분(인터미션 없음). 오는 12월 1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

Copyright © 스타투데이.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