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골든글러브 역사…52번째 황금장갑에 도전하는 김재환

[베팬알기] ⑯ KBO & 베어스의 골든글러브 역사 이야기

원년 최고 투수 박철순과 최고 타자 백인천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했다. 2024년 골든글러브에 도전하는 김재환(왼쪽부터). ⓒ두산베어스

2024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3일 삼성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다. 2일 투표인단의 투표가 마감됐으며, 수상자는 시상식 당일 발표된다. 골든글러브는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시상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KBO의 마지막 공식 행사다.

골든글러브는 KBO리그 출범 첫해인 198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43년째를 맞이한다. 올해는 과연 누가 영광의 주인공이 될까. [베팬알기-베어스 팬이라면 알아야 할 기록 이야기]는 골든글러브 시즌을 맞이해 KBO와 베어스 구단의 골든글러브 역사와 기록에 관해 살펴본다.

1982년 OB 베어스의 황태환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두산베어스

◆1982년 투수 골든글러브는 왜 박철순이 아닌 황태환이었을까?

1982년 11월 23일 롯데호텔에서 ‘프로야구의 밤’을 개최했다. 감독, 선수 전원 및 KBO와 구단, 미디어 관계자들을 초청해 프로야구 원년을 결산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이와 함께 골든글러브 시상식도 거행했다. 이것이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시초였다. 원년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명단을 확인해 보면 의문이 드는 부분이 꽤 많다. 우선 투수 부문 수상자가 OB 베어스의 좌완 황태환으로 돼 있다.

1982년 최고 투수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OB 베어스의 박철순. 팀당 80경기를 소화한 그해 22연승 신화와 함께 시즌 24승4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1.84, 승률 0.857의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최다승, 승률, 평균자책점 3관왕을 차지했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황태환은 원년에 27경기(선발 6경기)에 등판해 86.1이닝 6승5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OB 베어스의 원년 우승에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KBO 최고 투수로 보긴 어려운 성적이었다.

원년 최고 포수로 꼽힌 삼성 이만수, 원년 홈런왕에 오른 1루수 김봉연 이름도 없고, 지명타자 부문에 4할 타자(00.412) 백인천이 들어갈 법도 하지만 아예 수상자 명단에 없다.

이유가 있다. 당시 골든글러브는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는 오늘날과 달리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를 뽑는 시상식이었다. 투표가 아닌 수비율로 각 포지션별 수상자를 뽑았으니 논란의 여지도 없었다.

그 대신 당시엔 베스트10을 별도로 선정했다. 요즘의 골든글러브 개념에 가까운 건 오히려 베스트10이었다. 외야수 부문도 요즘처럼 뭉뚱그려 3명이 아니라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로 구분돼 있는 게 특징이다. 원년 베스트10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1983년 MVP를 수상한 삼성 이만수. 하지만 그해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는 베스트10 투표에서는 수상자로 선정되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삼성라이온즈

◆1983년의 수상자 논란…결국 1984년부터 ‘골든글러브’로 통합

1983년까지는 이렇듯 골든글러브는 수비상, 베스트10은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가리는 시상식으로 이원화했다. 1983년 두 시상식의 수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논란거리를 접하게 된다.

『최우수선수로 뽑힌 이(이만수)는 부상으로 1천만 원짜리 스텔라 승용차 1대를 받게 됐다. 그러나 최우수선수 이(이만수)가 베스트10에 들어가지 못하자 일부에서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매일경제 1983년 10월 18일자>

위 기사는 1983년 MVP와 신인왕, 각 포지션별 베스트10을 선정한 내용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총 12명이 참여한 투표(당시엔 언론사와 투표인단이 현재와 비교해 매우 적었다)에서 MVP를 차지한 이만수가 베스트10에 선정되지 못하자 논란이 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수비율로 선정한 골든글러브와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은 베스트10 수상자 이름을 보면 상당수 겹친다. 투수 장명부, 3루수 김용희, 유격수 김재박, 좌익수 김종모, 우익수 장효조 등 5명이 중복 수상을 했다.

만약 이만수가 포수 부문 베스트10에 뽑혔다면 6명의 이름이 중복될 뻔했다. 당시 투표에 참여한 기자들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상을 배분하는 일이 많았다. 이만수가 MVP도 받았으니 베스트10 포수 부문은 해태 김무종에게 투표를 하는 식이었다.

1984년 MVP 투표는 더 대표적인 나눠먹기 사례로 남아 있다.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페넌트레이스 MVP와 한국시리즈 MVP를 순차적으로 투표했는데 27승을 거둔 롯데 최동원이 정규시즌 MVP로 확정되자 이어 진행된 한국시리즈 MVP 투표에서는 “한 사람에게 몰아줄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어느 고참기자의 제의에 롯데 유두열에게 돌아갔다.

최동원은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기록하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겼다. 유두열은 7차전에서 3-4로 뒤진 8회초에 극적인 역전 결승 3점홈런을 날려 롯데 우승을 만들긴 했지만 21타수 3안타(타율 0.143), 1홈런, 3타점이 전부였다.

롯데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올렸지만 MVP를 유두열에게 양보해야만 했다. ⓒ롯데자이언츠

6개 구단밖에 없던 리그에서 수비율로 뽑는 골든글러브와 베스트10의 수상자를 뽑자 중복 문제가 발생하고, 그게 아니면 나눠먹기식 투표가 이뤄졌다. 상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당시 팀 수와 선수층을 놓고 보면 많아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1984년부터는 두 상을 통합해 ‘골든글러브’로 시상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골든글러브는 이렇게 탄생하게 됐다.

그런데 명칭을 두고 지금도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왜 골든글러브(Golden Glove)를 주느냐”, “지명타자는 수비도 하지 않는데 왜 글러브가 들어가느냐”는 식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수에게 ‘골드글러브(Gold Glove)’를 주고, 포지션별 최고 타자에게 ‘실버 슬러거(Silver Slugger)’를 시상하는데 KBO리그는 명칭부터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타격 성적이 더 많이 참고되니 성격적으로 보면 ‘골든 배트(Golden Bat)’가 더 어울린다는 얘기다.

사실 1984년 두 개의 상을 통합하면서 상 이름을 ‘베스트10’이라고 정했다면 지금도 명칭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엔 야구 경기를 상징하는 의미로 상 이름에 ‘글러브’를 넣었다.

이미 40년 넘게 써온 ‘골든글러브’ 명칭을 바꾸는 건 상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역사성과 일관성 측면으로 볼 때 쉽지 않은 문제다. 골든글러브 명칭에 대해선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83년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OB 베어스 신경식. 키 188cm의 큰 키에 다리를 쭉 찢어서 내야수의 송구를 받는 수비가 일품이었다. ⓒ두산베어스

◆베어스 골든글러브 수상의 역사

KBO리그는 지난해까지 42차례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개최했다. 역대 수상자 명단을 살펴보면 베어스 구단 소속 선수가 황금장갑을 가져간 것은 총 51개로 집계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수비율로 시상한 1982년과 1983년까지 포함한 숫자다. 원년에는 투수 황태환 1명이었고, 1983년에는 1루수 신경식과 중견수 박종훈 2명이 포함됐다. 총 3명이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요즘의 골든글러브와 개념이 비슷한 ‘베스트10’ 수상자 숫자를 바꿔봐도 51개로 똑같다. 원년 베스트10에 3명(투수 박철순, 2루수 구천서, 우익수 윤동균)이 뽑히고, 1983년에는 수상자가 0명이었기 때문이다.

OB 베어스 시절의 김광림. 1993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지만 시상식 직전 쌍방울로 트레이드되면서 소속 구단은 쌍방울로 표기됐다.

◆골든글러브 암흑기 그리고 김광림 트레이드

위의 역대 수상자 명단에서 보듯, 베어스 역사에는 한동안 골든글러브 암흑기가 있었다. 1982년부터 1985년까지 매년 1명 이상의 수상자를 내놓다가 1986년부터 1994년까지 9년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들러리를 섰기 때문이다.

그 사이 팀 이적 문제로 공백이 길어진 측면이 있다. 1993년 김광림은 OB 베어스 소속 선수로 활약하면서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게 됐지만, 시상식(12월 11일) 직전인 11월 23일 쌍방울 레이더스로 트레이드되는 일을 겪었다. OB는 쌍방울 투수 강길용을 데려오기 위해 김광림과 최동창을 내주는 2대1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당시 골든글러브 수상자 소속팀 표기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이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전 소속팀 선수로 표기하는 게 맞다. 하지만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가 전 소속팀 선수로 호명되면 수상자도, 꽃다발을 전달하는 구단도 어색해진다는 주장이 일면서 새로운 소속팀으로 표기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그해 김광림뿐만 아니라 3루수 부문 수상자 한대화도 마찬가지였다. 해태 타이거즈와 LG 트윈스는 12월 4일 2대2 빅딜을 했다. 해태의 해결사 한대화와 좌투수 신동수가 LG로 가고, ‘미스터 LG’ 김상훈과 ‘그라운드의 개그맨’ 이병훈이 해태 유니폼을 입는 충격적인 트레이드가 펼쳐졌다. 결국 그해 3루수 부문 수상자도 ‘해태 한대화’가 아닌 ‘LG 한대화’로 호명됐다.

다시 말해 시즌 종료 후 팀 이적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면 현 소속팀으로 표기되는 최초의 사례가 이때 만들어졌다.

활약팀과 수상팀이 다른 사례는 지금까지 총 10차례. 김광림과 한대화는 트레이드로 인한 팀 이적이었고, 그 이후 8명은 FA(프리에이전트)로 이적한 케이스였다.

1995년 OB 베어스 골든글러브 수상자. 왼쪽부터 이명수, 김형석, 김민호(대리수상), 김상호. ⓒ두산베어스

◆두산 시대, 골든글러브의 황금기

OB 베어스 시절만 놓고 보면 구단 역대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1995년, 골든글러브 수상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해를 만들었다. 2루수 이명수와 유격수 김민호 키스톤콤비, 외야수 김상호, 지명타자 김형석 4명이 황금장갑을 받았다.

이들 개인적으로도 생애 첫 수상의 기쁨을 누렸지만, 구단으로서도 9년 연속 무관의 설움을 떨쳐내면서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수상자 배출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그 이후 OB 시대의 마지막 해인 1998년까지 또 다시 골든글러브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가장 억울했던 해는 1998년이었다. 정규시즌 MVP에 오른 타이론 우즈가 1루수 부문에서 99표에 그쳐 삼성 이승엽(132표)에게 뒤지는 투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첫해. 이방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더욱 강했던 시절이다.

V3를 달성한 2001년 두산은 다시 4명의 황금장갑을 가져갔다. 왼쪽부터 2루수 안경현, 외야수 정수근과 심재학, 포수 홍성흔.

OB 베어스 시절엔 총 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1999년 두산 베어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골든글러브 수상도 전환점을 맞이한다.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2년 동안 두 해(2002, 2006년)만 수상자가 없었을 뿐 황금장갑의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았다.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한 2001년(포수 홍성흔, 2루수 안경현, 외야수 심재학 정수근)과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2007년(투수 다니엘 리오스, 2루수 고영민, 3루수 김동주, 외야수 이종욱)에는 4명씩의 수상자를 내놓았다.

2014년 양의지의 수상을 시작으로 또 다른 황금기가 열렸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궤적에 맞춰 무더기 수상자가 나왔다. 2015년 3명에 이어 2016년과 2018년에는 4명씩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베어스 구단 역사에서 한 시즌 4명이 최다 수상 기록. 이를 넘어선 해는 없었다.

특히 의미가 큰 것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두산 선수가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는 점이다. 6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자 배출 역시 현재까지 구단의 신기록 행진 중 하나다.

OB 베어스 시대 17년 동안 총 9개(연평균 0.53개)의 황금장갑을 받았다면, 두산 베어스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25년간 42개(연평균 1.68개)의 골든글러브를 수집했다.

양의지가 2023년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양의지는 두산 소속으로만 6번째 황금장갑을 수상해 구단 역사상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두산베어스

◆베어스 구단 황금장갑은 51개…최다 수상은 양의지의 6개

앞서 설명했지만 베어스는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1개의 골든글러브를 가져갔다. 구단별로 보면 삼성이 71개로 가장 많고, 타이거즈(해태~KIA)가 69개로 뒤를 잇는다. 베어스의 51개는 3위에 해당한다.

이어 LG(MBC 시절 포함)가 48개, 롯데가 46개, 한화(빙그레 시절 포함)가 32개를 받아갔다. 현대 유니콘스(삼미~청보~태평양 시절 포함)는 29개, 히어로즈는 28개, SSG(SK 시절 포함)는 16개의 황금장갑과 인연을 맺었다.

2010년대에 창단한 후발주자 NC와 kt는 지난해까지 각각 14개와 7개의 골든글러브를 쌓았다. 쌍방울은 8개의 황금장금을 품에 안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KBO 골든글러브 역사에서 개인 황금장갑 최다 수상자는 이승엽 현 두산 감독이다. 삼성 시절 무려 10차례(1루수 7회, 지명타자 3회)나 수상했다.

뒤를 이어 두산 양의지가 9회를 기록 중이다. 양의지는 포수로 8회 수상했으며 2021년에는 NC 소속으로 지명타자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양의지는 두산 소속으로만 6차례(2014~2016년, 2018년, 2022~2023년) 황금장갑을 받아 구단 역사상 최다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상 여파가 컸던 올해는 아쉽게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해 이승엽의 10회 수상 기록은 단독 1위를 유지하게 됐다.

베어스 소속 선수 중 골든글러브 수상 역대 2위는 2명인데 김동주(2000년, 2003년, 2007년, 2008년)와 김현수(2008~2010년, 2015년)가 4회 수상했다. 안경현(2001년, 2003년, 2005년)과 이종욱(2007년, 2008년, 2010년)은 3회 수상자로 뒤를 잇는다.

2024년 부활에 성공한 김재환은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 수상에 도전한다. ⓒ두산베어스

◆김재환, 베어스 역사상 52번째 황금장갑 도전

2024년 골든글러브 포지션별 후보를 놓고 보면 객관적인 성적상 올해 두산 베어스는 다소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포지션별 후보자도 4명뿐이다. 투수 곽빈, 1루수 양석환, 2루수 강승호, 지명타자 김재환이 이름을 올렸다.

그중 수상 가능성이 있는 후보는 지명타자 부문의 김재환이다. 김재환은 13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9, 134안타, 29홈런, 92타점, OPS 0.893(출루율 0.368+장타율 0.525)으로 지난해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두산 역대 왼손타자 최초 잠실 통산 100홈런도 돌파했고, 통산 250홈런과 900타점도 넘어섰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는 이승엽 감독과 1대1 훈련을 하고, 비활동기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강정호와 함께하며 재기 의지를 다졌는데 그런 노력의 결실을 얻었다.

2024년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 후보 중에서 김재환의 경쟁자로 꼽히고 있는 최형우. ⓒKIA타이거즈

하지만 경쟁자들이 만만찮다. KIA 최형우는 116경기에 나서 타율 0.280, 119안타, 22홈런, 109타점, OPS 0.860(출루율 0.361+장타율 0.499)의 성적을 올렸다. 역대 최고령 한 시즌 100타점 기록을 새로 쓰면서 최고령 올스타전 MVP, 한국시리즈 우승 등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백호는 144경기에 모두 출전하면서 타율 0.289, 26홈런, 96타점, OPS 0.840(출루율 360+장타율 0.480)을 기록했다. 개인적으로 홈런은 신인 시절이던 2018년(29홈런) 이후, 타점은 kt의 우승 시즌이던 2021년(102타점) 이후 가장 좋은 숫자를 찍었다. 포수로 변신하는 등 기록에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도 높았다. 다만 포수 부문이 아니라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가리는 후보여서 포수로서의 가산점을 기대하는 건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스태티즈 기준 wRC+(파크팩트가 반영된 조정득점창출력)를 놓고 보면 김재환은 132, 최형우는 119, 강백호는 112.3으로 집계돼 올 시즌 객관적인 성적 면에서는 김재환의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수상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최형우는 갖가지 역대 최고령 기록을 새롭게 쓰고 있고,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프리미엄의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는 이미 끝났다. 김재환이 수상에 성공한다면 개인적으로는 3번째 황금장갑이다. 2016년과 2018년에는 외야수 부문에서 수상했다. 지명타자로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재환이 수상자가 된다면 두산은 2018년 이후 7년 연속 수상자를 배출하게 된다. 구단 역사상 52번째 황금장갑 수상이다. 그렇지 않다면 반대로 2017년 이후 7년 만에 무관이 될 가능성도 있다. 두산 팬들이 13일 개표 결과를 더욱 기다리는 이유다.

2023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영광의 얼굴들.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와 외국인 1루수 오스틴 딘은 시상식에 불참해 기념촬영을 함께하지 못했다. ⓒ두산베어스

이재국

야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야구덕후’ 출신의 야구전문기자. 인생이 야구여행이라고 말하는 야구운명론자.

현 스포팅제국(스포츠콘텐츠연구소) 대표

전 스포츠서울~스포츠동아~스포티비뉴스 야구전문기자 / SPOTV 고교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