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없이 폭탄·아수라 레바논서 안전 대한민국 오게 한 정부에 감사… 무박 38시간 97명 교민철수작전 성공

정충신 기자 2024. 10. 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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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지상작전이 진행 중인 레바논에 체류하던 교민 김서경씨와 두 딸이 5일 오후 군수송기인 KC-330을 타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환영 나온 김선호 국방부 차관과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등 정부·군 관계자들과 하이파이브 하는 등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귀국 교민들 “밤낮 폭탄 떨어져 무사히 올수 있어 너무 감사...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럽다”

이재용 신속대응팀 단장 “교민 태운 버스 공항 도착 직전 검은 연기 피어올라 우회해 왔다”

“눈물이 난다. 밤낮 가리지 않고 폭탄 떨어지는 곳에서 이렇게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무사히 올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

폭탄과 화염이 쏟아지는 아수라 전쟁터 레바논의 베이루트 공항에서 교민들을 구출하려 간 공군의 다목적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타고 16시간 비행 끝에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무사히 안착한 뒤 트랩을 내려온 레바논 교민 정양희(70·여)씨는 취재진과 인터뷰 도중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다”며 감격해했다.

두 딸(6세·4세)과 손잡고 가장 먼저 트랩을 내려온 교민 김서경(39·여)씨는 “ 밤낮 없이 폭탄이 떨어지는 레바논에서 한국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 다행이며 포격으로 집이 흔들리기도 하고 잠도 잘 못잤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럽다.정부에서 수송기를 보내준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딸은 A4 용지에 “사랑해요 군인님. 우리는 괜찮아요. 우리를 구해주러 와서 고맙습니다.’고 적힌 손편지를 들어보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딸 김아라양은 ”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레바논 교민과 가족들이 5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 군 수송기 트랩에서 내려 환영나온 정부^군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교민과 가족 97명을 태운 다목적 공중급유기 KC-330 시그너스는 이날 낮 12시15분경 서울공항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낮 12시50분경 무사 착륙한 뒤 활주로를 한바퀴 빙 돌아 오후1시쯤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KC-330과 함께 조를 이뤄 함께 투입된 C-130J 슈퍼 허큘리스는 서울공항에 오지 않고 김해공항으로 바로 귀환했다.

공군은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경제·안보회의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 철수를 위해 군자산 즉각 투입을 지시한 직후 지난 3일 2대의 군 수송기가 김해공항을 출발해 이날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무박 38시간의 작전을 펼쳤다.

서울공항에는 김선호 국방부 차관과 강인선 외교부 2차관,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귀국 현장을 찾아 한국에 도착한 교민들을 반겼다. 교민 가족과 지인 등 49명이 활주로로 들어가 가족친지들을 환영했다.서울공항 근무 공군 장병들은 ‘우리 교민들의 안전귀국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교민들을 반겼다.

오후 1시5분경 KC-330 문이 열리고 하나둘 트랩에서 내리기 시작하자 국방부·외교부 당국자들과 가족, 지인들이 박수를 치며 무사귀국을 환영했다. 교민들은 밝은 표정으로 수송기에서 내렸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5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한 레바논 교민 가족들이 군수송기에서 내리자 가족·친지, 정부관계자들이 손을 흔들며 반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아내와 딸과 함께 트랩을 내려온 이국희 (31)씨는 ”가족과 함께 레바논 자흘레라는 지역에서 한 4년정도 살았다. 시리아 난민들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며 ”지금 갑작스레 이런 일들이 촉발이 되면서 제가 이제 어떻게 오도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이번주 수요일에 군용기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대사관에서 많이 도와주셨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씨는 ”최근에 저희 집 인근에 미사일이 계속 떨어지고 해서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아무래도 폭발로 땅이 흔들리고 소리도 굉장히 크다 보니까 위험하다는 인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흘레에서 베이루트까지 1시간 정도 걸렸다. 대사관에서 차량을 제공을 해줬고, 현지 경찰들도 도와줘서 무사히 도착했다. 공항까지 다행히 위험했던 순간은 없었다. 군용기를 처음 봤을 때 조국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며 ”사실 제 모든 생활 기반 같은 게 레바논에 있다 보니 한국에 오면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감사하고, 귀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으로 너무 급작스럽게 돌아왔다. 귀국하는 데만 집중했고 이제 한숨 돌리면서 뭘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지역 상황이 빨리 호전돼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일단 지켜봐야 할 것같다“며 ”사실 레바논은 늘상 위험한 곳이다 보니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대처를 한다“며 ”현지인들은 오히려 저보고 빨리 귀국하라고 걱정도 해주고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일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민 선교사 A(61) 씨는 ”레바논 현지는 밤낮 가리지 않고 폭탄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제가 선교활동하는 곳은 기독교 지역에 있어 그나마 안전했다“며 ”이스라엘군 행보가 지금 심상치 않아 대한민국에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저희를 군 수송기로 급하게 귀국시키는 상황에서도 군인들이 친절하고 세심한 배려를 했다“며 ”전문적인 케어를 잘해 줘서 모든 교민들이 편안히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베이루트 집에서 공항까지 15분 거리인데 안전한 지역으로 우회해 30분 걸려 군 수송기까지 탑승했다“며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하며 이렇게 환영식까지 해줘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K-330 시그너스 조종사 박성태 소령은 ”재외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뜻깊게 생각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제 평화 유지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라면 그 어떤 순간에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준비 태세와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공군 본부와 국방부 그리고 외교부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외교부 신속대응팀 단장은 ”이번에 97명의 우리 국민이 안전하게 한국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우리 용맹한 공군 등 국군과 대사관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외교부의 최정예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이 아주 조화롭게 팀을 이뤄 임무를 수행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 국민이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해 교민들을 맞으러 밖으로 나갔을 때 이들을 태운 버스 뒤쪽으로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며 ”그래서 이곳이 안전하지 않은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저희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공군 그리고 대사관 직원들은 의연하게 국민들을 공항 안으로 안내하고,신속하게 출국 과정을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번에 철수시킨 국민 97명 가운데 미성년자가 30%가 넘는다. 트랩에서 내려오신 것을 보셨을 때 우리 영유아 아동들도 같이 있었다.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철수를 지원했던 사람들이 굉장히 어린 국민들이 많이 있어서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도 현장에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공군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 총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줬기 때문에 고맙게 생각하고 그동안의 노력과 열정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며 ”준비한 만큼 성과가 있었고 자부심을 가질만하다.어떤 임무가 주어지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정신 자세와 대비 태세를 갖춰주기 바란다. 정말 고생했다.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서울공항(성남)= 국방부 공동취재단,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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