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공실률 14.44%
임대료 여전히 높아
정부, 대책 마련 나서
한때 ‘밤의 성지’로 불릴 만큼 주목받았던 이태원의 상권이 무너진 가운데 매출마저 감소해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과거 핼러윈 명소로 인기를 끌었던 이태원은 참사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보였다. 핼러윈이 포함된 시기의 방문객과 매출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2년이 넘었지만, 이태원 상권은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이태원 상권을 방문한 사람은 총 35만 5,502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 같은 달(36만 6,050명)보다 약 3% 줄어든 수치다. 이에 상권에서 발생한 매출도 같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태권 상권에서 발생한 매출은 177억 원에서 169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약 5% 하락한 수치다. 해당 금액은 신용카드 및 현금 결제액을 통해 집계된 수치이며 호텔이나 편의점, 제과점 등 프랜차이즈 직영점의 데이터는 제외된 추정 금액이다.

이태원의 침체는 상가의 공실률에서도 드러났다.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중대형 상가 공실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태원 공실률은 14.44%로 집계되었다. 이는 강남과 강북의 주요 상권으로 꼽히는 종로(7.73%), 압구정(2.79%), 홍대·합정(10.59%)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이태원은 최근 몇 년간 공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온 강남대로(12.55%), 신사역(14.27%), 명동(11.24%), 신촌·이대(14.27%) 상권보다도 높은 공실률을 보였다.
이태원의 공실률은 작년 3분기와 4분기에 19.91%를 기록한 것에 비해 다소 개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 15%에 가까운 높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어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높은 임대료도 상권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중대형 상가 임대료 따르면 올해 1분기 이태원 상가의 임대료는 1㎡당 5만 7,000원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신촌·이대(5만 8,000원)와 비슷한 수치로 잠실·송파 (4만 9,000원), 왕십리 (4만 5,000원), 양재역 (4만 2,000원) 보다 비싸다. 임대가격지수도 지난해 2분기(100) 기준 올해 1분기 100.9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100.5)도 웃도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이태원 상권 건축물들의 특성도 상가 공실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증축 건축물이 밀집한 이태원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업종인 옷 가게 등이 이행강제금을 부담하면서도 영업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상권 침체가 이어지자 이런 판매 업소들도 점차 영업을 중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행강제금은 공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경우 의무자에게 강제금을 부과하여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의무 이행을 간접적으로 확보하는 행정상 강제집행을 의미한다.
헤럴드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한 이태원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철문으로 증축돼 도로 앞부분까지 튀어나온 무허가 건축물이 많은데 그런 곳에서는 판매시설만 입점할 수 있고 나머지 모든 사업은 입점이 어려운 구조다”라며 “대로변 한쪽이 이런 형태가 많아 장사를 새롭게 시작할 만한 자리가 마땅치 않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태원을 비롯한 서울시 내 상가 공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들이 대책의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장기화한 경기 침체로 인해 강남과 이태원 등 서울 주요 상권에서도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서울시와 국토부는 상가 건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용도 변경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주거 공간의 비율을 줄이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둔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해당 조례안은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김길영 의원(강남 6)이 대표 발의했으며 제33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례안에는 상업지역 내 주거 복합건물의 비주거 비율을 기존 20%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는 현재 경직적인 용도 체계와 관계 법령상 규제로 인해 상권 수요와 공급 간 부조화가 발생해 왔던 점을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둔 것이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조례안을 발표하면서 서울시에 이어지고 있는 공실 문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업계 전반에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을 두고 “상가 축소 문제와 주택 공급 확대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근본적인 상권 분석과 활성화 방안이 함께 마련되지 못할 경우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는 개선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로 보인다.
이러한 의견이 제기되자 한 전문가는 “빈 상가를 리모델링한다면 주거 용도로만 바꾸는 등 특정 용도에만 과도하게 쏠릴 우려가 있기에 어떻게 리모델링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먼저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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