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춘계] "제가 시킨 거 아니에요(웃음)" 늦은 저녁 문 연 미용실 찾아 삭발 의지 다진 전주고 선수들

해남/배승열 2025. 3. 1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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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해남/배승열 기자] 스승이 만든 기회, 제자들이 응답하기 위해 삭발까지하면서 의지를 드러냈다.

17일 전남 해남군에서는 '제62회 춘계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 해남대회' 6일 차, 남자 중등부 14강 본선 일정이 열렸다. 해남 우슬체육관에서는 전주남중과 단대부중의 경기가 진행됐다. 전주남중 벤치 뒤에는 연계 학교 전주고 선수들이 찾아 목청 높여 동생들을 응원했다. 이에 응답한 전주남중 동생들은 경기 종료 직전 조정흠의 결승 득점으로 55-53으로 승리했다.

전주고는 이번 대회에서 A조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여기에 대진표 추첨에서 윤병학 코치는 모든 지도자가 원하는 대진표 자리를 뽑으며 8강으로 직행하는 행운도 손에 넣었다.

윤병학 코치는 "예전부터 전주고가 춘계 대회에서 운이 따라줬다(웃음)"며 "동계 훈련 때 선수들이 열심히 그 이상을 잘해줬다. 첫 대회에서 1승을 시작으로 예선 통과, 여기에 8강 진출이 목표였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에 그 행운이 따라준 것 같다"고 웃었다.

남고부는 한 조에 4팀씩, 7개 조에서 총 28팀이 예선 경쟁을 펼쳤다. 각 조 1, 2위가 14강 본선에 올랐고 7개 조 1위 팀 중 두 팀이 대진표 추첨을 통해 부전승으로 8강에 직행한다. 당연히 모든 지도자가 원하는 대진 자리. 그 자리에 전주고와 경복고 이름을 올렸다.

선수들의 노력 여기에 코치의 금손이 더해지면서 목표했던 8강을 이뤘다. 하지만 전주고 선수들의 표정 그리고 용모는 예선과 달랐다. 전주남중 동생들을 응원 온 전주고 선수들의 머리는 모두 '삭발'로 통일됐다. 삭발은 대회를 앞둔 남고부 선수들에게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회 중간 이렇게 선수들이 삭발로 통일한 모습은 평범하지 않다.
"(웃음) 내가 시킨 것이 아니다"고 입을 뗀 윤병학 코치는 "선수들이 남은 일정 동안 더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와 마음을 전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상산전자고에 72-88 패배)에서 선수들이 상처를 받았다. 조 1위가 확정된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다. 어느 팀을 만나도 최선을 다하자고 선수들이 뜻을 모았는데, 스스로 느슨함을 느끼고 반성한 모습이었다"며 "나도 깜짝 놀랐다. 저녁 시간 선수 부모님께 연락했는데, 미용실이라고 해서 그때 (단체 삭발) 알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전주고 선수들과 학부모는 늦은 시간 문을 연 미용실을 찾아 해남 시내를 돌았다.

전주고 주장 박지훈(182cm ,G.F)은 "선수들에게 먼저 제안했다. 대회를 앞두고 다짐했던 마음과 각오를 다시 한번 새기자는 의미로 전했는데, 모든 선수가 잘 따라와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선 2연승 후 자만했다. 동계 훈련을 준비하던 그때 마음, 새로운 마음을 잡아 본선에서 다시 잘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우리가 힘들게 준비했는데, 안일하게 경기하고 대회를 마치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도 꾸준히 기회를 받은 박지훈은 이제 1, 2학년 동생들을 이끌고 코트 안팎에서 리더십을 보여준다. 고3으로 입시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동시에 책임감도 가지고 있다.
박지훈은 "큰 틀에서 지난해와 올해 전주고 농구는 비슷하다. 우리가 늘 하던 농구를 준비했고 보여줄 차례다. 작년과 비교하면 신장이 더 좋아진 것뿐"이라며 "첫 대회라 부담이 있었다. 그래도 자신 있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코치님의 대진표 뽑기 결과를 숙소에서 선수들과 다 같이 전해 들었다. 코치님이 가져온 행운과 기회를 허무하게 놓치고 싶지 않다. 예선과 같은 실수가 없도록 8강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오는 19일 전주고는 8강에서 광신방송예고와 준결승 자리를 놓고 다툰다. '삭발 의지'를 보인 전주고가 광신방송예고 높이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대회는 한국중고농구연맹 유튜브에서는 전 경기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사진_배승열 기자, 전주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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