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농촌 지역 교육자들, “한국을 배우자” 문화 체험 온 사연은?
국내 최대의 체험형 자동차 테마파크 고양 현대 모터스튜디오. 최근 14명의 미국인들이 단체로 이곳을 방문했다. 이들은 미국 동부 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중고교 교사·대학 교수·교육 전공 대학생들로, 미국의 학술 교환 장학재단 ‘풀브라이트’의 지원을 받아 한국을 찾았다. 미국에서도 농촌 지역으로 분류되는 이곳에서 교육계에 몸담는 이들이 단체로 한국의 현대차 스튜디오까지 견학을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근무하는 중·고교와 대학교는 대서양쪽 해안선을 따라 조지아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로우컨트리(저지대라는 뜻)’라고 불리는데, 풀브라이트재단은 이곳의 교육자들만을 뽑아 SKALE(South Korean and Asian Literacy Education·한국과 아시아 문해 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을 올해 기획했다. 한국 쪽에서 요청한 것이 아니라, 이 지역 교육자들과 풀브라이트 재단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대도시도 아닌 지방 소도시에서 이같은 한국 문화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이유는, 최근 이곳에 한국 기업들이 세운 공장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안으로 가동을 시작할 예정인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 이 지역 인근인 조지아주의 도시 서배나에 들어섰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배터리 등 다양한 한국의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진출, ‘K-전기차 생태계’가 조성되는 중이다.
또 원래 제주도에서 열리던 PGA 투어 CJ컵이 2022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이후, 이곳을 찾는 한국의 골프 관광객들도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섬 ‘힐튼 헤드 아일랜드’는 미국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골프 코스였는데, 최근 한국인 손님들이 부쩍 늘어 이곳에 한국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트까지 생겨났다. K팝 등 한류의 바람은 이곳에서도 예외가 없고, 곳곳에 한식당이 생기는 등 한국인들의 영향력이 부쩍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곳 사람들이 이런 갑작스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곳은 미국을 대표하는 농장 지대 중 하나로, 아시아인이 이곳에 이주해 온 적이 없기 때문에 사회·문화적으로 한국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으로 파견된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온 한국인 자녀들이 지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지역 교육자들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갑자기 늘어나는 한국인 학생들을 위해 교육자들이 먼저 한국 문화를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풀브라이트의 지원으로 4주간 한국을 찾게 된 것이다.
14명의 멤버는 대학교수 6명, 고교 교사 6명, 교육 전공 대학생 2명으로 구성됐다. 고교 교사 6명을 선발하는 데 약 40명 가량이 지원하는 등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이들이 담당하는 과목도 문학·미술·상담 등 다양했는데,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거나 한국인 학생을 교육한 경험이 있는 등 뭔가 한국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선발했다. 리치몬드 하이힐 고등학교의 문학 교사인 섀런 버츠는 “작년에 실제로 영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한국인 학생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학교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학생이 학교에 전혀 적응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한 달 정도 있다가 결국 전학을 갔는데,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 굉장히 무력감을 느꼈다”라고 했다.
미국인 교사들의 한국 방문 소식을 들은 현대차가 이들을 초청해, 고양 모터스튜디오 견학이 성사됐다. 메이 리버 고등학교의 교사 엘리자베스 슈라이저는 “한국 전기차 공장이 들어선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현대라는 자동차 브랜드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라며 “너무 좋은 경험이었고, 이번에 내 오래된 도요타를 친환경 자동차인 현대 아이오닉으로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했다. 이들은 마찬가지로 조지아주에 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전문업체 HL 만도의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4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이들은 오전에는 한국 곳곳을 찾아 문화 체험을 하고, 오후에는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에서 4시간동안 한국어 수업을 들었다. 마침 고양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찾는 날이 언어교육원 마지막 시험날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다들 책을 펼쳐들어 한국어 공부를 했다. 이들이 들은 수업은 100% 한국어로만 진행됐다. 엘리자베스 클락 리치먼드 힐 고등학교 교사는 “영어를 전혀 못하는 학생이 미국에 던져졌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100% 이해할 수 있었다”라며 “손짓발짓 등 갖가지 수단을 써가며 최대한 한국어를 알려주려 노력하는 강사들을 보면서, 앞으로 한국인 등 영어를 전혀 못하는 학생을 받았을 때 어떤 식으로 교육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프로그램의 책임자이자 기획자인 그렉 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는 “3주간 짧은 과정이었고, 진도가 너무 빨라 따라갈 수가 없어서 다들 시험에 떨어질 것 같다”라며 “언어교육원 시험 결과가 이 과정 이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다들 교육자들이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준비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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