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출력보다 밸런스라는 철학을 35년간 지켜온 마쓰다 MX-5가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차세대 모델에 2.5리터 자연 흡기 엔진이 탑재된다는 소식은, 미니멀한 경량 스포츠카를 상징해 온 이 모델에 전례 없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2027년형 MX-5는 마쓰다의 차세대 스카이액티브 Z(SkyActiv Z) 플랫폼과 함께 출시된다.
기존 2,000cc보다 더 커진 2,500cc급 배기량으로 진화한다. 하지만 의외로 마쓰다 측은 이 엔진이 더 많은 출력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출가스 규제 대응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차세대 MX-5에 탑재될 엔진은 2,500cc급 자연 흡기 직렬 4기통 엔진으로, 기존 미국 사양의 2,000cc(최고 출력 184마력, 일본 스피릿 레이싱 기준 200마력)보다 배기량이 큰 것이 특징이다.
극단적인 경량화, 괜찮을까?
구체적인 감량 계획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파워트레인보다 오히려 차체 중량에 있다. 마쓰다의 디자인 책임자는 이번 차세대 MX-5의 중량 목표가 “1톤 이하(2,205 lbs 미만)”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가장 가벼운 MX-5 모델인 ‘스포츠 트림(1,073kg)’보다 70kg 이상 가볍고, 일본 전용의 990S(990kg)에 근접한 수치다.
마쓰다는 이를 위해 흡음재 축소, 브레이크와 휠 경량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단순화 등 모든 부문에서 철저한 경량화를 단행할 예정이다. 동시에 수동 변속기는 기본 사양으로 유지된다. 하이브리드 기술 탑재 여부는 아직 미확정이지만, 스카이액티브 Z 플랫폼 자체가 전기화 대응 구조이므로 향후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 가능성도 있다.
최후의 내연기관 스포츠카
수동변속기, 그대로 지킨다
MX-5는 전동화 시대로 접어든 자동차 업계에서 마지막 순수 내연기관 스포츠카 중 하나로 남을 수도 있다. 마쓰다는 전기차 기반의 아이코닉 SP 콘셉트카를 통해 전동화 방향성을 일부 암시했지만, 경량화 철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내연기관 기반이 유리하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할 차세대 MX-5는 단순히 배기량만 키운 후속작이 아니다. ‘소형, 경량, 후륜구동, 수동변속기’라는 스포츠카의 원형을 지켜낸 채 새로운 규제 시대를 통과하려는 고집스러운 실험이기도 하다. 이는 전기차가 대세가 되는 흐름 속에서 MX-5만이 가능한 반란이다.
MX-5가 사랑받았던 이유
빨라서만은 아니었다
지금껏 MX-5가 사랑받아온 이유는 출력이 아니라 감각이었다. 조작과 반응, 무게 밸런스와 회전 질감, 그리고 운전자와의 교감을 중시하는 철학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마쓰다가 2,500cc급 엔진을 탑재하면서도 “더 빠를 필요는 없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MX-5는 그저 그런 스포츠카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저항하면서도 기술과 감성의 경계에서 절묘한 균형을 찾아가는 유일한 존재다. 2027년 데뷔가 예상되는 신형 MX-5는 그 자체로 ‘운전의 즐거움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이며, 그에 대한 마쓰다의 또 한 번의 해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