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년 제주 전통문화·역사 그대로 간직한 마을…“혼저옵서예”

박준하 기자 2024. 10. 6.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제가 있는 마을] (17) 제주 ‘성읍민속마을’
테마파크로 착각…주민들 실제로 거주
마을전체가 문화재로 관광객에 큰인기
오메기술 빚기·다양한 민속체험 자랑
퐁낭집·아득골집 등 초가서 민박 가능
제주 성읍민속마을에서 전통놀이를 즐기는 방문객들. 코로나19 이전 기준 연간 50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마을이다.

과거 수학여행 단골 코스를 꼽아보라면 ‘이 마을’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성읍민속마을은 국내 관광객은 물론 해외 관광객에게도 사랑받는 관광지다. 이곳은 1400년대부터 마을을 이뤘고, 지금까지도 1200명 넘는 주민들이 살며 옛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한국민속촌처럼 테마파크로 생각하는데 엄연히 주민이 실거주하는 마을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50만명이 찾으며 ‘인기 마을’ 자리를 독차지했다.

성읍민속마을은 국가민속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성읍’이라는 이름처럼 성안에 마을이 있다. 객줏집, 고평오 고택, 고창환 고택, 대장간집 등 다양한 민속문화유산과 무형유산인 제주민요, 자연유산인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손님을 반긴다. 그야말로 제주의 민속문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1984년 이곳을 보존하고자 마련된 마을보존회에선 코로나19 이후 한풀 꺾인 제주 관광객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강희팔 성읍민속마을보존회 이사장은 “예전엔 마을보다 기념품이나 식당을 방문하려고 잠깐 들르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마을 자체의 매력을 알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이 무색하지 않게 평일 낮에도 성읍민속마을엔 많은 관광객이 찾아왔다. 관광객들은 현무암으로 만든 돌담을 따라 천천히 거닐며 마을 이곳저곳 초가집을 구경한다. 이들을 위해 ‘무료로 구경하는 집’이라는 팻말을 건 곳도 있다. 특히 유명한 민속문화는 제주 전통 화장실인 ‘통시’다. 화장실 밑에 담을 쌓아놓고 인분을 먹여 돼지를 키우는 문화다. 제주 속담 중에는 “사둔칩광 통신 멀어사 좋다(사돈집과 통시는 멀어야 좋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지금은 실제로 통시를 사용하진 않지만 모형과 흑돼지는 성읍민속마을에서 만날 수 있다.

성읍민속마을에서 매년 열리는 전통 민속 재현 축제의 한 장면.

또 성읍민속마을의 자랑은 다양한 민속 체험이다. 한복 입기, 제주 전통주인 오메기술 빚기, 천연 염색하기, 전통음식 만들기, 흑돼지와 당나귀 등 작은 동물원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문이 열린 곳을 찾아 들어가면 민속놀이 등도 갖춰져 있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특히 추천할 만한 건 매주 월요일 오전마다 진행되는 ‘오메기술 빚기’다. 오메기는 ‘좁쌀’을 가리키는 제주 방언으로 쌀이 귀한 제주에선 흔한 작물이다. 옛날 방식으로 누룩을 만들고, 술을 빚는 경험은 새로운 추억을 안겨준다. 술을 사고 싶다면 미리 연락하고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대부분 공방 체험은 이달말까지다.

전남 여수에서 여행 온 이민선씨(48)는 “아이와 함께 성읍민속마을에 들렀는데 옛 제주 전통문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나중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다양한 체험도 즐기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성읍민속마을은 고즈넉한 풍경이 일품이다. 현무암으로 만든 성벽이 어디서든 보인다. 서귀포=김병진 기자, 성읍민속마을

마을에서 하루 동안 머물고 싶다면 민속마을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퐁낭집·아득골집·남문집·서문집·올레집 등 옛 초가집도 포함돼 있다. 2인 기준 7만∼8만원이며 예약은 성읍민속마을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주변엔 식당도 많은 편인데 주로 흑돼지 오겹살이나 주물럭·백반 등을 맛볼 수 있다. 예전에는 호객행위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판매하는 사람 90%가 마을주민으로 바뀌면서 이윤만 추구하는 호객행위는 사라졌다. 이뿐만 아니라 마을주민들이 문화해설사로 나서 마을 소개도 도맡는다. 이달 19∼20일은 성읍민속마을 남문 광장 주변에서 전통 민속 재현 축제도 열리니 가급적 그때를 맞춰가면 더욱 좋을 듯 싶다.

마을보존회는 성읍민속마을에 입장료를 받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방문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민속마을 유지와 주민 복지도 개선하기 위해서다. 스쳐 지나가는 마을이 아니라 며칠이고 머물고 싶은 마을을 위해서다.

강 이사장은 “마을주민들끼리는 농담으로 ‘이제까지 지켜온 문화, 억울해서라도 더 잘 지키자’고 할 정도로 열정이 크다”며 “많은 분들이 성읍민속마을에 찾아와 제주 전통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