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순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이사장] “신라 김대성, 21세기 환생” 찬사

궁궐·사찰 석조물 제작 장인 석장 50여년
16살때 김진영 선생 문하…최고의 '경지'
국보 숭례문 등 문화유산 다수 보수·복원
“전통 공예인 전승 매진·정부 지원 이끌 것”

“돌을 쪼려면 쇠가 필요합니다. 강한 것과 강한 것이 만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속에 부드러움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길가에 박혀있는 돌부리만도 못 합니다. 돌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얻으려면 세월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정성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지요. 세월을 머금은 돌의 고졸미란 목조각이나 청동 조각품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합니다.”

석장(石匠) 외길 50여년을 걸으며 올해 2월 20일 제19대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구리시 이재순(사진) 석장.

'석장'이란 석조물을 제작하는 장인으로, 주로 사찰이나 궁궐 등에 남아있는 불상, 석탑, 석교 등이 이들의 작품이다.

이 석장은 16살 때 서울 망우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진영 선생 문하로 들어가 본격적인 조각 작업을 하게 된다. 스승의 엄한 가르침 속에서 12년을 보낸 그는 1979년 겨울에 독립, 구리시 인창동에 자신의 작업장을 마련하였다.

그는 꼼꼼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천천히 자신의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1976년 전국기능경기대회, 1977년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거머쥐고, 1977년 7월엔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1989년에는 대한민국 석공예 명장(제18호)으로 선정됐고 2007년 9월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20호로 지정됐다.

구리시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북만들기에 이어 국가중요무형문화재 분야에서 두 번째의 경사다.

그는 국보인 숭례문 육축(陸築·성문을 축조하기 위해 큰 돌로 만든 구조물)을 비롯해 익산 미륵사지 석탑,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밀양 청도군 소태리 석탑(보물 312호), 2004년 금둔사지 석탑(보물945호) 등 여러 문화유산을 보수·복원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유산보호 유공자로 2007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또한 영광 법성포 불교성지의 아미타불, 관세음, 대세지, 마라난타를 조각한 '사면대불', 부영루에 조각된 부처님 일대기, 연등불과 석가모니불 모두 그의 작품이다.

대만(臺灣)의 장안사 대역사에서는 한국 장인들의 아름다운 솜씨를 크게 자랑한 것은 물론 이를 계기로 이 석장은 '신라시대 김대성이 21세기에 환생했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돌은 자연입니다. 제 작업은 인위적인 것입니다. 사람의 손길을 최대한 줄이고 자연을 최대한 살리는 게 최고의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여백이 있어야 달빛이 내려앉을 수 있지 않습니까?”

석장으로 세상이 인정하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지만, 인간으로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경지를 이야기하는 그의 말이 선문답 같다.

지난 2월 제19대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이사장을 취임한 이재순 석장은 "전통 공예인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이수자 양성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장인이 자부심을 품고 전승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무형문화재 선생님들과 전통 공예인들의 가치와 품격을 높이고 함께하는 협회로 이끌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구리=박현기 기자 jcnews8090@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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