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계획을 세웠는데 ‘실패’하는 이유

이솝이야기에는 양의 가죽을 둘러 쓴 늑대의 이야기가 나온다. 배고픈 늑대가 버려진 양가죽을 쓰고 양떼 한가운데로 기어들어갔다. 늑대는 날이 어둑해진 뒤 양떼가 우리에 들어가면 가장 살찐 놈을 골라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겠다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기다렸다. 그런데 그때 양치기가 저녁요리를 하려고 양떼 속에서 양 한 마리를 잡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늑대였다.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는 것을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 할지라도 상대와 상황이 늘 계획대로 움직여주는 것은 아니다. 전쟁론을 쓴 군사이론가이자 프러시아의 장군인 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좋은 계획을 망치는 최대의 적은 완벽한 계획을 만들려는 꿈이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다. 계획을 세우되 핵심은 '실행'에 있다는 뜻이다. DBR 87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자.


❏ 완벽 추구가 실패를 이끈다?

경제학자 팀 하포드 | 출처 : TED

2011년 7월 TED에서는 <경제학 콘서트>를 쓴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팀 하포드(Tim Harford)가 ‘시도와 오류, 그리고 신의 콤플렉스(Trial and Error, the God complex)’라는 강연을 했다. 자연뿐 아니라 사람이 만든 기관 중 성공적인 케이스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시도와 오류(Trial and Error)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논리적으로 완벽한 체계를 찾아내서 기적을 만들어내려는 식의 시도를 하면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는 한 예로 가루세제를 만들기 위해 액체세제를 분사하는 분무기의 노즐 형태를 들었다. 노즐을 통해 액체세제를 높은 압력으로 분사해서 말리면 가루형태의 세제가 되는데 이때 가장 효율적인 노즐의 형태를 찾기 위해 온갖 수학과 물리학, 기계공학 등의 계산을 하는 것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고 계산이 복잡해서 실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직관적으로 몇 가지의 노즐 형태를 떠올려 만든 후 그것들 가운데 가장 효율이 높은 것을 선택하고 사용해가면서 조금씩 개선해가는 것이 훨씬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과 인류문화, 산업의 많은 영역에서 시도와 오류의 방식이 쓰이고 있으며 마치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태도로 완벽한 것을 일거에 찾아내려는 방식이 가져오는 문제점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듣다 보면 휴리스틱스(Heuristics)라는 개념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때 먼저 비효율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것들을 솎아낸 뒤 적당한 것으로 보이는 해답을 찾아 보완하고 조금씩 개선하면서 그것을 상식화한다. 이론적이고 논리적인 뒷받침을 하기보다 경험적으로 답을 찾되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여나가려고 한다. 그것이 바로 휴리스틱스다.

❏ 인간은 정말 합리적일까?

자연과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휴리스틱스는 경제학의 세계에서도 점점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케인스 경제학과 고전주의 경제학의 대립이 유명한데 그 정점에 바로 케인스와 하이에크가 있었다. 경제침체 원인 및 극복 방안을 놓고 두 사람이 논쟁을 펼쳐 당시 정부의 개입에 따른 인위적 조절을 주장한 케인스가 이겼고 세계는 케인스의 이론을 받아들여 수정자본주의체제를 도입했다.

그렇지만 1970년대 들어 케인스의 이론에 바탕을 둔 국가의 경제개입이 위기를 맞으면서 시장의 가격결정기능에 의한 자유로운 조절을 주장한 하이에크의 이론이 다시 각광을 받게 됐다. 1974년 하이에크는 자유주의의 이론적 기초를 확립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시장을 완전한 이성을 갖춘 합리적 인간들이 완벽한 계획을 갖고 만나는 장소가 아니고 오히려 불완전한 인간들이 제한된 정보를 갖고 만나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하이에크는 분권화된 시장에 대한 정보는 시장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안다는 점에서 중앙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어떤 행위도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왜곡현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자유주의 경제학도 인간의 합리성 추구라는 가정으로 인해 행동경제학의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전통적 경제학은 경제행위를 하는 개개인이 경제적 선호 및 선택과 결정에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경제적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결정해 선택하는 존재라는 기본 전제 위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이 판단과 선택, 의사결정 상황에서 논리적 합리성이 아니라 실용적 합리성을 의미하는 여러 가지 휴리스틱스에 의존하며 다양한 인지적 착각과 편향에 의해 사고하고 행동하는 존재임을 20여 년에 걸친 실험 결과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인간은 합리적,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의 휴리스틱스적 사고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경제학의 발달과정에 비춰보건대 경제행위를 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판단의 근거로 보유한 정보만 불완전한 것이 아니라 행위주체인 인간조차도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거시경제 차원에서나 미시경제 차원에서나 완벽한 계획이 어찌 가능할 수 있겠는가?

❏ “자연의 강은 완벽의 정상을 향해 거슬러 오르지 않는다”​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면도 한번 들여다 보자. 현실적인 완벽주의자는 활력과 열정과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하며 현실에 대한 적응력이 높다. 여기까지는 바람직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가 비현실적으로 높은 목표 기준을 세우거나 완벽한 상태에 도달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다.

출처 : 동아닷컴

사실 현실 세계에서 완벽이라는 것은 결코 충족될 수 없는 목표이며 충족되더라도 아주 일시적으로밖에 충족되지 않는다. 완벽주의자는 완벽하지 않은 현실의 모습에 만족을 못하기 때문에 항상 불만스럽고 좌절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질서 있고 성취동기가 강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면으로는 실수에 대한 걱정, 거절에 대한 걱정, 통제력 상실에 대한 걱정, 남들에게 보여질 자신의 모습에 대한 걱정과 끊임없는 자기비판으로 괴로워한다. 심한 경우에는 강박신경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것에 집착해 정작 현실세계가 흘러가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19세기 영국의 작가 피터 메러 래섬(Peter Mere Latham)은 이런 말을 남겼다.

완전한 계획을 세우려는 것은 쇠퇴의 징조이다. 흥미로운 발견이나 발전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완벽한 연구실을 설계할 시간이 없다.

다시 말하면 완벽한 연구실을 설계하려는 사람에게는 흥미로운 발견이나 발전을 이뤄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설계나 계획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없이 세상을 되는 대로 산다는 것은, 또는 기업을 그렇게 운영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계획이나 준비가 완벽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계획이 실행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 계획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한 사항이나 예기치 못한 변수 등에 부딪치게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만드는 것은 누구에게도 불가능하며 그렇기 때문에 계획은 끊임없이 버려지고 수정돼야 한다.

가장 좋은 계획은 사실 실행과 동시에 이뤄지는 계획이다. 미리 쌓아둔 실력과 직관으로 무장하고 실행을 빨리 해야 한다. 그것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변수들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통제범위 내에 붙잡아두는 방법이다. 그리고 현실을 폭넓게 받아들여 실행이든 계획이든 끊임없이 수정해가면서 더 나은 것을 추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답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빠른 실행과 유연성을 결합하는 것이다.

다시 이솝우화로 돌아가보면 늑대가 세울 수 있었던 완벽한 계획은 이런 게 아니었나 싶다. 양가죽을 둘러쓴 늑대는 일단 쉽게 잡을 수 있는 적당한 양을 찾아 배를 채운 뒤 양치기가 오지 않나 계속 경계하면서 한 마리의 양을 더 사냥할 기회를 노렸어야 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87호
필자 정현천
정리 인터비즈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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