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달항아리 그림과 조선의 검은 도자기

칠흑처럼 까만 조선 시대 흑자편호(黑瓷扁壺) 위로 김환기의 ‘항아리’가 걸렸다. 말간 달항아리 위로 두둥실 보름달이 떠 있는 그림이다. 밤하늘을 비추는 달처럼 흑자와 백자가 그림 안팎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같은 흙에서 태어났지만, 철분이 다량 함유된 유약이 빚어내는 검은빛은 백자의 맑고 투명한 색과는 달리 심연처럼 깊은 세계를 펼쳐낸다.
‘흙’이라는 물질을 통해 한국적 미를 탐구하는 전시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다. 기획전 ‘흙으로부터’는 조선 시대 도자기에서 출발해 김환기, 송현숙, 박영하, 이진용, 박광수, 로와정, 지근욱 등 근현대 작가 7인(팀)의 작업을 엮었다. 박영하의 회화는 조선 분청사기와 함께, 송현숙의 추상화는 달항아리와 연결해 전시됐다. 호주 고대 원주민 미술에서 쓰였던 천연 안료를 복원해 신성한 생명력을 표현한 박영하 그림과 투박한 분청사기의 질감이 제법 어울린다. 1970년대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건너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화폭에 담아온 송현숙의 추상화는 옆에 놓인 달항아리가 넉넉하게 감싸준다.


본관 전시에 나온 조선 도자 5점은 모두 올해 일본에서 돌아온 귀한 작품들이다. 특히 표주박 형태의 백자 ‘표형문자입주병’은 표면에 푸른 글씨로 한시가 적혀 있어 주목된다.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때에도/ 그대(술병)가 상에 놓이지 않으면/ 어떻게 손님을 즐겁게 하랴! (중략) 쓰기에는 아름답지만/ 모든 허물이 여기서 비롯된다/ 연거푸 술을 따르면/ 순한 술도 흉기가 되리라.’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술의 정취를 노래하면서도 절제의 중요성을 몸체에 새긴 백자 술병”이라며 “18~19세기 조선 후기에 이르러 실용적으로 변모해가는 백자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했다.


신관에선 1980년대생 작가들의 작품을 펼쳤다. 신리사 학고재 기획팀장은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단일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흙을 매개로 우리가 지닌 고유한 감성과 상상력을 되살리고 확장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신관 전시는 13일까지. 본관은 관객들의 요청으로 20일까지 연장됐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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