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활약은 며느리 덕”
며칠 전이다. 일본의 기사 하나가 화제였다. 오타니 쇼헤이(30)의 아버지가 등장한 탓이다.
보도한 곳은 스포니치 아넥스라는 매체다. 스포츠닛폰의 온라인 판이다. 마이니치신문 계열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기사의 시점과 형식에 눈길이 간다. 출고된 것은 지난달 28일(한국시간)이다. 다저스의 지구(NL 서부) 1위가 확정된 직후다. 글은 아버지 오타니 토루(62) 씨의 기고문, 혹은 독백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여러 국내 매체가 소개했다. 초점은 주로 결혼에 맞춰졌다. ‘아내가 없었으면, 올해 활약은 어려웠다’ 같은 제목으로 다뤄졌다. 아버지 토루 씨의 코멘트 때문이다.
“마미코와 결혼으로 보다 차분하게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무래도 그전보다 야구에 더 집중하는 인상이다. 여러 사건이 있어서 고민도 많았겠지만, 어려운 일을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 (며느리) 마미코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쇼헤이도 없었을 것이다.”
어른들 말씀 틀린 것 없다. ‘시아버지 사랑은 며느리’다. 대견함, 기특함이 뚝뚝 묻어난다. 왜 아니겠나. 새 식구가 들어온 뒤 첫 시즌이다. 50-50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대망의 가을 야구에도 진출했다. 경사가 이어지는 가을이다.
결혼에 대한 짤막한 뒷얘기도 있다. 역시 아버지의 코멘트다. “작년 12월쯤에 얘기를 처음 들었다. 우리 가족들이 가장 놀랐다.” 실제 발표는 올해 2월 말이었다. 그것도 ‘혼인 신고를 마쳤다’라는 사후 보고 형식이었다. 그러니까 부모도 임박해서야 알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구라다>의 눈길을 끈 대목은 따로 있다. ‘아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 그게 예상 밖이고, 특이하다. 오늘 하려는 얘기다.

집에서 TV로 보는 아들 경기
스포니치 아넥스의 기사에 이런 대목이 있다. 도입 부분이다. ‘오타니 토루 씨는 다저스의 지구 우승 경기를 이와테현 오슈시의 자택에서 텔레비전으로 관전했다.’
TV 얘기는 더 있다. 이어지는 아버지의 축하 인사다. “쇼헤이 축하해. 메이저에서 뛰고 나서는 처음으로 우승 경쟁을 하게 됐구나. 올해는 예년보다 더 집중력이 높은 플레이를 하는 것 같구나. 텔레비전 화면 너머에서도 다 보이더라.”
이런 언급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보통 부모는 경기장에 직접 가서 응원하지 않나?’ 메이저리거다. 웬만한 가족들은 다 그런다. 해외파라고 예외는 아니다. 매일은 못 해도, 자주 모습을 비춘다. 하물며 월드 스타다. 매 경기, 매 타석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다.
하긴. 일본에서 LA가 보통 거리는 아니다. 비행기를 타고 12~14시간은 걸린다. 특히 집(이와테현)에서 가려면 더 어렵다. 도쿄나 센다이에서 국제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손쉽게 오갈 마일리지는 절대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엄청 중요한 시기다. 다저스의 순위 경쟁은 둘째다. 그보다는 개인적으로 대단한 하루의 연속이었다. 홈런을 넘길 때마다, 도루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야구 좋아하는) 전 세계가 들썩인다.
일본은 오죽했겠나. 나라의 온 신경이 집중됐다. TV는 연일 메인 뉴스의 주요 꼭지로 다룬다. 생방송 중에도 속보 자막이 흘러간다. 주요 일간지는 걸핏하면 호외를 발행한다. 그야말로 전 국민의 관심사다.
그런데 정작 부모가 집에서 조용히 TV만 보며 응원했다고? 말이 되나? 상상이 어려운 일이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그게 인지상정이고, 당연한 부모 마음이다. 야구장을 직접 찾아가서, 가까이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손뼉 치며 환호하고, 만세라도 불러야 할 것 같다. 카메라 한 컷이라도 받아야 뭔가 완성된 느낌이다.

다저스 직관, 8월이 처음인 듯
비단 요즘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기사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8월 초순에 다저 스타디움에서 3경기를 봤다. 준비된 5층 방은 훌륭하고, 전망이 좋았다. 가족끼리 관전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8월 6일~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3연전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현지에서 느낀 감동도 특별했던 것 같다. 이런 소감이다.
“다저 스타디움의 초만원 관중에 놀랐다. 지금까지 처음 들어보는 환호성의 크기였다. LA 거리 어디를 가나 다저스 팬들이 있었다. 쇼헤이가 많은 분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고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 찼다.”
당연하다. 유니폼 판매량이 압도적인 전국 1위다. LA 어딜 가나, 17번 옷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런 경험을 자주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며느리 칭찬하는 와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솔직히 혼자 지내던 작년까지는 현지 관전을 가도, 구장 안에서 잠깐 만나서 얘기하고 돌아간다는 느낌이었다. 결혼한 뒤로 이번 시즌에는 집에 초대돼서, 차를 함께 마시거나 하는 시간이 생긴 것이 달라진 것 같다. 아버지로서 기분 좋았다.”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이런 뜻이다. 지난해까지는 LA(에인절스)에 가도,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경기장에서 얼굴만 보고 돌아가는 식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집까지 갔다. 이런저런 얘기도 나눌 여유가 생겼다. 뭐, 그런 의미로 보인다.

스위트 룸 연간 이용권이 있는데도…
얼핏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설마 현지 관전이 불편한가’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럴 리 없다. 막내아들과 다저스의 계약에는 다양한 세부 옵션이 포함됐다. 그중 하나가 구장 내 별도의 스위트 룸 제공이다. 바로 아버지가 얘기한 ‘5층의 좋은 방’이다.
하루 이용료만 1만 달러(약 1300만 원)에 육박하는 곳이다. 전용 엘리베이터는 물론이다. 10명 이상에게 최상급 케이터링(출장 뷔페) 서비스가 극진하다. 그걸 시즌 내내, 언제든지 쓸 수 있다.
현지에 머물 곳도 그렇다. 아들이 올봄에 785만 달러(약 103억 원)짜리 저택을 구입했다. 방 5개, 화장실 6개가 달린 곳이다. 수영장, 사우나, 영화관, 농구 코트도 있다. 어른들 모셔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오죽하겠나. 구경하는 마음은 또 얼마나 기특하겠나.
그런데 아니다. 아버지의 표현은 ‘초대’였다. “잠시 들러 차 한잔 하며 얘기했다”는 식이다. 그 먼 곳까지 가서 말이다.
물론 오해는 마시라. 철두철미하고, 냉정하다는 느낌과는 다르다. 모두에게 친절한 ‘바른생활 청년’ 아닌가. 부모한테 그럴 리 없다. 유대감이 각별한 가족이다.
어머니 가요코(61) 씨의 기억이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아버지와 형, 누나를 따르는 막내였다. 자기 방이 있었지만 잠자기 전까지는 늘 거실에 머물렀다. 항상 가족들과 얘기하고, 함께 식사하는 걸 좋아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선수 출신이다. 사회인 팀에서 감독까지 지냈다.
직접 간섭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물론이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목욕을 함께 했다. 야구 얘기를 하며, 근육의 발달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이때 좌타자(그전까지는 스위치히터)로 방향 전환이 이뤄졌다.

“우리가 가서 마가 끼었나” 자책
지난 3월이다. MLB 개막전이 서울에서 열렸다. 다저스-파드리스의 2연전이었다.
이때 오타니 일가도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 어머니, 부인, 누나 등이 고척 스카이돔에 자리를 함께했다. VIP용 박스나 특별석이 아니다. 1루측 일반석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그 뒤로는 노출되는 일이 거의 없다. 주로 안 보이는 곳에서 마음을 쓰는 것 같다. 이유는 짐작할 뿐이다. 아버지 토루 씨의 말에서 일단의 힌트를 찾는다. 8월 초 관전 때의 얘기다.
“우리가 도착한 직후에 하나 쳐줬다. 그러나 그 후로는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같다. 하나도 치지 못했다.” (필리스와 3연전 첫날(6일)에는 8회에 솔로 홈런(34호)을 기록했다. 그런데 7~8일에는 각각 4타수,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아마 그게 마음에 걸린 것 같다. 아버지의 자책이 이어진다. “’역병신(疫病神)이 왔다’고 할까 봐 걱정했다.” ‘역병신’이란 전염병을 퍼트리는 고약한 존재라는 의미다. 우리 식으로는 ‘마(魔)가 낀 것 같다’와 비슷한 느낌이다.
시즌 중에는 외식도 거의 안 한다는 막내아들이다. 그런 마음에 괜한 번거로움을 끼친 것 아닌가 하는 자책이 묻어 있다. (시즌이 끝나면 일본으로 돌아간다. 이때는 주로 부모와 함께 지낸다고 알려졌다.)
그들 가족의 겸손과 소박함은 잘 알려졌다. 아버지는 아들이 유명해진 뒤로도 직장을 계속 다녔다. 어머니도 파트타임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주변에서 “아들이 그렇게 성공했는데”라며 말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업혀 사는 것도 아닌데”라며 웃어 넘긴다.
형과 누나도 그렇다. 각자 벌어서, 먹고 산다. 은행 융자로 아파트를 구입하고(형), 크지 않은 임대 주택에 신혼 살림을 차렸다(누나). 아들의, 동생의, 도움에는 손사래 친다. 막내 명의의 은행 통장에는 거액이 모였다. 하지만, 몇 년째 출금 기록이 없다는 보도도 있었다.
처신도 마찬가지다. 매사에 극도로 절제하고, 조심한다. 혹시라도 신경이 쓰일까. 혹시라도 폐가 될까. 노출은 철저하게 꺼린다. 언론과 접촉에도 신중에 또 신중을 기울인다.
8월 LA 방문 때다. 일행이 더 있었다. 오타니의 조카들이다. 그러니까 형의 아들(10살)과 누나의 딸(3살)에 대한 언급이 있다.
아버지 토루 씨가 손자(장남의 아들) 얘기를 꺼낸다. “그 녀석이 리틀 리그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전에는 별로 관심 없어 하더니, 삼촌(오타니)을 보면서 달라진 것 같다.” (오타니의 형 역시 사회인 야구 선수 출신이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다음이 문제다. “오타니라는 성(姓)을 가진 사람이 이와테에는 그렇게 많지 않다. 혹시라도 눈에 띌지 모른다. 신경이 쓰인다.”
이와테현 오슈시는 인구 10만 명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다. 아버지의 걱정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