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령] 우즈벡의 모험

월드컵 대비 월드 스타 감독 선임?

역사상 첫 월드컵 출전을 앞둔 '중앙아시아의 하얀 늑대' 우즈베키스탄은 지난달 빅 뉴스를 알렸다. 선수 시절 세계적인 수비수로 이름을 날리며 발롱도르까지 수상했던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칸나바로를 팀의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는 소식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이 칸나바로를 새 감독으로 낙점한 이유는 역시 '풍부한 경험'과 '위닝 멘탈리티'다. 칸나바로는 선수 시절 유벤투스,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여러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서는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다. 화려한 개인 수상 경력까지 더하면 선수로서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은 모두 경험했다고 표현해도 과장은 아니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은 선수들에게도, 스태프들에게도, 축구협회에도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는 처음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최고의 레벨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칸나바로 감독의 선임은 우즈베키스탄으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은 월드컵 출전을 확정한 직후 '유명 감독 찾아 삼만리'를 시작했다.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요아힘 뢰브와 협상하기도 했고, 대한민국을 월드컵 16강으로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유럽의 유명 감독을 데려오겠다는 기조는 확실했던 셈이다.

파비오 칸나바로 / 사진=파비오 칸나바로 인스타그램

하지만 우려도 뒤따른다. 우즈베키스탄의 월드컵 진출을 이끈 것은 자국 감독인 티무르 카파제였다. 카파제는 스레츠코 카타네츠 감독이 건강 문제로 지난 1월 갑작스럽게 사임한 후 지휘봉을 이어받아 남은 월드컵 3차 예선 네 경기를 무패로 마무리하며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당연히 국민적인 찬사도 이어졌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축구협회는 카파제 감독과의 계약을 애매하게 유지한 채 유럽 감독들과 협상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진행해왔고, 칸나바로 감독과 계약이 마무리되자 바로 카파제의 보직을 수석 코치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카파제는 약 한 달 만에 대표팀을 완전히 떠났다.

카파제는 23세 이하 대표팀과 A대표팀을 이끌면서 자국 내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감독이다. 여기에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일궈내고도 사실상 대표팀에서 쫓겨난 셈이다. 예선을 통과한 직후 감독을 바꾸는 사례는 전 세계로 넓혀봐도 많지 않다. 후임으로 온 칸나바로는 광저우 헝다 감독 시절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여러 트로피를 들긴 했지만, 이후 커리어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유명한'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팀을 가장 잘 아는 검증된 감독을 버린 셈이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칸나바로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선수단에 미칠 파급력은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빅 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많지 않고 어린 선수가 많은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으로선 세계적인 레전드의 지도를 받는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팀들과 맞서야 하는 대회에서 전설적인 수비수 출신 감독이라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는 요인이다.

감독으로서 큰 무대에서 성과를 낸 적이 없는 칸나바로의 지도력은 불안 요인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카파제 중심으로 똘똘 뭉쳤던 선수단의 분위기가 와해될 수 있다는 점과 우즈베키스탄 축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칸나바로가 자신의 색채를 입히기엔 시간이 짧다는 점도 리스크다.

칸나바로는 하얀 늑대들을 이끌고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을까? 우즈베키스탄의 월드컵 역사 첫 페이지를 건 거대한 모험이 시작된다.

글 - 김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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