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미국서 역방향 크로스보더 구축…“미국 브랜드의 한국 진출 관문” 자처

문수아 2026. 3. 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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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문수아 기자]쿠팡이 미국 브랜드의 수출 창구 역할을 공식화하고 있다. 한국 이커머스들이 국내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기 위해 알리바바, 징둥닷컴과 손잡는 것과 정반대 방향이다. 미국에서 상품을 소싱해 한국 소비자에게 연결하는구조가 쿠팡의 물류ㆍ기술 인프라와 결합하면서, 기존 해외직구 모델과는 질적으로 다른 크로스보더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미국 전역에서 중소기업 대상 로드쇼를 진행하고 있다. 시카고 ECRM 트레이드쇼, 플로리다 데스틴, 댈러스에 이어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엑스포 웨스트, 라스베이거스 프로스퍼 쇼 등 일정이 예정돼 있다.

현장에서는 ‘5분 가입’ 간소화 프로그램을 도입해 처음 해외 판매에 나서는 중소 제조사를 빠르게 입점시키는데 주력한다. 미국 판매자가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물류센터에 상품을 보내면 수출 서류, 현지 라벨링, 통관은 쿠팡이 직접 처리하는 구조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해외법인 설립이나 현지 유통망 구축 없이 한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이 같은 접근은 기존 역직구 플랫폼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 직구(직접구매)를 처음 접한 아이허브만 하더라도 한국에 정식 수입되지 않는 미국 제품을 국내 소비자와 연결하는 ‘연결 모델’이었다. 배송은 한국 택배사에 의존했고, 냉장ㆍ냉동 카테고리는 구조적으로 취급이 불가능했다. 반품과 교환도 소비자가 직접 감수해야 했다.

쿠팡은 다르다. 미국에서 상품 집하부터 보관ㆍ포장ㆍ국제운송ㆍ통관ㆍ라벨링까지 쿠팡이 처리하고, 한국 도착 후에는 로켓배송ㆍ새벽배송으로 라스트마일을 완결한다. 냉장ㆍ냉동을 포함한 전 카테고리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반품과 고객서비스도 플랫폼이 흡수한다. 상품은 미국에서 오지만, 한국에서 구매한 고객은 국내 상품과 동일한 구매 경험을 하게 된다.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펜실베이니아 건강기능식품 업체 헬시 오리진스는 쿠팡 입점 후 전년 대비 매출이 50% 이상 늘었고, 현재 대만으로도 판매를 확장하고 있다. 일리노이 중소기업 칼슨 랩스는 쿠팡을 통해 한 분기 만에 매출이 48% 증가했다. 유기농 에너지바 브랜드 케이츠 리얼푸드는 최근 쿠팡을 통해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외에도 현재 돌, HP 등 대형 브랜드부터 농산물 생산자, 중소기업까지 수천 개 미국 브랜드가 쿠팡을 통해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출을 올리고 있다는게 쿠팡의 설명이다.

쿠팡이 ‘미국 수출 창구’를 자처하면서 미국 정계와 산업계를 향한 전략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쿠팡은 최근 미국 태평양 북서부 무역 협의체인 WCIT(Washington Council on International Trade) 자문위원회에 합류했다. WCIT는 워싱턴주 소재 수출 기업들의 무역 정책을 대변하는 기관이다. WCIT 측은 쿠팡의 합류 소식을 알리면서“쿠팡은 아시아 시장으로 미국 제품을 수출하는 핵심 주체”라며 “국제 무역이 북서부 기업과 노동자에게 가져다주는 가치를 실증하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한국 이커머스 업체가 미국 통상 정책 협의 채널에 직접 참여하는 건 이례적인 행보다.

쿠팡식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전략은 과거 풀필먼트 물류 투자처럼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스노우볼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글로벌 소비재 시장에서 테스트 베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미국의 소규모 브랜드들은 별도 법인 설립 없이 쿠팡을 통해 한국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쿠팡이 미국 브랜드와 협상력을 키워가면 한국 전용 상품을 생산하거나 미국 현지 판매 가격보다 낮게 책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쿠팡의 움직임은 단순히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게 아니라 미국 상품의 아시아 유통을 쿠팡 생태계 안에서 실행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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