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씨 직장인 심리학] 거짓이 진실이 되는 과학...반복에 속아 넘어가는 인지의 함정

- 비타민 C는 감기를 예방한다.
- 사람은 뇌의 10%만 사용한다.
- 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높다.
보통의 경우라면 비타민 C를 매일 복용해도 감기에 걸릴 확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감기에 걸린 후 비타민 C를 복용해도 치료 효과는 미미하거나 거의 없는데, 감기의 기간을 약간 단축하거나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뇌 영상 연구에 따르면, 휴식 중이든, 특정 과제를 수행하든, 뇌의 대부분 영역은 일정한 수준으로 활성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손가락을 움직이기만 해도 운동피질뿐 아니라 시각, 청각, 전두엽의 여러 보조 영역까지 동시에 활성화된다. 그런 이유는 뇌의 90% 이상이 구조적·기능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네트워크 형태로 협력하기 때문으로, ‘비활성 영역’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10% 신화’는 근거 없는 허구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우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이 사고로 인한 사망률보다 약 5배 높고,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확률을 보인다.
이런 편향은 연예인이나 정치인처럼 대중적으로 알려진 특정 개인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여러 매체에서 반복되면, 실제 증거가 없어도 사람들이 ‘그럴듯하다’고 믿게 만든다. 또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특정 구호나 메시지를 계속 들으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사람들은 그 메시지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에 더해 SNS에서 제공하는 알고리즘이 유사한 정보나 밈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가짜 뉴스나 왜곡된 정보를 더 진실인 것으로 인식되게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편향은 어떤 정보가 거짓인지 몰라서, 즉 단순히 지식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내슈빌 밴더빌트 대학교 심리학자 파지오는 사람들이 사전에 지식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반복적으로 그것에 반하는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다 보면 그것을 진실처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예를 들어 ‘감자는 땅 위에서 자란다’처럼 실험참가자들이 명백히 거짓이라고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일부에게는 잘못된 정보를 한 번만 제시하고, 또 다른 일부에게는 반복해서 제시한 후 그 문장에 대해 진실성을 평가하도록 했는데, 모든 연령대에서 반복해서 제시한 경우가 한 번만 제시한 경우보다 그 정보를‘더 진실하다’고 평가했다. 즉, 기존에 지식을 가지고 경우에도 반복 노출이 진실성 판단에 강력한 영향을 준 것이다. 그런 이유는 사람들이 진실에 대해 판단할 때 ‘논리적 검증’보다 ‘인지적 처리의 용이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복 노출은 정보를 더 쉽고 빠르게 처리하게 만드는 처리 유창성을 높이고, 사람들은 이 유창함을 정보가 진실하다는 신호로 오해한다. 그 결과 잘못된 정보에 반복 노출될 경우, 사실 여부를 알고 있어도 ‘익숙함에 의한 진실’이 강화될 수 있다.

이런 경향은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시난 아랄 교수팀이 트위터에서 확산된 126,000건 이상의 뉴스가 전달되는 흐름을 분석한 연구에서 확인되었는데, 허위 정보(Falsehood)가 사실 정보(Truth)보다 훨씬 빠르고, 멀리, 그리고 광범위하게 퍼졌다. 예를 들어 사실 정보는 1,500명에게 도달하는데 약 60시간 정도가 걸린 반면, 허위 정보는 약 10시간 밖에 걸리지 않아 허위 정보가 사실 정보보다 약 6배 빠르게 퍼져나갔다. 또 허위 정보는 사실 정보보다 리트윗 될 확률이 70% 더 높았는데, 사실 정보는 최대 10~12단계에서 멈춘데 비해 허위 정보는 최대 24단계까지 전파되었다. 특히 이런 확산 효과는 정치 관련 허위 정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연구팀은 허위 정보가 더 빠르게 퍼지는 이유로 신기함 가설(Novelty Hypothesis)을 제시했다. 허위 정보는 사실 정보보다 내용면에서 더 새롭거나 자극적인 경향이 있는데,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자신을 ‘정보를 아는, 사정을 꿰뚫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심리가 공유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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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의 생성과 확산에는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과 조회수가 곧 돈이 되는 구조적 문제도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즉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제목은 클릭을 유도하고, 클릭이 많아지고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하여 더 많은 노출이 가능해진다. 그 결과 돈이 되는 구조에서 가짜 뉴스는 빠르고, 멀리, 강하게 퍼져나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가짜 뉴스는 그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걸러지지 않은 채 확대 재생산되어 퍼져나간다는 점이다. 특히 감정적으로 자극적인 메시지와 반복 노출은 개인의 의견을 형성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특정 사안에 대해 단순히 지식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편향을 막을 수 없다. 반복 효과와 감정 반응은 지식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내가 소비하고 생산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볼 줄 아는 능력이다. 즉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미디어 정보제공자가 우리가 어떤 것을 믿게끔 유도하기도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가짜 뉴스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자료의 출처를 먼저 확인하는 것, 또 뉴스가 한쪽 의견 혹은 특정 관점으로 편향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것 등이 있다. 또, 감정적인 반응이 강하게 일어나는 정보는 특히 주의해서 진위를 판단해야 한다. 정보제공자는 사실에 입각하기보다는 음악, 이미지, 선동적 문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감정 자극 도구를 활용하여 특정 의견의 설득을 시도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가뜩이나 바쁘고 할 일이 많은 우리의 뇌는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익숙한 것을 사실로 처리하고 다른 과제에 에너지를 쓰려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보의 진실 여부를 판단할 때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때도 있고, 때에 따라 심사숙고해야 할 때도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잘못된 정보는 개인이 이성과 분석적 사고를 활용하지 못할 때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추론과 성찰에 더 많이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가짜 정보나 주장에 속을 가능성이 적었다. 결국 좋은 판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인지적 자원을 쓰고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구자복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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