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People] KIA 타이거즈 양현종

언제나 몇 번이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항상 자리를 지키고, 함께하는 얼굴들이 하나둘씩 바뀔지언정 자신만큼은 변하지 않는 이. 너무 오래, 그리고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 탓에 가끔은 그 존재가 당연하게 여겨질 때도 있었다. ‘늘 그랬듯 잘 해낼 거야’, ‘지금은 부진해도 결국엔 제자리를 찾을 거야’라는 맹목적인 믿음. 하지만 그 익숙함은 사실 매 순간 자신을 단련하며 증명해 온, 치열한 과정에서 비롯된 특별함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자신을 필요로 할 때마다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마음속에 누구보다 큰 사람이 된 양현종. 그는 늘 그랬듯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힘차게 공을 던지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KIA 팬들의 ‘믿는 구석’으로 자리할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54번을 단 채, 언제나 몇 번이라도.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Mingyu Kim Location Gwangju-Kia Champions Field

#영원히 타이거즈

표지 모델로 만난 게 37호(14년 5월 호)니까, 벌써 10년도 넘었네요. 감회가 어때요? (1월 16일 인터뷰)
항상 새롭고 재밌어요. <더그아웃 매거진>은 인터넷으로 볼 때마다 매년 선수들을 멋있게 찍어 주신다는 인상을 받거든요. 늘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주신다고 생각합니다. 출연하는 선수들도 항상 뿌듯하다고 하더라고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세월인데, 과거의 본인과 비교하면 뭐가 다르다고 느끼나요?
늙었죠. 제법 늙었어요. (웃음) 얼핏 보면 안 달라졌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자세히 보면 피부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처진 상태예요. 특히 어린 선수들 옆에 있으면 비교가 될 수밖에 없어요. (공교롭게도 아까 신인 선수들이 모여 있을 때 들어왔잖아요.) 젊음이 부럽다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새해가 된 지 2주 정도 지났어요. 2026년의 시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늘 그랬듯이 가족들이랑 새해를 맞았죠. 올해를 어떻게 보낼지 얘기도 나누고요. 무엇보다 가족 모두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지금처럼 건강하게 지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본인의 FA 계약 소식을 기다리는 팬이 많았어요. 계약을 마치고 나서 누가 제일 빠르게 연락을 줬나요?
사실 계약하자마자 운동하러 가야 해서, 야구장에서 개인 운동을 하고 있던 선수들이랑 곧바로 만나서 인사를 나눴어요. 정장을 입고 가니까 다들 축하한다고 얘기해 줬고요. 근데 이적한 것도 아니고 계속 이 팀에 남아 있는 거니까, 그렇게 특별한 감흥이 있진 않았어요. 약간은 무뎌졌다고 해야 할까요? 이 야구장에서 지내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됐어요.

#대장 호랑이

올 시즌 주장은 누가 맡을 예정인가요?
(나)성범이가 하지 않을까 싶어요. (본인과 비교했을 때 리더십 스타일에 차이가 있나요?) 깊게 들어가면 살짝 달라요. 성범이는 성격이 둥글둥글하거든요. 저도 매 순간 무섭게 분위기를 잡는 선배는 아니지만,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따끔하게 혼을 내는 편이에요. 성범이는 약간 보듬어 주는 스타일이고요.

작년 스프링캠프에서는 김태형을 상대로 깜짝 카메라를 하기도 했잖아요.
그때가 마침 훈련이 한창 힘든 시기였는데, 태형이가 마이크를 차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준영이를 비롯해 중고참 투수들에게 “우리 장난 한번 쳐 볼까?” 하고 얘기를 나눴는데, 잘 먹힌 거죠. 근데 제가 어떤 캐릭터인지 잘 아는 선수들은 일찌감치 장난인 걸 알아차렸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진짜로 무서웠다고 하더라고요.

의도치 않게 주변 사람들을 다 속인 게 돼 버렸네요.
PD님들께도 미리 공유해 드렸는데,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화를 낸 적이 잘 없다 보니까 알면서도 놀라셨대요. 순간 진짜인가 싶어서 카메라를 끌 뻔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그런 상황을 즐기는 타입이라 만족스러웠죠. 물론 거기서 태형이가 울 줄은 몰랐지만요. 근데 생각해 보니 태형이 입장에서 제 나이가 어느덧 제가 신인일 때 이종범 선배님 정도인 거예요. 제가 스무 살이었을 때 이종범 선배님께서 이런 장난을 치셨다고 상상하니… 저라도 울었을 거예요.

타이거즈가 전통적으로 그런 짓궂은 장난을 종종 치는 분위기였나요?
전통이라고 할 만한 건 아닌데,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한두 명이 주도해서 장난을 치곤 하죠. 예전에는 코치님들이랑도 어울려서 뭔가를 꾸미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런 걸 주도할 사람이 저밖에 없으니까 더 앞장서는 편이에요. 이왕 할 거면 제대로 각을 잡고 하려 합니다. (김태형이 하필 잘못 걸린 거였네요?) 마침 신인이었고, 마이크를 차는 걸 보자마자 딱 판을 짜야겠다 싶었죠. 사실 스프링캠프가 일정이 계속될수록 힘들고 지루해지거든요. 그럴 때마다 분위기도 반전시킬 겸 한두 번씩 장난을 치곤 해요.

본인의 뒤를 이을 ‘장꾸’ 후보에는 누가 있나요?
꽤 있죠. (이)의리도 짓궂은 행동을 곧잘 하고요. 중고참 중에서는 (전)상현이가 덤덤하면서도 은근히 무서운 캐릭터거든요. 걔가 하면 제대로 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년까지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18번째 시즌을 치렀어요. 2025시즌을 간단하게 평가해 본다면요?
만족스러운 게 없던 한 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스스로 창피했고, 반성할 것밖에 없는 시즌이었어요. 몇 가지 누적 기록을 달성하긴 했지만, 그건 지난 1년의 성과를 대변하는 수치는 아니니까요. 작년을 돌이켜 보면 그냥 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밖에 없어요.

하지만 역대 두 번째 180승, 역대 최초 2,100탈삼진, 11시즌 연속 150이닝 등의 기록들은 결코 쉽게 달성할 수 없는 금자탑이잖아요.
사실 크게 감흥은 없어요. 그 어떤 성적을 올리더라도 저 자신에게는 팀 성적에 관련된 질문을 던지는 스타일이라서요. 1년 동안 팀 성적에 보탬이 되지 않았는데 저만 어떤 기록을 세웠다고 해서 만족할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은퇴하신 선배님들은 나중에 그런 기록 하나하나가 떠오를 거라고 하시지만, 전 아직 현역이잖아요. 그래서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하면 제가 속한 팀이 더 잘할 수 있을지가 주된 관심사예요.

대기록을 달성할 때마다 후배들에게 열렬한 물세례를 받더라고요. 평소 후배들에게 물을 적극적으로 뿌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본인도 그렇게 맞을 거라고 각오하는 편인가요?
인터뷰가 시작할 때부터 각오하고 있죠. (웃음) 근데 그게 결국은 저희가 한 팀이라는 증거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팀원들이 축하받는 자리가 있으면 열심히 축하해 주는 거고요.

항상 앞장서서 물을 뿌리는 후배는 누구예요?
요즘에 의리가 꽤 열심히 하더라고요, 의리가 아직 나이는 어려도 장차 팀을 이끌어야 할 선수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한 발 나서서 하려는 모습이에요. 그런 게 보기가 좋고요. (연차 차이가 꽤 나는데, 그렇게 세리머니를 하고 나서 나중에 이의리가 머쓱해 하진 않나요?) (손사래) 늘 ‘이의리답게’ 행동하는 친구입니다. 걔는 그런 거 없어요.

#관리하는 남자

‘사인 예쁘게 받는 법’을 알려 주는 영상이 화제였어요. 영상이 나간 이후로 팬 서비스 현장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엄청나요. 요즘은 팬분들한테 사인을 해 드리려고 할 때마다, 사인받으시는 분 주변에서 “옷은 삼각형으로 잡으셔야죠! 유튜브 안 보셨어요?” 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이왕이면 저도 예쁘게 사인을 해 드리고 싶어서 찍은 영상이었는데, 그런 식으로 팬분들도 협조해 주시니까 서로 만족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뿌듯해요.

선크림을 열심히 바르는, ‘관리하는 야구선수’로 유명하잖아요. 요즘도 여전한가요?
사실 겨울에는 아예 안 발라요. 사복 입을 때도 안 바르고, 시즌 중에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바르는 편입니다.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햇빛 차단하는 용도로만 바르는 거죠. 그리고 이런 말이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는데, 저는 피부가 원체 잘 안 타는 편이에요. (근데 왜 그렇게 듬뿍 바르는 거예요?) 더 안 타려고 노력하는 거죠. 햇빛에 노출되면 자꾸 뭐가 나는 게 신경이 쓰여서 관리하는 거지, 피부가 하얀 건 솔직히 타고난 겁니다.

그래도 이쯤 되면 선크림 광고나 협찬이 제법 들어올 법도 하겠는데요?
안 그래도 화장품 협찬이 들어왔습니다. (히히) 선크림, 클렌징, 로션 같은 걸 다 회사에서 제공해 주셔서 잘 쓰고 있어요. 그럴 때는 선크림 열심히 바르길 잘했다 싶긴 합니다. 그렇게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았으면 이런 기회가 안 왔을 테니까요.

피부만큼 따로 관리하는 부분이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 세안을 찬물로 했어요. 옛날엔 딱히 효과를 의식하고 했다기보다는 그냥 개운해서 그런 건데, 나중에 알아보니까 모공 관리 측면에서도 찬물 세안이 효과가 있다더라고요. 그래서 잘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후배 중에도 본인처럼 관리하는 선수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어린 선수들은 잘 모르겠네요. 다들 뭔가 잘 챙기고 있지 않을까요? (다른 코너 인터뷰에서 들은 건데 피부과에 다닌다더라고요. 괜찮은 곳이 있으면 서로 소개도 해 준대요.) …세상이 참 좋아졌네요. 제가 신인 때 그랬으면 선배들한테 혼나지 않았을까요? (장난) 저는 피부에 뭐 나거나 할 때만 1년에 네다섯 번 정도 가지, 관리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다니진 않아요.

안경이 잘 어울린다는 건 익히 잘 알려져 있죠. 안경을 고르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요?
사실 안경도 협찬으로 받습니다. (웃음) 그동안 여러 가지 디자인을 써 봤는데, 동그란 게 제일 잘 어울리는 느낌이긴 해요. 사각형은 살짝 올드한 느낌…? 조금 나이 들어 보이더라고요.

#투수진의 중심

비시즌에 담양으로 투수조 MT를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처음엔 1군 투수들만 모아서 다녀오자는 취지였는데, 상현이가 “형, 이왕 갈 거면 다 같이 가시죠!”라고 해서 규모가 커졌어요. 그 과정에서 제 입김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젠 후배 투수들이 먼저 계획을 짠 다음에 저한테 “형,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보면 “마음대로 해라~”라고 하는 편이거든요. 이제 제가 간섭할 시기는 지났으니까요. 여하튼 그렇게 가기로 했는데, 42명이 왔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봤을 땐 깜짝 놀랐죠.

꽤 대규모였을 텐데, 분위기는 어땠나요?
정말 재밌게 놀았어요. 게임도 하고, 축구도 하고, 족구도 하면서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게, 사실 한 팀이라고 해도 얼굴을 모르는 선수가 꽤 있거든요. 근데 이번에 함께 놀고 나니까 한 명 한 명 얼굴을 익힐 수 있었어요. 그래서 프로필 촬영하러 왔을 때도 ‘아, 얘가 그때 걔구나’라는 마음에 반갑기도 했고요.

전상현이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양현종 선배를 언제 보겠나’라며 인원을 모았다고요.
상현이가 그랬다곤 하는데, 꼭 그렇다기보다도 다들 이런 자리에 끼고 싶었던 게 컸겠죠. 그래도 괜히 기분이 좋긴 하더라고요. 만약 제가 어렵거나 불편한 사람이었다면 다들 안 오고 싶었을지도 모르잖아요. 근데 다들 안 빠지고 와 준 덕분에 다 함께 어울려서 놀고, 얘기도 많이 나눌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나 조금 잘 살았구나’라고 생각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준영의 말에 따르면 ‘선발 등판 날이 아니면 그냥 친한 동네 바보 형’으로 통한다고 들었어요.
동의해요. 말씀하셨다시피 장난을 너무 좋아해요. 처음 보는 선수들은 놀랄 수도 있겠다 싶은데, 제 천성이 이래서 아마 은퇴할 때까지도 변함은 없을 듯해요. (안 그래도 어제 김규성이 촬영할 때도 멀리서 농담 한마디 얹었잖아요.) 나이 먹고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 게 왜 이렇게 재밌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애들 보면 장난치고 싶고, 괴롭히고 싶고. 뭔가 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어요.

대신 선발 등판 날에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지나 봐요.
여전히 긴장되고 머릿속에 생각도 많아져요. 계속 집중하려고 하다 보니까 표정도 없어지고요. 사실 이런 고민도 해 봤어요. 나이가 들어도 등판하는 날마다 고통스럽다 보니까 마음가짐을 바꾸면 어떨까 하고요. 근데 만약에 제가 선발 등판하기 직전에도 다른 날처럼 장난치면서 높은 텐션으로 있다가 투구 내용이 나쁘기라도 한다면…? 그건 팀원들한테 예의가 아니잖아요. 혹자는 “선배님도 한 게임 정도는 못 던질 수 있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 그런 얘기를 듣는 게 너무 싫었어요. 적어도 제가 맡은 경기에 나가는 순간만큼은 전력을 다해야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선발 등판 날에는 웃음기를 빼고 진지한 모습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확실히 팀에 대한 마음이 깊다는 게 느껴져요.
팀이 잘하면 모든 게 좋다는 게 제 지론이에요. 뭐가 어떻게 되든 팀이 이기면 로커룸의 분위기가 밝아지잖아요. 마음 같아서는 매년 144승을 하고 싶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죠. 그래서 조금이라도 제가 팀 승리에 이바지할 수 있는 때일수록 팀을 더 생각하게 돼요.

#타이거즈 정신!

‘사이버 윤석민’ 채널에 출연해서 타이거즈 선후배들과 글램핑을 다녀왔더라고요.
오랜만에 형들이랑 같이 있다 보니까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서 재밌었어요. 제가 원체 형들을 잘 따르는 성격이라 편하기도 했고요. 지금 팀에서는 제가 연차도 쌓이고, 후배들을 끌어야 하는 위치라서 신경 써야 할 게 많거든요. 겉으로는 막 장난을 쳐도 나중에 방에 들어와서 ‘내가 너무 심했나?’ 이렇게 후회도 자주 하고요. 근데 형들 앞에서는 마냥 어렸을 때처럼 있어도 되니까 비교적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이 나요.

형들한테도 장난을 곧잘 치는 후배였나 봐요?
장난 아니었죠. 근데 일단 함께 간 형들도 만만치 않았어요. 석민이 형은 말할 것도 없고, (곽)정철 코치님, (진)해수 형, (이)범석이 형까지… 사실 저도 보고 배운 거예요. 그렇게 노는 게 즐겁고, 행복했거든요.

말 나온 김에 묻자면, ‘타이거즈 정신’이 뭔가요?
사실… 저도 잘 몰라요. (외면) 근데 이게 카메라가 있을 때 얘기하면 안 되는 내용이에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비방용으로 가득한 것들이라서 저도 다른 곳에서 잘 언급하지 않던 거였는데, 정철이 형이 그날 막 엄청나게 써 왔더라고요. 물론 타이거즈 정신이 살짝 엄격한 규율 속에서 피어난 선후배의 끈끈함을 강조하는 바람직한 내용…이긴 하지만, 차마 공개할 수가 없네요. 대신 시즌이 시작되면 로커룸에만 붙여 놓을 거예요. (은퇴하면 공개할 수 있나요?) 그건 진짜 안 됩니다. (삐질)

그걸 열심히 써 온 곽정철 코치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방송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다 그러려니 했잖아요? 원래 그런 형이에요. 글쎄, 세상에 그걸 5일 동안 썼다는 거예요. 매사에 진지하고 모든 면에 진심인 형이라서 크게 놀랍진 않았어요. 만약 석민이 형이 그랬다? 다들 충격이었겠죠. 근데 정철이 형이었잖아요. 충분히 그러고도 남죠.

갸티비에서 양현종 마킹 유니폼을 중고 거래로 판매하는 콘텐츠를 찍었잖아요. 반대로 본인의 마킹 유니폼을 중고 거래로 사 보는 콘텐츠를 찍으면 어떨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제가 갸티비에 제안해 봤어요. 매물로 나온 제 유니폼을 직접 가서 사 보자고요. 왜 파는지 직접 묻고 싶거든요. 물론 서운하긴 하겠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을 테니까 순수하게 호기심이 들더라고요. “다른 선수 유니폼도 있을 텐데, 왜 하필 제 유니폼이죠?”라고 질문하고 싶어요.

만약 그런 상황이면 가격이 얼마 정도여야 납득할 수 있을까요?
웬만하면 괜찮은데 만 원, 2만 원 정도면 좀 상처받겠는데요? 그래도 제 유니폼인데. (서운)

#언젠가 맞이할 그날

리빙 레전드의 길을 걸어가고 있어요. 남은 선수 생활 동안 이루고 싶은 게 있나요?
우승은 한 번 더 해 보고 싶어요. 가끔 유튜브에 저희가 우승했을 때 영상이 뜨는데, 엊그제도 그 당시에 샴페인 파티했던 장면을 돌려봤거든요? 문득 그 순간을 다시 맞이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게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까, 또 해 보고 싶은 거죠. 이젠 세부적인 기록보다도 제가 열심히 해서 팀이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게끔 하는 게 목표예요. 통산 누적 기록도 결국엔 제가 잘해야 따라오는 거니까요. 그러기 위해서 절대 스스로 타협하거나 게을러지지 않을 거예요.

베테랑으로서 신인 선수들에게 조언을 남겨 본다면요?
재밌게 했으면 해요. 제가 신인이었을 때는 그러질 못했거든요. 물론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는 마냥 즐기기만 할 수는 없겠지만, 신인 선수들은 모든 게 처음이잖아요. 그때는 어떤 실수를 해도 누구나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눈앞에 놓인 상황을 즐기고, 최대한 경험을 쌓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본인도 앞장서서 후배들을 용서해 줄 건가요?
전 항상 해 주죠. 신인들은 무슨 행동을 하든, 야구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든 용서할 수 있어요. 하지만 2년 차가 됐을 땐 냉정해지겠죠. 의리나 (윤)영철이 같은 친구들도 신인 시절엔 다 용서받았지만, 그다음 해부터는 싫은 소리도 하면서 조금씩 무거운 이야기도 해 줬던 기억이 나요.

10년 전 인터뷰에서 “10년 후에는 은퇴 준비를 하고 있을 것 같다”라고 했어요.
맞잖아요? 당연히 상상은 하고 있죠. 10년 전에는 마냥 즐겁게만 야구를 했는데, 지금은 바로 옆에 있던 형들이 하나둘씩 떠나갔으니까요. 작년에 (오)승환이 형 은퇴식 날에 제가 선수협 회장 자격으로 감사패를 드리러 단상에 같이 올라갔는데, 그날 마음이 복잡미묘했어요. 단순히 슬프다는 감정을 넘어서, 이젠 은퇴가 남 얘기 같지 않은 느낌? 당장 은퇴 후 계획을 세운다는 건 아니지만, 저도 슬슬 은퇴라는 걸 맞이할 시기가 온다는 걸 느껴요. 근데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최)형우 형을 보면 더 해야겠다 싶네요. (웃음) 저보다 5살 많은 형도 그렇게 건재한데, 지금 제가 이런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죠. (최형우는 은퇴 얘기를 안 꺼내나요?) 절대 안 해요. 그 나이면 은퇴를 염두에 둘 법도 한데, 아예 안 하는 걸 보면 그게 맞는 듯하기도 하고… 요새 두 개의 자아가 왔다 갔다 하네요.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는 뭘 하고 있을 것 같나요?
10년 후… 2036년이겠네요. 그냥 야구장에서 치맥도 먹고 경기도 보는 팬의 삶을 살지 않을까요? 이름이 알려진 삶이라는 게 꽤 힘들거든요. 나중에는 남의 눈치 신경 쓰지 않고 한번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이를테면 가족들이랑 야구장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팀이 졌을 때 편하게 욕도 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어요. (현장에 남을 의향은 없나요?) 나중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은 딱히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진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 주시는 타이거즈 팬분들에게 인사 부탁해요.
저희 선수들 모두 지난 시즌에 좋은 모습 보여 드리지 못해서 죄송했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마음을 잘 간직하고 있을 테니까,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아직 날씨가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요!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79호 (3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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