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눈물 터진 뉴진스 하니 "인간으로 존중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 없잖아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
소속사 김주영 어도어 대표도 증인으로 출석

뉴진스 멤버 하니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마지막 발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인간으로서 서로 존중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는 없지 않을까요."

아이돌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신이 당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증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니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고용부 소속 기관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갈등 과정에서 발생한, 문화예술 노동자로서의 아이돌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진술하기 위해서였다. 하이브가 임명한 김주영 어도어 대표도 증인으로 출석해 하이브의 입장을 밝혔다.

하니 "다른 그룹 매니저가 '못 본 척 무시해'라고 말해"

하니는 지난달 뉴진스 멤버들과의 유튜브 라이브방송에서 하이브 산하 다른 소속사의 그룹 매니저가 자신을 따돌렸다고 주장했다. 팬들은 서울지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고, 고용부 고객상담센터에도 수백여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하니는 국감에서 당시 주장을 반복하며 “하이브 사옥에서 그 매니저가 다른 그룹 아이돌 멤버들에게 ‘못 본 척 무시해’라고 했고, 이런 문제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니는 “여기 나오지 않으면 (따돌림 사건이) 조용히 넘어가고 묻힐 것 같아 출석을 결심했다”며 “선배든 후배든, 동기나 연습생들이든 (문화예술 노동자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는 통역 없이 발언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하니의 주장을 믿고 있다”면서도 “양쪽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여지를 두었다. 다른 그룹은 아일릿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소속사는 매니저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상태다. 김 대표는 증거 자료에 대해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룹 뉴진스의 하니(왼쪽 사진)와 김주영 어도어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각각 참고인,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김주영 어도어 대표 "주장 엇갈리나 입증 자료 없어"

하니는 뉴진스가 어도어의 모회사인 하이브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직장인들의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서 직원들이 뉴진스를 욕한 것도 봤고 단지 느낌이 아니라 회사(하이브)가 우리를 싫어한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데뷔 초부터 어떤 높은 분을 자주 마주쳤는데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았다"며 “직장 내 위아래(관계)를 떠나 인간으로서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높은 분'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 대표는 “아티스트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소통을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노동청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니는 국감을 마치고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면서 “울고 싶진 않은데 눈물이 안 멈춘다”고 적었다.

환노위원들, 엔터 산업 모르며 질문...'성과 없어'

뉴진스 멤버 하니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하니를 출석시킨 것에 대해 “850만 명에 육박하는,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실을 다루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감에선 하니가 제기한 따돌림 사건의 내용이나 엔터테인먼트 업계 실정을 모르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져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하이브가 2022년 노동자 과로사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김 대표는 "질환으로 사망했다"며 부인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김민지 인턴 기자 maymay05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