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후 첫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며 전작권 전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점검에 나섰다고 국내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전시작전권 환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전시 탄약 확보' 기준을 우리 군이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양국이 전작권 전환을 위해 설정한 약 150가지 세부 조건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웠던 이 항목을 처음으로 통과했다는 소식은 한국군의 자주국방 능력이 한 단계 더 성숙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약 90%의 조건을 달성해온 우리 군이 이번에 핵심 과제 하나를 더 해결하면서 전작권 환수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입니다.
과연 '전시 탄약 확보'란 무엇이고, 왜 이렇게 중요한 조건이었을까요?
70년 만의 숙원, 전작권 환수를 향한 긴 여정
전시작전권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가 미군에게 넘긴 권한으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미연합군을 지휘하는 권한을 의미합니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권한은 미군이 보유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자국 영토에서 벌어지는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작전 지휘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죠.

역대 정부마다 전작권 환수를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되거나 연기되어 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리 군의 독자적 전쟁 수행 능력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미군 없이도 북한의 전면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지, 충분한 장비와 탄약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했던 것이죠.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3가지 대조건과 약 150가지 세부 조건을 설정했습니다.
이 중에서도 '전시 탄약 확보'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까다로운 조건 중 하나로 꼽혀왔습니다.
왜 탄약이 이렇게 중요한 걸까
전쟁에서 탄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아무리 최첨단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어도 탄약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죠.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은 "결국 탄약 보유량이 전쟁 수행 능력을 좌우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한반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북한이 전면 공격을 감행할 경우 초기 몇 주간이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됩니다.
이 시기에 충분한 탄약 없이는 북한군의 공세를 막아낼 수 없고, 외부 지원을 받기까지 버텨낼 수도 없습니다.
군 고위 관계자는 "한미가 매년 전작권 전환을 위해 여러 항목을 평가하는데 탄약의 경우 한 번도 기준치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올해 처음 달성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까다롭고 중요한 조건이었다는 뜻이죠.
단순히 탄약 개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시 탄약 확보' 기준은 단순히 탄약을 많이 비축해놓는 것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습니다.
합참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평가는 크게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합니다.

먼저 북한과 전쟁 시 초기 일정 기간 남한을 방어할 수 있는 탄약의 양입니다.
이는 각종 화포탄, 미사일, 소총탄 등 모든 종류의 탄약을 포괄하며, 예상되는 전투 강도와 지속 기간을 고려해 계산됩니다.
두 번째는 저장시설입니다.
아무리 많은 탄약을 보유해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면 의미가 없죠.
특히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지하 탄약고와 분산 저장 체계가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전쟁 중 생산라인입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탄약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평가 대상에 포함됩니다.
이는 한화시스템, 풍산 등 국내 방산업체들의 생산 능력과 직결되는 부분이죠.
조용히 진행된 탄약 확보 노력들
우리 군이 이번에 전시 탄약 확보 기준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몇 년간 조용히 진행된 대규모 탄약 확보 노력 덕분입니다.
지난 10년간 국방비가 크게 증액되면서 탄약 구매와 생산 시설 확충에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현대전에서 탄약 소모량이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으면서 탄약 비축 기준도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전쟁 초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탄약을 소모하며 보급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우리 군도 더욱 보수적인 기준으로 탄약을 비축하게 된 것이죠.
국내 방산업체들의 생산 능력 향상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한화시스템의 K9 자주포탄 생산라인 확충, 풍산의 소총탄 및 포탄 생산 시설 현대화 등을 통해 전시 생산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아직 남은 과제들, 특히 감시정찰 능력
전시 탄약 확보 기준을 달성했다고 해서 전작권 환수가 당장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충족해야 할 조건들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군 관계자에 따르면 향후 전작권 환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자체 감시 정찰 능력' 등의 항목도 기준을 달성해야 합니다.

감시정찰 능력은 북한 전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적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현재 우리 군은 백두산급 정찰위성과 425사업으로 도입되는 고고도 무인정찰기(Global Hawk) 등을 통해 이 능력을 구축하고 있지만, 아직 미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전략적 의사결정 능력, 연합작전 수행 능력,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등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들입니다.
특히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은 여전히 미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죠.
정치적 변수가 더해진 전작권 이슈
흥미롭게도 현재 전작권 전환 논의에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되었습니다.
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재조정 구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작권 전환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이슈고, 미국도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에 전작권을 이양하면서 주한 미군의 규모·지위·구성을 변경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과거 단순히 군사적 능력만으로 판단되던 전작권 전환이 이제는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작권 전환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 현 정부로서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동력이 있습니다.
다만 정부 당국자가 "이제 협의를 해봐야 하는 난제"라고 표현한 것처럼, 실행 과정에서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복잡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전시 탄약 확보 기준 달성으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전작권 환수, 과연 언제쯤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한미 협상 과정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