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패션위크의 하이라이트가 된 브랜드 디자이너 라울 로페즈 인터뷰
10년의 여정 끝에 마침내 패션계에서 반항적인 아웃사이더로 인정받는 디자이너 라울 로페즈.
해당 기사는 i-D의 ‘The New Wave’ 이슈, no. 373, 가을/겨울 2023에서 발췌했습니다. 주문은 여기서.
라울 로페즈(Raul Lopez)는 절제하는 법을 좀처럼 모르는 디자이너다. 그의 이름을 거의 내건 브랜드 루아는 (그의 이름을 거꾸로 읽어 보자!) 1990년대 브루클린 스타일을 옮겨다 놓은 것처럼 뻔뻔하고 반항적이다. 그 과장스러운 실루엣은 못지않게 개성이 강한 이들에게 사랑받는다. ‘과한’ 감각은 이제 뉴욕 패션 위크의 하이라이트가 된 브랜드의 쇼를 정의한다. 무도회장을 방불케 하는 루아의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당당하게 런웨이를 활보하고 포즈를 취하면 탄성과 기립박수가 터져 나온다. 루아의 에너지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발칙함'일 것이다.
인더스트리 시티(Industry City) 지하의 스튜디오에서 2024년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이기 하루 전, 로페즈가 쇼의 기획 의도를 말했을 때 놀랄 수밖에 없던 이유가 여기 있다. “나는 상식을 벗어난 실루엣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시즌에는 클래식 실루엣에 경의를 표하고 이를 루아식으로 재해석했다. 좀 단순하게 생각하고 나도 느긋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을 뼛속 깊이 외향적인 탐미주의자로 여기는 그이기에 더 놀랍다. “아이일 때부터 언제나 튀려고 했다. 어머니에게 기저귀 차림에 진주를 두르고 에어 포스 원을 신은 내 사진이 있다.” 컬렉션의 핵심 메시지에 대한 그의 설명을 들으면, 현재 패션계를 장악하고 있는 ‘조용한 럭셔리’나 90년대 미니멀리즘에 루아가 밀릴 거라는 두려움은 잊게 된다. 로페즈가 농담하며 말하기를 “이번 시즌의 콘셉트는 섹시한 오순절주의 신자다.” 그는 올 초 그의 가족이 뿌리를 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우연히 마주친 특별한 장면이 이번 컬렉션의 영감이 됐다고 했다. 동쪽 해안, 한마을에 있는 친구 집 앞에 차를 세운 그는 눈앞에 분열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았다. “한편에는 신도들이 임시로 만들어 놓은 교회가 있었다. 의자를 꺼내고 강단을 세워 뒀다. 여자가 설교를 시작하면 스피커가 크게 울렸다. 다른 한편에서는 성 노동자들과 수건을 두른 남자들 등이 술과 약에 취해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병치된 두 장면은 분명 동떨어진 것 같지만, 로페즈는 그 사이에 있는 뜻밖의 공통점을 봤다. “두 쪽 모두 구원자를 찾고 있다.”
“한 여자가 아마 ‘예수를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목사 쪽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와서 주먹 인사를 하며 맥주를 건네주면 다시 반대쪽으로 끌려간다. 설교를 듣고 있는 사람들 쪽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반대쪽을 바라보며 은혜에 반하는 게 어떤 일일지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그러다가 목사가 복음을 날카롭게 설파하면 다시 정신을 차릴 거다.”
로페즈는 이 영화 같으면서도 혼란스러운 풍경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도미니카공화국 국가(國歌)에서 영감받아 컬렉션을 ‘Socorro’라고 이름 붙였다. 스페인어로 ‘도움’ 혹은 ‘구원’을 의미한다. 그가 장난기를 담아 말하기를 이는 “양쪽에 있는 사람들 모두 서로 다른 이유로 무릎 꿇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단어다. “하지만,” 사뭇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구원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우리는 그게 뭐든 도움을 필요로 할 뿐이다.”
종교적 신실함을 탐구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정하고 바른 이미지를 기대받게 된 이번 컬렉션에서는, 그동안 루아가 선보여 온 것 중 테일러링이 가장 빈번히 보였다. 로페즈에 따르면 “입는 순간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크림 톤의 크레이프 셋업은 일요일에 입기 제격이다. 룩을 완성한 오스트리치 텍스처 인조 가오리 가죽 소재의 애나 백은 엄마나 할머니가 들 법한 핸드백에서 영감받아 만든 브랜드 시그니처다. 구조적인 어깨 라인과 새틴 넥타이 룩은 로페즈가 도미니카공화국 해안 마을에서 본 “폴로 셔츠에 카고 팬츠를 입은 오순절주의 신자들”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이 단정함과 상반된 쾌락주의적인 룩도 있다. 크랙 비닐 러플 스커트를 입은 남자 모델들이 있었고, 원숄더 탑과 손바닥만한 브리프는 섬세한 저지 드레이핑 디테일과 큼직한 L 로고 버클 여밈으로 돋보인다.
한 피스 내에 미묘한 이중성이 담긴 아이템도 있다. 크레이프 재킷과 맥시 스커트는 패널을 따라 달린 버튼을 여닫아 피부를 드러내거나 감추도록 연출할 수 있다. 뫼비우스의 띠를 닮은 드레이핑 디테일, 울 코트, 스커트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윌리엄스버그 남부에서 봐 온 유대인 의복에서 따온 것으로 정강이는 감추고 종아리는 드러내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그가 말하기를 종아리는 몸에서 “과소평가 되는 부분이다! 사람들은 허벅지에 매료되곤 하지만 키튼 힐을 신은 맵시를 아름답게 완성하는 건 종아리다.”
이 컬렉션은 루아의 본질적인 감각을 반영한다. 과감하거나 ‘스트리트’ 무드가 엿보이는 드레스에 상반되는 우아함을 더해 뻔뻔함을 마모시킬 줄 아는 능력 말이다. 분위기를 자유롭게 바꿔내는 로페즈는 루아, 적어도 크레이프 패널 블레이저의 성공이 입는 이에게 선택지를 열어둔 데 있다고 봤다. 피부를 얼마큼 드러낼지는 입는 사람에 달려있다. 다만 그의 옷이 담고 있는 핵심 미션이 너그러움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모호하게 느껴진다.
루아의 컬렉션은 캐릭터가 겪는 도덕적 갈등을 둘로 분리하는 대신, 각각의 구원의 방식 모두를 포용한다. “옷을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 그것을 피부에 입음으로써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허용되지 않은 공간에 들어선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다.
로페즈는 그 자신을 위한 자신감을 찾아야 했다. 이제 루아는 뉴욕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가 됐다. 그 인정을 얻기까지 10년의 여정이 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시작부터 루아는 아웃사이더로 여겨졌다. 이제는 당당하게 로페즈의 이름을 앞에 내놓을 수 있게 됐지만, 처음 브랜드명을 지을 때 그의 이름은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을 거꾸로 읽은 별명에서 가져온 브랜드 이름 루아는 새로운 기능을 했다. 라울 로페즈라는 이름에 따를 편견을 가로막는 것이다. “나는 ‘루아’를 무기로 썼다. 사람들에게 그 뒤에 라틴계 남자가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게 거짓말하는 거다.” 그가 솔직하게 고백했다. “프랑스어 같기도 하다. 루아르. 그리고 내가 사람들 앞에 등장하면, 짜잔! 반전이다! 사실 브루클린 출신 남자가 뒤에 있는 거다.”
로페즈는 번아웃으로 2020년 초부터 18개월간 휴식 기간을 가진 바 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완성해 낸 적 없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끌려, 제도에 외면받은 이들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임무를 담담히 수행해 왔다. “뉴욕의 1세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게이로 자라며, 패션계에서 나 같은 사람이 대표성을 갖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 현상에 도전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휴대폰 노트 앱에 저장해 둔 일종의 선언문을 읽어 나갔다. “나의 옷은 미학 그 이상의 것이다. 루아는 뻔뻔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증거다. 루아는 사람들에게 벽을 깨고 자신의 고유성을 받아들이도록 영감을 준다. 이것이 핵심이고 옷은 이를 위한 매개다.” 그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루아는 내가 이 세상에서 이뤄내고 싶은 일의 일부인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Socorro’의 주제는 더없이 감동적이다. 결국 패션과 그 안에 그만의 공간을 만들어 내려는 그의 집요한 헌신은, 언제까지나 로페즈에게 구원의 길이었던 셈이다.
Photography Louise & Maria Thornfeldt
Fashion Milton Dixon III
Hair Tamara McNaughton at Bryant Artists
Makeup Dan Duran at Frank Reps using Shiseido
Nail Technician Nori at See Management using CHANEL
Photography Assistance Ben Kasun and Conor Ralph
Digital Technician Hope Christerson
Fashion Assistance Ricky Sangre and Rashied Black
Hair Assistance Jaz Shepard and LaMesha Mosley
Makeup Assistance Juna Uehara
Production Block Productions
Casting Director Samuel Ellis Scheinman for DMCASTING
Casting Assistance Evagria Serg for DMCASTING
Models Mariana Santana and Gracen Wilkins at Supreme, Alexis De La Rosa at New Pandemics, Essence Taylor at Off Shore, Tianna St Louis at Coven, Daeshawn Montgomery at AMR, Thursday at The Society and Sinn Apsara at Stetts
All clothing and accessories LUAR S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