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노벨 생리의학상 ‘광유전학’
[그림]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편집] 윤신영 기자
[기획] 사단법인 집현네트워크
1979년, DNA 이중나선의 공동 발견자 프랜시스 크릭은 뇌과학이 풀어야 할 숙제 하나를 꼽았다. 뇌를 이해하려면 수많은 신경세포 가운데 한 종류만 선택적으로 조작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1]. 그러나 당시 과학자들의 손에는 전극과 약물뿐이었다. 전극은 끝이 닿는 주변 세포를 종류와 상관없이 한꺼번에 자극했고, 약물은 넓은 영역에 퍼져 몇 분, 때로는 몇 시간씩 작용했다.
약 25년 뒤, 연못에 사는 단세포 녹조류를 연구하다가 우연하게 발견한 단백질 하나가 크릭이 상상한 도구가 될 줄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20여 년이 지난 2026년 10월 5일,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페터 헤게만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 게오르크 나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에게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수상 이유는 “빛으로 열리고 닫히는 이온 채널과 광유전학에 관한 발견”이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은 빛(opto)과 유전학(genetics)을 합친 말이다. 특정 신경세포에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의 유전자를 넣은 뒤, 빛을 비춰 그 세포만 켜거나 끄는 기술이다. 현대 뇌과학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된 지 오래다.
이 기술이 노벨상을 받은 이유는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캐묻기 위한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 기술 덕분에 뇌과학은 특정 종류의 세포를 밀리초 단위로 직접 조작해 "무엇이 무엇을 일으키는가"라는 인과관계를 시험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녹조류의 단백질은 어떻게 뇌과학자의 손에까지 들어올 수 있었을까. 이 도구는 우리에게 뇌에 대해 무엇을 알려줬을까.
| 연못의 녹조류가 빛을 느끼는 방식
이야기는 클라미도모나스 라인하르티(Chlamydomonas reinhardtii)라는 녹조류에서 시작한다. 지름 10 마이크로미터 남짓한 이 단세포 생물은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빛이 있는 쪽으로 헤엄쳐 가는 능력이 있다. 이 녹조류는 몸에 있는 안점(eyespot)으로 빛을 감지하고 두 가닥의 편모를 저어 방향을 튼다.
1990년경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생물물리학자로 연구하던 헤게만은 이 작은 세포가 어떻게 그토록 빨리 빛에 반응하는지 연구했다. 사람을 비롯해 동물의 광수용체는 빛을 받은 뒤 여러 단백질이 차례로 신호를 넘기는 연쇄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단세포 녹조류에 빛을 비추면 곧바로 안점 부근에서 전류가 흐른다[2]. 연쇄 과정들을 거치기에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으로 보아, 동물의 눈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빛을 인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헤게만은 빛을 받는 부분과 전류가 흐르는 ‘통로’가 하나의 단백질 안에 함께 들어 있을 것이라는 대담한 가설을 세웠다. 이 통로는 이온 채널(ion channel)로, 세포막에 박힌 작은 단백질 통로인데, 열리면 전기를 띤 입자(이온)가 드나들며 전기 신호가 생긴다. 예를 들어 소듐 이온(Na+)이 이온 채널을 통해 세포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 세포 안쪽의 전위가 올라가는 탈분극(depolarization)이라는 변화가 발생한다. 신경세포들은 이 과정을 거쳐 발화(firing)해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림 1).

보통 이온 채널은 화학물질이나 전압 변화에 따라 열린다. 하지만 헤게만의 가설을 설명하려면, 녹조류의 이온 채널은 ‘빛으로 작동하는’ 이온 통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증명하려면 한 가지 방법뿐이었다. 빛으로 통로가 열리는 이온 채널의 정체를 확정한 뒤, 단백질만 따로 분리해 실제로 빛으로 작동하고 이온이 흐르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작업을 해낸 것은 이온 채널 전문가 나겔이었다. 그는 헤게만 및 에른스트 밤베르크와 함께, 개구리 난모세포와 같은 다루기 쉬운 세포에 녹조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주입해 단백질을 만들게 하고 빛을 비췄다. 그 결과, 2002년 빛으로 작동하는 이온 채널 단백질인 채널로돕신-1(channelrhodopsin-1, ChR1)을 발견할 수 있었다[3]. 이듬해에는 더 유용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채널로돕신-2(ChR2)를 발견했다. ChR2는 유독 파란색의 빛에 크게 반응해 양전하를 띤 이온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는 원하는 세포에 인위적으로 ChR2를 도입한 뒤 빛을 쬐이면 마음대로 탈분극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4].
ChR2 발견의 핵심은 특정 파장대 빛과 이에 반응하는 단백질이 있다면, 세포의 전기적 성질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저 ChR2를 만들 수 있는 유전자 하나를 넣는 것만으로, 원래는 빛과 무관하던 세포가 빛에 반응하게 된다.
| 신경세포에 ‘빛 스위치’를 달다
녹조류의 스위치를 뇌로 옮긴 사람이 다이서로스다. 그는 우울증·자폐 환자를 진료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과학자다. 그가 품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뇌의 어느 회로가 켜지고 꺼져야 정상적으로 뇌가 작동하고, 무엇이 어긋나면 병이 되는가.”
2005년, 당시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었던 에드워드 보이든이 제1저자로 나선 실험에서는 ChR2 유전자를 배양한 쥐의 해마 신경세포에 도입하고 파란빛을 깜빡였다. 신경세포는 빛이 들어올 때마다 전기 신호(활동전위, action potential)를 발생시켰다[5]. 결국 이 도구를 이용하면 ChR2를 도입한 신경세포만 원하는 순간에, 밀리초(1000분의 1초) 단위로 켤 수 있게 됐다. 특정 신경세포들과 회로들을 조절할 방법이 생긴 것이다.
다음 관문은 살아 있는 동물의 뇌에서도 이것이 가능한가였다. 2007년 루이스 데 레세아와 다이서로스 공동 연구팀은 머리뼈의 작은 구멍으로 가느다란 광섬유를 넣어 뇌 깊은 곳까지 빛을 전달하는 방법을 이용해, 실제 살아 있는 생쥐의 행동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시상하부에서 각성 물질 히포크레틴(hypocretin, 오렉신)을 만드는 신경세포에 ChR2를 도입하고 빛으로 자극하자, 잠자던 생쥐가 깨어날 확률이 높아졌다[6]. 그전까지 ‘각성’이라는 현상과 오렉신을 만드는 신경세포의 '반응'은 '동시에 일어난다'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이 연구로 그 관계는 "오렉신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각성을 유도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즉 인과관계를 밝힌 것이다 (그림 2).

기억도 마음대로 불러낼 수 있게 됐다. 도네가와 스스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팀은 2012년, 다이서로스와 함께 생쥐를 대상으로 기억 조작 실험을 했다. 이들은 생쥐가 특정 상자에서 공포를 학습하는 동안 활성화된 해마 신경세포에만 ChR2가 만들어지도록 조작했다. 이 세포들에는 기억 정보가 저장돼 있다고 가정할 수 있으므로, 이들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함으로써 기억을 불러낼 가능성도 있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 생쥐를 공포 기억과 상관없는 안전한 상자에 넣은 뒤, 공포 기억 정보를 담고 있는 ChR2 발현 세포에 빛을 비췄다. 그 결과, 생쥐는 안전한 환경에서도 공포 기억을 느끼는 행동을 보였다[7] (그림 3). 이 연구는 기억 정보가 특정 세포 집단의 활성 패턴 안에 보관될 수도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줬다. 다만,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사람의 기억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증거로는 불충분하다.
이처럼 광유전학의 유용성이 점차 확인되자 많은 연구자가 이 도구를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기억, 수면, 불안, 섭식, 보상 회로 연구에 필수적인 표준 도구로 쓰이고 있다.

| 노벨상, 그 이상의 가치
노벨상은 한 부문 수상자를 최대 세 명으로 제한한다. 그래서 노벨상 수상의 자격이 있어도 이름이 빠진 사람들이 있다. 채널로돕신 연구와 신경세포 적용에 함께한 밤베르크, 2005년 논문의 제1저자 보이든, 그리고 다른 빛 감응 시스템으로 그보다 앞서 신경세포와 초파리 행동을 빛으로 조절해 보인 게로 미젠뵈크가 대표적이다[8,9]. 이 세 사람은 이번 노벨상 수상자 세 명과 함께 2013년 ‘브레인 프라이즈(The Brain Prize)’를 받았다. 이들 외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광유전학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면서 뇌 기능과 관련된 새로운 신경회로의 정체를 밝혀 나가고 있다. 광유전학은 조류(藻類) 생리학부터 채널 발견, 신경과학까지 여러 분야 연구진의 노력에 기반하고 있다.
광유전학에도 한계는 있다. 아직은 실험 동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연구 도구일 뿐이며 사람 뇌에 직접 적용할 수 없다. 조류 단백질을 인간의 뇌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으며, 사람 뇌 깊은 곳까지 빛을 전달할 방법 역시 동물과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사람 신경세포 안에서 조류 단백질이 안전할지 여부도 아직 불명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유전학 기술을 인간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뇌가 아니라 눈에서 먼저 가능성을 시험 중이다. 2021년 프랑스·스위스 연구진은 40년 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시력을 거의 잃은 58세 환자 한 명의 망막 신경절세포(retinal ganglion cell)에 빛 감응 단백질 유전자를 넣고, 특수 고글을 이용해 눈으로 빛 신호를 보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환자는 광유전학을 이용한 이 치료 방법을 통해 탁자 위 물체의 위치를 찾고 개수를 셀 수 있게 됐다[10]. 다만 아직은 인간 한 명에게서 가능성을 확인한 증례 보고에 그치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2026년 10월 현재, 정식 승인된 광유전학 치료제는 없다. 다만 미국 나노스코프 테라퓨틱스 (Nanoscope Therapeutics)가 개발한 망막색소변성증 광유전학 유전자 치료제(MCO-010)의 허가 신청이 2026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접수돼, 2027년 6월 허가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11].
광유전학의 발견이 주는 또 다른 교훈은 기초과학의 중요성이다. 1979년 크릭이 제안한 도구는 당장 뇌를 겨냥한 연구들로부터 얻어진 것이 아니라, "연못의 녹조류는 어떻게 빛을 볼까"라는, 당장 쓸모를 묻지 않은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물론 그 단백질을 뇌로 옮긴 것은 분명한 목적을 가진 연구자들이었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제공하는 기초과학 연구 결과들이 부족했다면 목적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다이서로스 자신도 녹조류 생물학이 인간 뇌질환 이해에 기여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12]. 인간의 비약적인 문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여러 핵심 기술들은 풍부한 기초과학의 결과물에 기반했다. 이번 노벨상은 그 오래된 패턴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 참고문헌
- Crick FH (1979). "Thinking about the brain." Scientific American 241(3):219–232. DOI (뇌에 대한 생각)
- Harz H, Hegemann P (1991). "Rhodopsin-regulated calcium currents in Chlamydomonas." Nature 351:489–491. DOI (녹조류 광수용 전류 기록)
- Nagel G, et al. (2002). "Channelrhodopsin-1: a light-gated proton channel in green algae." Science 296:2395–2398. DOI (빛 개폐 채널 첫 확인)
- Nagel G, et al. (2003). "Channelrhodopsin-2, a directly light-gated cation-selective membrane channel." PNAS 100:13940–13945. DOI (단일 단백질로 세포 탈분극 가능)
- Boyden ES, et al. (2005). "Millisecond-timescale, genetically targeted optical control of neural activity." Nature Neuroscience 8:1263–1268. DOI (신경세포의 밀리초 단위 광제어)
- Adamantidis AR, et al. (2007). "Neural substrates of awakening probed with optogenetic control of hypocretin neurons." Nature 450:420–424. DOI (생쥐, 히포크레틴 세포 자극 → 각성 증가; 인과)
- Liu X, et al. (2012). "Optogenetic stimulation of a hippocampal engram activates fear memory recall." Nature 484:381–385. DOI (생쥐, 엔그램 자극 → 공포기억 회상)
- Zemelman BV, et al. (2002). "Selective photostimulation of genetically chARGed neurons." Neuron 33:15–22. DOI (미젠뵈크의 선행 광자극 시스템)
- Lima SQ, Miesenböck G (2005). "Remote control of behavior through genetically targeted photostimulation of neurons." Cell 121:141–152. DOI (초파리 행동의 광조절)
- Sahel JA, et al. (2021). "Partial recovery of visual function in a blind patient after optogenetic therapy." Nature Medicine 27:1223–1229. DOI (사람 1예, 부분 시각 회복; 개념 증명)
- Nanoscope Therapeutics (2026-09-09). "Nanoscope Therapeutics Announces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Acceptance of Biologics License Application for MOGENRY for the Treatment of Retinitis Pigmentosa with Severe Vision Loss." 보도자료. 링크 (MCO-010 허가 신청 접수, 결정 목표일 2027-06-30; 기업 보도자료)
- Deisseroth K (2010). "Controlling the brain with light." Scientific American 303(5):48–55. DOI (수상자 본인의 광유전학 개발 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