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기후재앙 피해액만 700조원…갈 길 먼 ‘손실·피해 보상 기금’
자금 운용할 구체적 방향은 없어
“내년까지 못 정하면 유명무실”
“과거 배출 책임이 매우 작은 취약 국가의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손실·피해 보상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가 된 건 당연히 긍정적이다. 다만 세부 사항이 결정되기 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번 합의가 실제로 영향력이 있을지, 아니면 유명무실하게 끝날지는 향후 1년에 달려있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유엔은 지난 1995년부터 매년 12월께 회원국들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어왔다. 올해로 27번째를 맞이한 COP는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이집트 샤릅 엘 세에크에서 열렸다.
이번 COP27의 최대 성과는 선진국이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피해를 보상할 기금에 합의한 것이다. 손실·피해 보상 기금은 기후변화가 유발한 해수면 상승, 홍수, 가뭄이 개발도상국에 입힌 인적, 물적 피해를 돕기 위해 선진국이 모으는 돈이다.
그동안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국가를 지원하는 목적의 기금은 있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이상기후에 따른 재난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개도국을 지원할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선진국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 COP에 대해 개도국이 불만이 큰 이유다.
이 교수는 “근래 들어 급증한 기후 재난 발생에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많은 과학적 근거들이 있다”며 “이번 COP27에서는 시작부터 많은 저개발국가들이 과거 배출에 책임이 큰 국가들에 손실·피해 보상 기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매우 컸다”고 말했다. 선진국이 기후변화를 초래한 책임을 재정적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처음 나왔다.
파키스탄은 올해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를 겪었다. 이로 인해 약 1700명이 사망하고 전체 인구의 15%인 3300만명이 수재민이 됐다. 카리브해와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들도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며 지구온난화를 불러온 선진국들의 보상 조치를 요구했다.
경제적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파키스탄은 이번 대홍수로 300억달러(약 40조3000억원) 수준의 경제적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월 전 기후 재앙에 취약한 개도국 55곳이 모여 만든 협의체 ‘V20(Vulnerable 20 Group)’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기후 재앙으로 이들 국가본 피해액은 5250억달러(한화 약 705조원)이다.
COP27에서 선진국들이 손실·피해 보상 기금 마련에 합의하면서 개도국이 기후변화로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열렸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 많다. 당장 기금을 만들자는 선언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기금으로 얼마를 모아야 할지, 어떤 국가를 지원할지와 같은 기본적 내용은 이번 COP27에서 논의된 게 없다. 어느 시점에 발생한 기후 재앙부터 보상해야 할지, 어떤 종류의 기후 재앙을 보상 대상에 넣어야 할지 등 세부사항도 정해나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COP27이 아닌 내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COP28이 ‘본 게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코틀랜드 등 일부 국가들이 총 2억7000만달러(한화 약 3665억원)를 기금으로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개도국이 주장한 피해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기금 규모를 정하는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격론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개도국으로 분류됐지만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중국이 기금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세계 에너지 및 기후 통계 기관인 에너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무게는 103억9800만t에 달한다. 이는 두 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 미국(46억3200만t)보다 2배 이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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