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30년 전 학폭 가해자 면접한 사장…처벌 가능할까?

전하연 작가 2023. 1. 2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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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최근 30년 전 학교폭력 가해자를 면접장에서 만난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는데요.


이렇게 학교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학교폭력 미투', 이른바 '학투'가 체육계와 연예계를 넘어 일반인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은데요.


나현경 변호사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글이에요. 


30년 전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 면접장에서 가해자를 만났다고 해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지난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가 자신이 회사 대표로 있는 곳에 면접을 보러 왔다는 글이 올라와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글의 작성자는 "가해자가 자신에게 친구와 서로 뺨을 때리며 싸우게 하고, 개구리를 잡아 와 커터칼로 배를 가르라고 시키며 괴롭혔다"고 밝혔는데요. 


당시 이 사실을 알게 된 교사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억지로 화해시켰고, 그 이후 가해자의 괴롭힘이 더 심각해지면서 피해자가 농약으로 자살 기도를 하기도 했고요. 


그 뒤 30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는 가해자를 마주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손이 떨리며 과거를 생생하게 떠올리는 등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피해자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피해 경험을 온라인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행위가 자칫 명예훼손죄가 적용 될 수도 있다고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허위 사실 적시뿐 아니라 사실 적시의 경우에도 명예훼손을 인정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피해자가 온라인에 자신의 경험담을 올린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사실의 가해자가 특정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볼 때 당사자를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그 표시가 당사자를 지목하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당사자가 특정되었다"고 판시하고 있고요. 


다만 폭로대상 범죄의 가해자가 유명 인사인 경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는데요. 


사법부는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그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는 이른바 공인이론을 적용하거나 적시된 내용이 사실인 경우, 공공의 이익에 따라 명예훼손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등 명예훼손죄의 적용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최근에 이렇게 학교폭력 피해자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이른바 '학투'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관련된 드라마가 인기를 끌 정도인데, 이렇게 '학투 열풍'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이러한 학교폭력 미투 현상의 주체는 주로 스마트폰이나 SNS와 같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인데요. 


이들은 자신의 과거 피해 사실을 익명성과 전파성이 높은 사이버 공간에 꺼내면서 학교폭력 피해 당시에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또 지금은 시간이 흘러 더 이상 할 수 없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대신해서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받기도 하고요. 


또, 피해자들은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을 치유하는 그런 현상이 있으면서 학투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무분별한 폭로로 악의적인 흠집내기만 일삼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과거의 악행이 현재의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인성부터 갖추어야 하는 시대를 환영하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서현아 앵커

피해자가 과거의 피해 경험을 다시 떠올려서 노출하는게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겠습니까.


과거에 당한 폭력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고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학투'로 인해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 인사 중 대부분은 활동을 중단하고 방송에서 하차하거나 소속 협회에서 자체 징계를 받는 외에 따로 법적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부분의 사례가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입니다.


형법 등에 따르면 학교폭력 유형 중에 빈도수가 높은 폭행죄의 공소시효는 5년, 상해죄는 7년이고요. 


단체나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상해를 입힌 특수상해죄도 공소시효는 10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많은 경우, 학교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되기 전 혹은 성인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소시효가 완료되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어려운데요.


다만 성범죄인 경우, 성폭력처벌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를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하는 공소시효에 관한 특례 규정이 있고요. 


또한, 청소년성보호법상 만 13세 미만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미성년자 간음죄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아예 적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부 성범죄의 경우는 피해자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고소가 가능합니다.


서현아 앵커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선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주제를 바꿔보겠습니다.


일본에서 '고등학생' 재판원이 나온다는 소식인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일본의 재판원은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 즉 배심원이 참여하는 형사재판에서의 배심원과 유사한 신분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배심원들의 의견이 법관에게 권고적 효력만을 갖는 데 비해서 일본의 재판원들은 양형 과정에 직접 참가한다는 차이가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최근 성인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내용으로 개정된 민법과 소년법,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률의 잇따른 시행에 따라 18세와 19세에 해당하는 고등학생 재판원이 나온다고 전해졌습니다. 


서현아 앵커

18세와 19세에 해당이 된다면 '고등학생 재판원'을 도입하는 게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까?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일본 공직선거법은 2015년부터 기존에 20세 이상이던 선거연령을 두 살 아래로 낮춰서 18세에게도 선거권을 주었지만, 그동안 재판원에 대해서는 20세 미만은 제외하다가 이번 법 개정을 통해서 18세부터 자격을 부여한 것인데요. 


이렇게 선거제도를 따라 입법부와 행정부를 구성하는 과정뿐 아니라 사법제도의 역할에 있어서도 저연령층을 유입함으로써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이고요. 


이에 따라 앞으로 학교와 지역사회에서도 법률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서현아 앵커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하고 유죄와 무죄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미성년자들이 이런 역할을 맡았을 때 우려되는 점은 없을까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현실적으로 사법제도나 형사법과 관련된 교육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이 재판원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시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성급히 결정됐다"는 우려가 있고요. 


이와 함께 앞으로 학생들에 대한 법 교육을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가 과제로 떠오르면서 일본 법조계와 교육계도 이를 대비하기 위해 분주한데요. 


일본의 각급 재판소는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 팜플렛을 제작하면서 홍보에 나섰고요. 


다양한 법조 인력이 일선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법 교육과 함께 재판원제도에 대한 교육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국민참여재판법'에 따른 배심원의 자격연령은 20세로, 민법에서는 19세를 성년으로, 공직선거법에서는 18세를 선거권자로 정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데요.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21년에, "만 20세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경험을 쌓은 자로 하여금 배심원의 책임을 담당하도록 정한 것은 자의적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며 관련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배심원 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주장도 적지 않은데요. 


선거연령이 18세 이상으로 개정됐는데,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할 능력이 인정된다면 마찬가지로 배심원으로서 갖출 최소한의 능력도 있다고 보아야한다는 점이 그 이유이고요. 


대부분의 국가가 18세 이상을 선거권자로 규정하고 있고, 미국이나 영국 등 배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배심원 연령을 18세로 하고 있는 점 또한,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국회에서는 배심원 선정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국민참여재판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선거권도 그렇지만 사법권도, 대상과 범위를 넓히는 것만큼이나 교육적 기반을 탄탄하게 갖추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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