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노화’는 좋은 수면부터 시작된다

- 평균 수명에 비해 짧은 건강 수명, 어떻게 늘려야 할까?
- 평균 수준 or 조금 긴 수준의 수면이 가장 적절해

‘성공적 노화’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노화라는 단어 자체가 아무래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공적’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필연적인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 맞이하는 것이 옳다. 그런 의미에서 성공적 노화는 누구나 예외없이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라 할 수 있겠다.

중국 원저우 의과대학 연구팀이 ‘좋은 수면이 성공적 노화의 시작’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나이가 들면서 수면 패턴이 변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로 인해 성공적으로 노화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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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노화와 수면의 상관관계

이 연구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공적 노화’가 무엇인지 그 정의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물론, 대략 그 의미를 유추할 수는 있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최선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원저우 대학 연구팀이 정의한 성공적 노화는 5가지 요소를 핵심으로 한다. 그 5가지는 다음과 같다. ▲당뇨, 암, 만성 폐질환, 심장질환, 뇌졸중 등 ‘주요 만성질환’이 없는 것 ▲옷 입기, 목욕하기, 식사하기 등 일상 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의 신체적 건강 ▲그림 그리기, 단어 회상 등의 과제를 토대로 한 정상적 인지 기능(각 대상자 전화 인터뷰를 통해 평가함) ▲CES 우울증 척도에 기반한 정신건강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성

이는 연구팀이 임의로 설정한 것이 아닌, 노년층의 건강과 바람직한 삶에 대한 포괄적 접근을 통해 설계된 것이다. 수면과 노화를 연결지은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전 연구에서는 수면이 부족하거나 과도한 경우 건강에 해롭다는 결론이 지배적이었다. 수면 패턴 및 수면시간 변화를 디테일하게 분석한 사례는 없었다.

고령화와 건강 수명, 우리도 주목해야

연구팀은 중국의 고령화 추세, 그리고 평균 수명 대비 건강 수명이 짧다는 현상에 착안해 이번 연구를 수행하고자 했다. 수면 패턴의 변화가 건강 수명과 연관이 있는지를 밝히고자 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2040년까지 중국 내 60세 인구는 2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평균 수명은 77.6세로 나타났지만, 건강  수명은 68.4세로 약 10년에 가까운 차이가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2020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5.7%였으며, 2030년에 20%를 초과해 ‘초고령 사회’가 될 거라 내다보고 있다. 이는 인구 ‘비율’을 토대로 하는 만큼, 최저 수준에 해당하는 출생률을 감안하면 그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2022년 기준 약 83세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치다. 남성 평균 수명은 약 80세, 여성 평균 수명은 약 86세로 나타났다. 반면 건강 수명은 2022년 기준 남성 약 73세, 여성 약 77세다. 평균 수명 대비 남성은 약 7년, 여성은 약 9년의 차이를 보인다.

수면 점점 길어지거나 짧게 유지되면 경각심 필요

원저우 대학 연구팀은 2011년을 기준으로 주요 만성질환이 없었고, 2020년을 기준으로 60세를 넘긴 3,306명의 참가자를 분석했다. 수면 패턴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2011년과 2013년, 2015년에 각각 일일 수면시간이 어땠는지를 조사했다. 일일 수면시간은 야간 수면시간과 주간 낮잠 시간을 합산해 계산했다.

연구팀은 약 9년에 걸쳐 참가자들이 다섯 가지의 경향으로 나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약 26.7% 참가자는 평균적으로 긴 수면시간을 유지하는 ‘긴-안정형 그룹’이었으며, 26.2%는 평균보다 짧은 수면시간을 유지하는 ‘짧은-안정형 그룹’이었다. 평균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정상-안정형 그룹’도 26.1%를 차지했다. 한편,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면시간이 늘어나는 ‘증가형 그룹’은 13.7%,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감소형 그룹’은 7.3%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수면 패턴과 성공적 노화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참가자들의 나이, 성별, 결혼 여부, 교육 수준, 가계 지출, 라이프스타일, 체형 등의 요인을 반영해 조정한 로지스틱 회귀 모델을 사용했다. 또한, 정상-안정형 그룹의 참가자들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연구 결과, ‘증가형 그룹’과 ‘짧은-안정형 그룹’은 성공적 노화 확률이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증가형 그룹의 성공적 노화 확률은 기준 그룹에 비해 약 36% 낮게 나타났으며, 짧은-안정형 그룹은 약 52% 낮게 나타났다. ‘감소형 그룹’ 역시도 일부 인원이 36% 낮게 나타난 결과를 보였으나,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긴-안정형 그룹’은 기준 그룹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즉, 정리하자면 ‘평균 수준의 수면시간’, 그리고 ‘조금 긴 수준의 수면시간’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그룹이 가장 높은 성공적 노화 확률을 갖는다는 것이다.

건강한 수면, 성공적 노화의 열쇠

연구팀은 각 그룹별 일일 수면시간의 변화 추이를 보다 연장해서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까지 전체 인구의 13.8%만이 ‘성공적 노화’의 요건을 갖출 수 있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의 결론에 따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면시간이 짧아지거나 길어지는 경우, 신체적·정신적 안정성을 떨어뜨려 성공적 노화에 방해가 된다. 이는 불규칙한 수면습관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이전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이번 연구는 나이가 들며 수면시간이 변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에 경종을 울린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시간의 변화는 신체 및 정신적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며, 이는 성공적 노화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수면 패턴이 일관되게 유지되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수면 패턴이 달라지면 왜 달라졌는지를 주의 깊게 살피는 태도가 필요하다.

연구팀이 정의한 ‘성공적 노화’의 기준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수면 패턴의 변화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연구 과정을 통해 드러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건강을 위한 기본 3요소는 음식, 운동, 수면이다. 기본 축의 하나에 속하는 만큼, 좋은 수면이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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