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XMT, ‘HBM 굴기’ 가속···삼성전자·SK하이닉스 위협할까
삼성전자·SK하이닉스 中 현지 생산거점 협력 ‘교두보’로 활용
HBM 핵심 인력 및 공급망 생태계 장기 유지전략 중요성 커져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중국이 현지 최대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HBM 선두업체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현지 생산거점을 교두보로 삼아 산업 역량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현지 공장을 글로벌 수요 대응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로 다시 활용하고 있지만, 동시에 현지 협력사 네트워크와 소부장 공급망, 인력 이동 등을 통해 중국의 기술 추격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기존 범용 메모리 중심에서 HBM 등 고부가 메모리로 경쟁력을 확대해나간단 방침이다.
중국의 HBM 개발은 CXMT가 주도한다. CXMT는 이미 HBM3(4세대) 시제품을 출시해 화웨이 등 중국 AI 칩 개발사에 공급하고, 현재 양산 승인을 위한 검증 단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엔 12단 HBM3E(5세대) 양산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계획이 현실화될 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의 기술 격차는 2~3년 정도가 된다.
낸드 제조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차세대 HBM 개발 합류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YMTC의 경우 미국의 첨단 장비 반입 규제로 현재 고단층 선단 낸드 전환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데, 중국은 CXMT의 D램 제조 능력과 YMTC의 3D 패키징 기술 역량을 결합해 고단층 HBM 개발에 속도를 낸단 구상이다. 특히 20단급 HBM을 타겟으로 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개발에서 YMTC와의 협업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민 인하대학교 고분자공학과 교수는 "중국도 AI 산업 확대와 함께 HBM의 중요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지원 아래 빠르게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HBM은 단순히 제품을 구현하는 것보다 실리콘관통전극(TSV), 적층 패키징, 발열 제어, 양산 수율 안정화, 고객 인증 경험이 훨씬 중요하며, 이 기준까지 포함하면 메모리 3사와의 실질적인 격차는 여전히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HBM의 경우 중국에서 현재 전체 연구는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혁신적인 기술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본다"며, "중국도 최대한 방법을 강구해서 노력 중이지만 기술적으론 여전히 제약이 있어서 전체 발전 측면에서 봤을 때 격차가 너무도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메모리에서 중국은 지금 계속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부터 배우는 과정이며, 이들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 자체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중국 공장을 통해 교류하려고 노력 중이며, 이미 많은 교류들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전·하닉, 핵심 인력 및 공급망 생태계 장기 유지전략 중요"
중국은 CXMT와 YMTC를 각각 D램·낸드 제조의 핵심축으로 키우고 있다. CXMT는 기존 DDR4를 넘어 DDR5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YMTC 또한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낸드 생산 능력을 지속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8%, SK하이닉스는 29%, 마이크론은 22%의 점유율로 각각 1·2·3위 자리를 굳건히 했지만, CXMT 또한 D램 매출에서 전년 동기 대비 700% 이상 급증하며 8%의 점유율로 4위를 차지했다. 3% 점유율에 그쳤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2배 이상 치고 올라온 셈이다.
중국은 HBM을 비롯해 향후 고부가 메모리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중국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우시·대련 공장은 중국의 부품·소재 영역에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 제조업으로 인해 중국의 기술 수준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며, "고부가 메모리 또한 제품화에 있어서 한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전체 공급망 수준도 함께 올라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메모리 설계 부분에서 굉장히 강하고, 실제 중국이 부러워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한국의 메모리는 종합반도체기업(IDM)에서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전부 직접 진행하고 있는데, 중국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부터 이를 통합하는 제조 능력을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생산거점은 과거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AI 메모리 수요 급증에 대응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은 회사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기지로, 글로벌 낸드 생산 40%가량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을 중심으로 8·9세대 V낸드 등 선단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며 AI 스토리지 핵심 생산기지로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중국 우시 D램 공장과 다롄 낸드 공장을 통해 중국 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AI 서버용 eSSD와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 공장 투자와 공정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윤 교수는 "중국 시장은 여전히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생산 및 수요 거점이기 때문에, 현지 사업 자체를 단순히 축소하거나 단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최근에는 인력 이동, 협력업체 네트워크, 장비 운영 경험 등을 통해 기술 학습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핵심 공정, 수율, 및 패키징 관련 노하우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은 단순 공정 기술보다도 대규모 양산 안정화 경험과 고객 대응 경험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핵심 인력과 공급망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며, "실제로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의 적극적인 인재 확보 움직임이 이어져 왔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성과보상 체계를 확대하고 핵심 인력 보상 강화를 추진하는 부분은 기술 인력 유출 가능성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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