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연휴 ‘전기차 충전 대란’ 벌어지나? 우려 급증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내 전기차 충전시설이 전기차 대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뉴시스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내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이 전기차 보급 대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올해 추석 연휴 귀성‧귀경길에는 처음으로 ‘전기차 충전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이어지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총 4022만 명(전년 대비 27% 증가), 하루평균 575만 명(전년 대비 9.4% 감소)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가운데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하루 평균 차량대수는 531만 대로 지난해 추석 연휴에 비해 4.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어 교통 혼잡 현상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올 추석에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전기차 충전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의 ‘전기차 및 충전기 보급·이용 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는 정부의 구매보조금 지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아 2019년 기준으로 8만9000대였던 것이 2020년 13만4000대, 2021년 23만1000대, 2022년 38만9000대, 2023년 5월 기준 45만 대로 최근 5년 동안 약 5배 급증했다. 최근 판매량을 추가하면 5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어 정부의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어느 정도 규모를 갖췄다. 초기에는 1회 충전으로 150㎞밖에 주행하지 않았던 전기차가 기술 발전으로 500㎞ 이상을 갈 수 있는 모델이 여럿 출시되면서 보급률도 올라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를 유지하려면 충전을 해야 하며,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막히는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충전기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고, 필요시 언제라도 빠른 시간에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25일 구자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이 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우리나라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206곳 중 전기차 충전소는 고작 1015기에 불과했다. 단순 계산으로 휴게소 하나당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는 평균 4.9개라는 소리다.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50kW급 급속충전기는 892기(88%)로 200kW급 초급속 충전기는 123기(12%)에 불과했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대부분의 전기차들이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이라는 가정만 놓고 보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전기차는 약 50%를 충전할 때 급속은 약 30분, 완속은 약 5~6시간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전기차 충전시설에 이용자들이 몰리면 느린 충전속도 때문에 많은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충전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교통사정 때문에 완전방전 때까지 휴게소를 찾아가지 못해 도로에서 방전되어 정지해 버리거나, 도로 사정이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충전을 제시간에 못 해 휴게소에서 한참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 사태가 도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

구 의원도 교통량에 비해 휴게소에서는 전기차 충전 수요를 맞추지 못해 이용객들이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올해 연휴 시작일인 28일 569만 대, 추석 당일인 29일 627만 대, 30일 542만 대, 다음 달 1일 482만 대, 다음 달 2일 484만 대, 다음 달 3일 429만 대로 일평균 교통량은 531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넘쳐나는 전기차를 휴게소가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다.

한편 도로공사 측이 제출한 명절 가동률이 가장 높은 상위 휴게소는 여산순천, 문경마산, 여주강릉, 횡성인천, 인삼랜드통영, 문경창원, 홍천서울, 옥천만남, 칠곡서울, 죽암부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도로공사 측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소 혼잡도 완화를 위해 추가로 충전기 43기를 확대 설치했고, 전체 전기차 충전시설을 1015개에서 연말까지 1400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구 의원은 “전기차와 수소차 등의 보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 차량을 지원하기 위한 고속도로 충전시설의 설치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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