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처에 불과했던 지하도시가 삶의 질을 높이는 창의적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어둡고 축축한 이미지는 옛말. 세계에서 가장 깊은 터키의 데린쿠유부터 미래형 도시 멕시코의 어스 스크레이퍼까지, 땅속 깊은 곳에서 도시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가 밝아온다.

땅속 마천루
터키 ● 데린쿠유(Derinkuyu)
카파도키아 지역에 있는 데린쿠유는 ‘깊은 우물’이라는 뜻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지하 85m 깊이에 18층 구조로 최대 2만 명의 주민이 함께 지낼 수 있다. 비잔틴 시대 기독교인들이 로마제국의 종교 박해를 피해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든 곳이다. 주민들은 외부 침략을 피해 이곳에서 수개월간 숨어 살 수 있었다.
데린쿠유는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1963년에야 재발견되었다. 한 지역 주민이 지하실 틈새로 닭들이 사라지는 것을 쫓다가 우연히 통로를 발견한 것. 데린쿠유는 카파도키아 지역 200여 개가 넘는 지하도시 중 하나다. 지금도 발굴과 조사가 한창이지만 전체 규모는 미스터리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방문객에게 개방되어 있다.

세계 최대 지하도시
캐나다 ● 언더그라운드 시티 (Underground City)
전 세계에서 지하 도시가 가장 발달한 나라다. 한겨울이면 기온이 영하 30~40℃까지 내려가는 까닭에 시민의 안전과 도시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땅 밑에서 사는 방법을 모색한 것. 이 가운데 몬트리올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또 하나의 도시로 불릴 만하다. 집에서 나와 이곳에 들어서면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바깥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아도 될 정도다. 몬트리올 다운타운 지역에 조성된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센트럴 역을 중심으로 7개 지하철역을 연결해 길이만 32km에 이른다.

북유럽의 지하 복합 쇼핑 센터
핀란드 ● 아세마툰넬리(Asematunneli)
헬싱키 중심부를 연결하는 아세마툰넬리는 1960년대에 지어진 지하 쇼핑센터이자 보행자 통로다. 중앙역과 주요 쇼핑센터들을 잇고 있으며, 매년 약 1천 700만 명이 이용한다. 헬싱키 중심부 식료품점의 약 80%가 이곳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아세마툰넬리는 일상 생활의 중심이다. 일반 상점보다 영업시간이 길고 공휴일에도 운영한다. 헬싱키는 아세마툰넬리를 주력 도시 마스터플랜으로 삼고 있다.

인구 10만의 미래 도시
멕시코 ● 어스 스크레이퍼(Earth Scraper)
멕시코의 유명 건축 회사 BNKR은 멕시코시티 중앙 광장에 깊이 300m, 65층 규모의 지하 도시 ‘어스 스크레이퍼(Earth Scraper)’ 설계안을 발표했다. 어스 스크레이퍼는 초고층 빌딩을 뜻하는 ‘스카이 스크레이퍼(Sky Scraper)’의 반대 개념이다. 1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어스 스크레이퍼는 멕시코 마야 문명의 피라미드를 거꾸로 땅 속에 박아 넣은 형태다. 멕시코는 자국의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집은 10층 이상, 사무실은 35층 이상 짓지 못하는 등 건축 고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하로 뻗어나간 형태의 미래 도시가 그려진 것. 몇 가지 난제가 해결된다면 머지않아 만나게 될 지 모른다.
ㅣ 덴 매거진 Online 2025년
에디터 김진우(tmdrns1111@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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