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득표 김도영, 정작 홈런더비선 침묵…이유 있었다

우승자는 시즌 홈런 1위가 아닌 3위 강백호였다.

잠실야구장은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돼 2031년 돔구장으로 재탄생한다.

1982년 개장 이래 45년 역사의 마지막 자락에서, '거포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 넓은 구장은 강백호에게 마지막 왕관을 씌웠다.

공교롭게 강백호는 이번 시즌 KT에서 한화로 4년 100억 원에 이적한 FA 첫해 선수다.

이적 첫해, 잠실 마지막 올스타전 우승이라는 서사는 우연치고는 지나치게 깔끔하다.

김도영은 팬 투표 2만 6731표로 참가자 8명 중 최다 득표자였다.

그러나 예선에서는 2개에 그쳐 공동 5위로 밀렸다.

김도영은 올 시즌 이미 2024년 MVP 시즌 전반기 페이스를 넘어서는 홈런 궤도에 있었던 만큼, 파워 자체를 의심할 이유는 없다.

관건은 이 하루짜리 무대에 얼마나 전력을 실었느냐였다.

김도영은 지난 시즌 햄스트링 부상을 세 차례 겪으며 30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 여파로 올해는 도루를 40개에서 5개 안팎으로 줄이고 장타 생산에만 집중하는 방향으로 팀 전략 자체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풀스윙 부상 위험이 있는 이벤트에서, 다음 날 본경기와 후반기 일정까지 감안하면 몸을 사렸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유는 아니며, 단순 타이밍 난조일 가능성도 남아있다.

해외에서도 홈런더비 후 부진 사례가 회자되지만, 오히려 성적이 오른 선수도 있어 통계적 인과관계는 불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김도영의 부진을 '더비의 저주'로 단정하기보다, 애초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을 가능성 쪽이 더 설득력 있다.

강백호는 지난 3일 잠실 LG전에서도 멀티 홈런으로 시즌 23호포를 신고하며 이 구장에서의 타격감을 이미 예고했다.

허인서와 예선 공동 1위를 다투다 최장 비거리(145m)로 결승에 올랐고, 오태곤과의 서든데스 접전에서 집중력으로 승부를 갈랐다.

우연한 반짝임이 아니라 시즌 내내 쌓인 타격감의 연장선이다.

결국 이번 더비가 보여준 건 '누가 더 잘 치는가'가 아니라 '누가 무게중심을 실었는가'의 차이였다고 본다.

김도영은 부상 이력과 남은 일정을 감안해 몸을 사렸을 가능성이 있고, 강백호는 이적 첫해 증명이 절실했다.

여기에 잠실 폐장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며, 이번 우승은 실력과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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