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테크놀로지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해 내년에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메모리 칩을 비축하기 시작했고 소비자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내년 2분기까지 메모리 모듈 가격이 5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칩 부족이 현실화되면 스마트폰부터 의료기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여러 전자제품 제조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AI 인프라 확대가 메모리 칩 부족 현상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재조사들이 AI 시스템에 쓰이는 메모리 칩에 더 많은 비중을 두면서 일반 메모리 공급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델의 제프 클라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그동안 비용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PC용 D램뿐만 아니라 하드드라이브 및 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급도 빠듯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제품에서 비용 기반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델이 제품 구성과 포트폴리오를 조정히더라도 고객들에게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필요할 경우 일부 제품 가격 조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HP는 내년 하반기 상황이 특히 어려울 것으로 보고 필요시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엔리케 로레스 최고경영자(CEO)는 “하반기 전망에 대해 우리는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며 ”동시에 공급업체를 확대하고 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량을 줄이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HP는 메모리가 일반 PC 제조 비용의 15%~1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AI 인프라 구축 경쟁은 이미 대형 데이터센터 인근 지역의 전력 비용을 끌어올렸고 세계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재고 감소와 공급 리스크가 부각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주가가 최근 몇 달간 큰 폭으로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이미 내년도 전체 메모리 칩 물량을 판매 완료했다고 밝혔고 마이크론은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 생산 전문기업인 일본의 키옥시아 주가도 지난해 12월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CLSA증권의 산지브 라나 한국 리서치 책임자는 “고급형이든 범용 제품이든 메모리 관련 모든 제품이 매우 강한 수요를 보이고 있고 공급은 뒤처지고 있다“며 “이번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세는 앞으로도 여러 분기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SMIC는 제조사들이 세계 최대 AI 칩 공급사인 미국 엔비디아에 우선적으로 생산 역량을 할당하고 있어서 메모리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MIC는 메모리 부족 문제가 내년 자동차 및 전자제품 생산을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서는 샤오미가 이미 주력 스마트폰 가격을 인상했고 내년에도 메모리 칩 부족으로 모바일 기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레노버의 윈스턴 청 최고재무책임자(CFO )는 델과 마찬가지로 비용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표현했다. 레노버는 공급망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를 보고 있고 현재 메모리 재고가 평소보다 약 50%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에이수스텍도 빠르게 재고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두 PC 제조사는 연말 쇼핑 시즌에는 가격을 동결하고 내년 초 시장 상황을 다시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은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케반 파레크 CFO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약간의 순풍”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하는 한편 “일부 신제품은 약간 더 높은 비용 구조”를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동시에 애플은 비용을 잘 관리하고 있고 공급망에서 최상위 고객 지위를 바탕으로 유리한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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