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며들다, 홍며들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솔직히 고백해보자. 9개월전만 해도 인터넷에서는 '클며들다'는 말이 유행이었던적이 있었다. 위르겐 클리스만 당시 한국 대표팀 감독의 번지르한 말들, 그리고 이기는 축구에 열광하며 나온 말이었다.
비슷하게 지금, 슬며시 고개를 들고 나오는 말들이 있다. '홍며들다'. 클리스만 감독 때처럼 홍명보 감독의 승리를 놓고 나오는 말이다.
결국 '이기면 장땡'이고 모든게 해결되는 것일까.
클린스만 감독은 잘 이겼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해고된 이후에 외신에 "난 결과를 냈다. 아시안컵 4강까지 갔었다"고 말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내용을 봐야한다. 2023년 2월 부임 이후 생소하고 만만치 않은 중남미팀들과 붙은 3,6월 A매치 4경기에서는 2무2패, 유럽 원정으로 붙은 9월 웨일스전은 0-0 무승부였다. 하지만 이후 아시아팀들과의 5경기, 튀니지와의 1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고 아시안컵에 돌입했다.
즉 만만치 않은 남미-유럽 팀과 했을때는 5경기 3무2패였지만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등 약팀에게 큰 점수차 대승을 거두며 기세등등해했다.
아시안컵에서는 결과는 4강이었지만 아시안컵을 본 모든 이들이 알다시피 첫 경기부터 4강까지 경기력이 좋았던건 단 한번도 없었다. 요르단, 말레시이아에게 조별리그에서 엄청 고전하며 비겼다. 16강에서는 무려 후반 추가시간 9분에야 터진 조규성의 극적인 골 덕에 연장을 가 승부차기에서 이겼고 호주전도 후반 추가시간 6분 터진 황희찬의 기적같은 골로 연장을 가 손흥민의 득점으로 이겼다.
극적인 승부였지만 냉정하게 경기 막판까지 패배가 유력했던, 내용적으로는 좋지 않은 경기들이었다. 하지만 '승리'를 하니 '클며들다'는 말을 쓰며 클린스만을 옹호하고 찬양하는 여론이 생겼었다.
이후 결과는 어떤가. 클린스만은 지금 언급하기조차 꺼려하는 최악의 감독으로 남아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아시안컵 4강'에 극적인 승부들을 이긴 감독이지만 대표팀은 망가져있었다. 중요한건 '내용이 따르는 결과'라는걸 알 수 있던 클린스만 사례였다.
이렇게 교훈을 얻은줄 알았지만 또다시 '홍며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진지한 말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당장 9월 A매치만 해도 경기장에 '정몽규 OUT', '홍명보 나가'라는 팻말은 물론 홍명보 감독의 모습이 전광판에 나오면 야유가 나왔다.
하지만 고작 40일 후에 열린 이번 이라크 홈경기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였다. 대한축구협회나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판은 관중석에서 나오지 않았다.
물론 모두의 의견이 같을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건 40일만에 분위기가 달라졌고 그 사이 거둔 중동 원정 2연승, 그리고 이날 경기도 전반 41분만에 득점으로 승리의 기운이 달라진 분위기의 이유로 유력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라크전 경기내용이 정말 좋았을까. 홈인데도 3-2의 스코어에 만족해야하는 한국이었을까. 이날 한국은 유효슈팅 3개를 때려 3골을 넣었다(풋몹 자료). 좋게 보면 골결정력이 좋았지만 냉정하게 운이 많이 따랐다. 축구에서 유효슈팅 3개로 3골을 넣는다는건 좀처럼 보기 힘든 기록이다. 유효슈팅 10개를 때려도 한골을 넣기 힘든게 축구이기도 하다.
홍명보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모든 선수들이 공을 나와서 받으려고 하다보니 뒷공간에 침투하는 선수가 적었다. 그게 잘 이뤄지지 않았다. 점유율은 높았지만 효율적으로 만들어 가지 못한 이유"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감독 스스로 점유는 해도 효율적인 공격을 하지 못했음을인정한 경기였다. 또한 상대에게 치욕적인 오버헤드킥 실점을 하고 다 이겼다고 자만하다 집중력이 떨어져 후반 종료직전 코너킥 실점을 한 것 역시 지적되어야 하는 경기다.
한국이 속한 B조(요르단, 이라크, 오만, 쿠웨이트, 팔레스타인)는 3차예선 나머지 2개조에 비해 가장 수월한 조로 평가받는다. 누가봐도 A조에 이란-우즈베키스탄-카타르와 같은조가 되는 것보다, C조의 일본-호주-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조가 되는 것보다 낫다.
혹자는 '한국이 중동 원정을 계속 가야한다'고 말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상대들은 머나먼 한국 원정을 와야한다. 유럽-중동파 주축인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차라리 중동 원정이면 이동거리가 한국을 오는 것보다 더 짧은 이점도 있다.
이번 10월 A매치 성적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특히 3차예선 10경기 중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요르단 원정을 2-0으로 승리한 것은 쾌거다. 3차예선 4경기 3승1무의 호성적. 분명 성적은 좋고 이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겼다고, 성적이 좋다고 또 모든 것을 덮고 '홍며들다'나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내용을 봐야하고 과정을 봐야한다. 이미 내용을 안보고 선임과정도 옳지않았던 클린스만 감독을 '클며들다'며 좋아했다 뒤통수 얼얼해 하던 때를 잊은걸까.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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