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2.0 ②] 디바이스 사업 재가동한 아모레퍼시픽, 승부처는 ‘기술’

아모레퍼시픽이 뷰티 디바이스 사업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춰 '과학 기반 기술력'와 '통합 뷰티 경험'을 중점으로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경쟁이 격화되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에이피알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이 과거 실패를 딛고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이크온, '기술·경험' 전략으로 반격
아모레퍼시픽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AI 기반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MakeON)'이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2014년 출범 당시에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사업 축소 수순을 밟았으나, 홈케어 트렌드 확산과 함께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이를 기회로 삼아 다시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략을 재정비한 메이크온은 이제 아모레퍼시픽 뷰티 테크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새출발하는 메이크온은 단순한 뷰티 디바이스를 넘어 웰니스(Wellness)를 새롭게 정의하는 브랜드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이 재정비한 차별화 전략은 크게 '기술적 차별화'와 '통합 뷰티 경험 구축'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기술적 차별화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하며 디바이스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그 일환으로 아직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않은 'Micro-LED 기반 홈 뷰티 시장'을 선도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Micro-LED는 균일한 광출력과 고정밀 파장 제어, 저발열 설계 등에서 기존 LED 대비 기술적 우위를 갖는다. 안전성과 효율이 중요한 안티에이징 및 트러블 케어 영역에서 차별화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시장 내 진입 브랜드가 제한적인 만큼, 기술적 리더십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통합 뷰티 경험 강화도 핵심 축이다.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스킨케어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메이크온 '디바이스 기술'을 결합해 소비자가 효능을 보다 빠르고 명확하게 체감할 수 있는 통합 루틴을 제공한다. 여기에 메이크온 전용 앱을 연계해 피부 상태의 장기 분석·관리와 개인 맞춤형 루틴 설계가 가능한 디지털 피부 관리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디바이스·앱·스킨케어가 연결된 구조를 통해 소비자에게 메이크온만의 차별화된 통합 루틴 케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소비자는 바르는 스킨케어를 넘어 효능을 보다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아모레퍼시픽의 전략 변화는 실제 신제품에도 속속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5년 11월 출시된 '온페이스 LED 마스크'는 기술력에 방점을 둔 제품이다. 이 제품은 아모레퍼시픽의 70여 년 피부과학 노하우와 KAIST 특허 기술을 결합해 개발됐다. 머리카락만큼 얇은 0.2㎟ 크기의 3770개 마이크로 레드 LED를 '점'이 아닌 '면' 형태로 얼굴 전면에 배열해 탄력, 모공, 윤곽 등 복합적인 피부 개선 효과를 구현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온페이스 LED 마스크의 경우 인체적용 시험 결과 피부 탄력 복원성이 94%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탄력의 핵심인 엘라스틴 1795% 증가, 미백 회복률 97%, 멜라닌 생성 81% 감소 등의 피부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열린 'CES 2026'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인 신기술 '스킨사이트'와 'AI 피부 분석 및 케어 솔루션'에서도 이 같은 전략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스킨사이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전자피부 플랫폼으로, CES 2026에서 뷰티테크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피부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초정밀 센서를 탑재했다. 속건조, 자외선·블루라이트, 온도, 수분 등 4가지 주요 피부 노화 요인을 동시에 측정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협업해 선보인 'AI 피부 분석 및 케어 솔루션'은 카메라 기반 광학 진단 기술을 활용해 모공, 홍반, 색조, 주름 상태를 정밀 분석한다. 이후 45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스킨케어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킨사이트'와 'AI 피부 분석 및 케어 솔루션'에서 나온 분석 결과는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디바이스와 연동돼 실제 피부 관리에 적용된다. 앱과 디바이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개인 맞춤형 통합 루틴을 구현하겠다는 전략이 현실에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메이크온은 디바이스·스킨케어·앱을 결합한 통합 루틴 모델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 성장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뷰티와 웰니스의 기준을 허물고, 단순한 뷰티 디바이스를 넘어 소비자의 일상의 흐름을 바꾸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소비자의 삶을 보다 가볍고 편리하게 만들어 만족도를 높이는 데 의의가 있다.
이에 전 세계적인 뷰티 디바이스 수요 확대에 대응해 일본을 시작으로 단계적 해외 진출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일본 시장에서는 온라인 판매를 통해 소비자 반응과 시장성을 검증 중이다. 먼저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커머스 중심의 진입을 검토하고, 이후 시장 반응에 따라 오프라인 채널 확장도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해외 사업은 현지 법인 또는 전문 유통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전개된다. 각 지역의 인증·규제 환경과 소비자 특성에 맞춘 전략적 접근으로 안정적인 글로벌 사업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 방향은 경영진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지난해 9월 열린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글로벌 대표 뷰티&웰니스 기업으로의 도약'을 강조하며 새로운 슬로건으로 'Create New Beauty'를 제시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5대 전략 중 하나로는 '통합 뷰티 솔루션 강화(Holistic)'를 내세우고, 웰니스와 디바이스 사업 확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통합적인 뷰티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힌 바 있다.
서 회장은 "지난 80년간 격동의 시대를 헤쳐오며 한국 뷰티 산업의 성장과 K뷰티의 세계화를 이끌어왔다"며 "앞으로도 아모레퍼시픽은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제안하는 '뉴뷰티'의 여정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승환 대표이사도 뷰티테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도 ▲글로벌 시장 확장 ▲성장 엔진 고도화 ▲AI 기반 경영 체질 강화 등 세 가지 축을 올해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도 추진하기로 했는데, 여기엔 디바이스 등 웰니스 영역 역시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은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혁신해 온 기업"이라며 "글로벌 뷰티·웰니스 대표 기업으로 도약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