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선두 질주에 박차를 가하던 LG 트윈스에 시즌 최대의 악재가 강타했다. 팀의 핵심 리드오프이자 출루머신, 홍창기가 무릎 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오른다. 그가 다시 그라운드를 밟기까지는 무려 4~5개월. 사실상 정규시즌은 아웃이다. 남은 건 포스트시즌 복귀 가능성 뿐이다. 올 시즌 LG의 야망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순간이었다.

사건은 지난 5월 13일 잠실 키움전에서 벌어졌다. 9회초, 파울 타구를 잡으러 달려가던 홍창기는 동료 김민수와 충돌했다. 수비 도중 발생한 불의의 사고. 이후 곧바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당시 LG 구단은 "외측 경골 관절 미세 골절"이라는 첫 진단을 내놨고, 인대 손상은 보이지 않았다고 안도했다. 재활 기간도 6~8주로 예측되며 수술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부기와 혈종이 빠지자 진실이 드러났다.

재검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좌측 무릎 내측측부인대 파열. 염경엽 감독은 "4군데 병원에서 진단받았는데, 붓기 때문에 안 보였던 것 같다. 창기도 괜찮다고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다"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홍창기는 22일 수술대에 오른다. 회복까지는 약 4~5개월. 사실상 올 시즌 정규리그는 조기 종료된 셈이다.

홍창기의 부상은 단순한 전력 이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는 LG 타선의 출발점이자 리듬을 쥐락펴락하는 리드오프였다. 지난 두 시즌 연속 리그 출루율 1위(2023년 0.444, 2024년 0.447)에 올랐고, 올해도 5월 들어 타율 0.368을 기록하며 살아나고 있었다. 이달 4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할 만큼 타격 페이스도 최고조였다. 그의 이탈은 LG의 공격 설계 전체를 흔드는 충격파다.
염경엽 감독은 “창기가 빠지면서 박해민, 문성주, 신민재 등에게 리드오프 역할을 분산할 계획이다. 이달 말까지만 잘 버티면 유영찬, 에르난데스 등 투수진이 돌아올 것”이라며 전략적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주장 박해민은 선수단을 모아 “창기 몫까지 뛰자”며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고, 팀도 의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홍창기 개인으로도 시련의 시간이다. 최고의 폼을 끌어올리던 시점에서, 불운한 충돌 하나로 시즌을 접게 됐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포스트시즌 복귀를 목표로 수술과 재활에 매진할 예정이다. LG 역시 홍창기의 가을 복귀를 염두에 두고 관리에 들어간다.

이번 부상은 LG에 투혼과 집중력을 시험하는 시험지와도 같다. 홍창기라는 퍼즐이 빠진 자리를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팀의 시즌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1위 수성과 통합우승 도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LG. 그 길이 결코 평탄치 않음을, 홍창기의 무릎이 먼저 말했다.

그리고 야구팬들은 기억할 것이다. 부상에도 끝까지 돌아오겠다고 다짐한 한 리드오프의 다부진 눈빛을. 홍창기가 다시 그라운드에 서는 그날, LG의 가을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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