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경로당이 ‘돌봄’을 만나면…“노인 의료의 주요 장소 될 것” [건강한겨레]

김보근 기자 2025. 3. 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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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삶 바꾸는 스마트경로당 3
시니어 수요 반영한 강화군 ‘돌봄 플랫폼’ 돋보여
대한노인회 설문조사 ‘1위 건강 수요’
면적 넓고 의료기관 취약한 강화군
시니어 건강데이터 저장·모니터링해
380여 명 이상징후 발견 뒤 보건소 통보
돌봄 기능 확산 때 노인 돌봄의 ‘한 축’
강화군에 구축된 54개의 모든 스마트경로당에는 협압계·체온계 외에도 혈당계와 인바디까지 설치돼 있다. 강화군은 이 기기들을 이용한 노인들의 건강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한 뒤 모니터링하는 ‘돌봄 플랫폼’도 갖추고 있다. 그 리고 기준값보다 높은 수치가 나오면 본인 동의를 얻은 뒤 보건소로 연락한다. 사진은 강화군 양도면 건평리 스마트경로당. 강화군 제공

“어르신들의 수요와 우리나라의 미래 의료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스마트경로당을 구축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우진 ‘대한노인회 정보화사업단 주식회사’(이하 ‘정보화사업단’) 대표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해 강조하는 말이다. 6만8천 개에 이르는 우리나라 경로당을 스마트하게 바꾸는 큰 사업이 자칫 ‘지자체의 인기 영합 태도’나 ‘기기 공급 업체의 이익 우선주의’ 때문에 제대로 된 결과치를 못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정보화사업단’은 대한노인회의 정보화·디지털 사업을 담당하는 특수목적법인이다.

정 대표는 “대한노인회가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시니어의 제1 관심사는 건강·의료(32.9%)였고, 2위가 여가·취미·운동(30.5%)이었다”며 “시니어들은 이렇게 건강·의료 쪽에 관심이 많은데,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스마트경로당은 여가·복지 쪽에 치중해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 대표는 “이에 따라 대한노인회가 시니어들의 수요를 반영한 스마트경로당 모델을 만들었다”며 “이 모델은 ①비대면 진료(의료) ②건강관리(건강 측정 정보 포함) ③운동(재활 및 예방) ④일자리 정보 ⑤재미의 5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전국의 광역·기초 지자체를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것도 이 5개 요소를 스마트경로당 구축 때 반영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함이다.

정 대표는 이런 스마트경로당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스마트사업 관리주체인 지자체가 크게 2가지를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대표는 우선 스마트경로당 사업을 맡은 부서에서 경로당 구축 업체 선정 때 필요한 ‘제안요청서’를 시니어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화읍 관청5리 스마트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모습. 강화군 제공

그는 “각 지자체의 스마트경로당 사업 입찰 때 대형 시스템 통합(SI) 업체들이 군소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축해 들어와 사업을 딴 뒤, 정작 사업은 건강 관련 기기 공급 능력이 떨어지는 군소업체에 하도급식으로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아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건강측정과 관리에 꼭 필요한 기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제안요청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한 “현재 스마트경로당은 데이터정보과나 정보통신과 등에서 주로 다루고 있다”며 “스마트경로당이 좀더 시니어들의 수요에 부응하려면 어르신들을 잘 알고 있는 노인복지과가 더 많이 사업에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주체가 노인복지과가 되는 것도 좋고, 아니면 노인복지과와 최소한 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시 강화군의 스마트경로당 사업은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꼼꼼한 제안 요청서’와 ‘시니어들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노인복지과 주도’라는 두 요소가 충족됐을 때 어떤 긍정적 결과물이 나오는지를 잘 보여준다.

강화군은 2023년에 39개, 2024년에 15개의 스마트경로당을 구축했다. 올해도 스마트경로당을 44개나 더 늘릴 계획이다. 강화군은 스마트경로당이 구축된 2023년 5월부터 올해 3월 현재까지 노인 380여 명의 이상징후를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강화군 보건소에 넘겨 후속 조처를 하도록 했다. 강화군이 스마트경로당을 통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경로당 구축의 제1 목표를 ‘시니어 건강’에 두었기 때문이다.

사업을 주관한 강화군 가족복지과의 조영신 과장은 “강화군은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인데, 군 내에는 배를 타고 40분 정도 들어가야 하는 섬도 있다”며 “군은 또한 의료기관도 취약한 상태여서 특히 건강에 신경 쓰는 모델을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강화군은 모든 스마트경로당에 협압계·체온계 외에도 혈당계와 인바디도 갖추고 있다. 스마트경로당에서 웬만한 기초 의료시설에 간 것처럼 자신의 기초 건강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강화군이 구축한 시스템이 특별한 것은 시니어들이 측정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그것을 담당 팀에서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한 부분이다. 담당 주무관은 “어르신들의 측정 데이터를 매일 살펴보는데, 기준값보다 높은 수치가 나오면 본인 동의를 얻은 뒤 보건소로 연락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전화 건강 상담이나 방문 보건 상담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스마트경로당이 ‘노인 건강 돌봄 플랫폼’이 된 셈이다.

담당 주무관은 “스마트경로당을 이용한 이런 돌봄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클라우드를 이용한 모니터링’ 등 요구조건을 제안요청서에 상세하게 담았다”며 “이런 상세한 요청은 건강 증진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경로당 구축 업계에서도 강화군과 같은 새로운 흐름에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스마트경로당 전문업체 관계자는 “2036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 중 노인이 1500만 명이 된다”며 “이렇게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경로당은 ‘노인 돌봄 플랫폼’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에서 2026년부터 통합돌봄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예정된 상황에서, 스마트경로당이 ‘돌봄 플랫폼’을 제대로 갖추어간다면 노인 돌봄의 주요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경로당 이용자인 ‘시니어의 정확한 건강 수요 파악’과 지자체의 ‘철저한 계획·관리·운영 능력’, 그리고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스마트경로당에 적용할 구축 업체’. 이 세 요소의 건강한 협력이야말로 스마트경로당 사업 성공 조건 중 하나일 것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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