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이태원참사' 회견도 "정치적 이슈" 대관 불허

노지민 기자 2024. 9. 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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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석방 촉구·민주당 대선 후보 비판 기자회견 등엔 허용…언론재단 "그때그때 상황 맞게 판단"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 20일 오전 9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자회견장 사용 취소를 비판하는 전국비상시국회의 관계자들과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 사진=장슬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비판적인 기자회견이 '정치적 행사'라며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이용을 불허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0·29 이태원참사 관련 단체의 기자회견도 “정치적 이슈가 될 내용”이라며 대관을 취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 석방추진위원회 기자회견처럼 정치 성향이 뚜렷한 행사들은 허용됐다.

지난 20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려던 '민주화운동 원로 인사 100명이 모인 전국비상시국회의'는 하루 전인 19일 언론재단으로부터 해당 일정이 '정치행사'이기에 대관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언론재단은 정치 행사에는 대관하지 않는다는 프레스센터 관리운영지침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런데 이 지침에서 대관하지 않는 정치행사로 명시된 사례는 '창당, 전당대회, 당원교육 등의 정치행사' 즉, 특정 정당 주최 행사를 금지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치행사'라는 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24일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지난 2022년 1월부터 2024년 9월 현재 프레스센터 대관 및 취소 현황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언론재단의 '정치적 행사' 조항이 일관된 기준 없이 적용됐다고 보이는 사례들이 다수 확인됐다.

언론재단은 지난 2022년 11월 '10·29 이태원참사에 관한 시민대책회의 발족 기자회견'을 대관을 “정치적 이슈가 될 내용을 다루고 있음”이라는 이유로 취소했다. 사회적 참사에 따른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와 수사기관이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주최한 기자회견이었다.

같은해 12월 촛불중고생시민연대가 신청한 '윤석열 정권의 중고생촛불집회 탄압에 대한 중고등학생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 '중고등학생 정치탄압을 규탄하는 시민사회법조단체 공동 기자회견' 등도 “정치적 행사”라는 이유로 대관이 취소됐다. 구체적 판단 사유는 적시되지 않았다.

반면 정치적으로 쟁점화한 사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행사들에는 대관이 허용됐다. 2022년 1월 한 달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 석방추진위 신년 기자회견 △'굿바이 이재명' 저자 장영하 변호사 긴급 기자회견 △오세훈 서울시장 고발 및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 등이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됐다. 지난 5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된 장영하 변호사의 경우 그해 1~4월에만 세 차례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을 대관했다.

전직 대통령 행사 중에선 △이승만 VR기념관 행사(2022년 8월) △우남(이승만) 기억 범국민운동본부 출범 및 우남자유포럼(2024년 5월)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한국정치학회 공동학술회: 이승만 외교의 재조명(2024년 9월) 등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한 행사 대관이 두드러진다.

언론재단 대외 업무 담당자는 27일 정치적 행사를 판단하는 기준이나 사유를 묻자 “정해 놓은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정치적이거나 혹은 재단 설립 목적에 적절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행사 계획서 등을 보고 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기자회견 등을 정치적 행사로 본 이유에 대해서도 “대관이 부적절한 행사라고 판단했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언론재단의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대관이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 역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있다”며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시국회의는 19일 “엿장수 마음대로 해석될 여지가 농후한 정치행사란 범주는 누가 재단할 수 있는 것이며, 정치적 맥락과 연결되지 않는 사회적 문제란 것이 있기나 한 것인가”라며 “(대관 취소는) 한국사회에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는 비판적 여론에 대해 정권차원에서 강행하고 있는 '입틀막'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갖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적 조치 등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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