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감독 김연경' 출신 구솔, 현대건설 단기 계약…원더독스 네 번째 프로행

여자배구 현대건설이 세터 구솔(25)과 단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6월 30일까지다. 구솔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1순위로 프로에 입성했지만, 이후 두 차례 방출을 거쳐 실업팀·프랑스·아제르바이잔 리그를 전전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지난해 MBC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고, 이제 한국 V리그 정상급 팀인 현대건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단기 계약이지만 구단 측은 "실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정식 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임시 영입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7년에 걸친 구솔의 커리어가 현대건설이라는 문 앞에 다다른 배경에는 팀 사정과 선수 개인의 궤적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이번 계약의 직접적 원인은 현대건설 세터진의 공백이다. 팀의 주전 세터 김다인은 AVC컵 출전을 위해 국가대표팀에 차출됐다. 대표팀 롱리스트에 포함된 선수는 실업팀과 프로 유망주가 함께 뛰는 퓨처스 챔프전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김다인이 빠진 자리를 메울 자원이 필요했다. 문제는 백업 세터였던 이수연마저 팀에 없다는 점이었다. 이수연은 현대건설이 공격수 배유나를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에는 세터 김사랑 한 명만 남았고, 구단은 여러 세터 자원을 실전에서 검토하는 과정을 밟았다. 그 경쟁 끝에 최종 선택받은 것이 구솔이다.

구솔의 프로 이력은 순탄하지 않았다. 선명여고를 졸업하고 2019년 V리그 드래프트에서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에 지명됐지만 첫 시즌 이후 방출됐다. 이후 실업팀 양산시청에서 경기 감각을 유지하다가 2021~22시즌 신생팀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복귀했다. 복귀 첫 해에는 22경기에 출전했지만 이듬해에는 7경기에 그쳤고, 재차 방출됐다. 두 번의 방출은 통상적인 프로 배구 선수의 궤적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구솔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4~25시즌에는 프랑스 클럽 Entente Saint-Chamond Volley로 이적했고, 2025~26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비중이 높은 아제르바이잔 명문팀 Azerrail Baku와 계약해 주전 세터로 활동했다. 유럽 두 리그를 경험한 세터는 V리그에서도 드문 케이스다.

구솔은 MBC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2025년 9월~11월 방영)에 출연하며 일반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이 프로그램에서 구솔은 김연경이 이끄는 필승 원더독스의 세터로 뛰었다. 월급 100만 원을 받으면서도 선수 생활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실제 경기에서는 182cm의 장신을 활용한 블로킹 가담과 빠른 속공 연결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솔은 이나연(흥국생명), 인쿠시(정관장), 표승주(흥국생명)에 이어 원더독스 멤버 중 네 번째로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다. 프로그램이 단순한 예능을 넘어 선수 발굴의 통로로 기능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사례다.

현재 현대건설 연습 경기에서는 김사랑이 주전, 구솔이 백업으로 나서고 있다. 강성형 감독은 "장신 세터라는 점이 눈에 띄고, 유럽 리그를 경험해서인지 과감한 면이 있다"고 직접 평가했다. 계약 기간은 한국실업배구연맹 & 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 단양대회를 겨냥한 6월 30일까지로, 정식 계약 여부는 이 대회에서의 활약이 사실상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영입에서 수치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타이밍과 과정이다. 현대건설은 구솔을 막연히 '임시 자원'으로 본 것이 아니라, 다수의 세터를 실전에서 직접 검토한 뒤 최종 선택했다. 경쟁을 통과한 영입이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정식 계약 전 단계로 설계된 계약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구솔이 가진 182cm 장신은 국내 여자부 세터 자원 풀에서 흔하지 않다. 세터의 키는 단순한 신체 조건이 아니라 블로킹 가담 능력, 상대 블로커와의 눈싸움, 속공 타이밍 조율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V리그 초반에는 이 피지컬 장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지만, 프랑스와 아제르바이잔을 거치며 빠른 유럽식 배구 템포 안에서 경기 운영 능력을 키웠다는 점은 강성형 감독이 언급한 '과감함'과 연결된다. 해외에서 단련된 세터는 국내 V리그에서도 낯선 자원으로, 상대 수비 입장에서 패턴을 읽기 쉽지 않다는 점도 변수가 된다.

팬 커뮤니티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신인감독 김연경' 방영 당시 구솔의 성실함과 포기하지 않는 서사가 큰 공감을 얻었고, 이번 현대건설 계약 소식은 그 연속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기 계약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음에도 긍정적 여론이 형성된 이유다. 다만 예능 이미지와 실전 성과는 별개다. 퓨처스 대회는 실업팀과 프로 유망주가 함께 경쟁하는 무대로, 구솔이 여기서 실질적인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다면 정식 계약은 보장되지 않는다. 감독의 평가에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이라는 조건이 명시적으로 붙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대건설은 배유나 영입으로 공격력을 보강했고, 주전 세터 김다인은 건재하다. 세터 구솔이 단기 계약을 넘어 정식 자원으로 자리잡는다면, 현대건설은 장신 세터와 기존 세터진을 병행 운용하는 흔치 않은 선택지를 갖게 된다. 그것이 실현될지는 6월 단양대회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두 번의 방출, 실업팀, 프랑스, 아제르바이잔, 예능, 그리고 현대건설. 구솔의 7년 커리어는 V리그 정상급 팀의 문 앞에 다시 섰다. 정식 계약이라는 결과는 아직 열려 있다.

Copyright ©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