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낯선 세계…현실인 듯 아닌 세상
일상 마주한 풍경, 찰나 순간 집중
유화 물감 묽게 바르고 반복 덧칠
글레이징 기법…시간의 깊이 더해
26일까지 반달갤러리서 전시

익숙한 듯 어딘가 낯선 풍경 속에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의 이질감이 느껴진다. 유토피아가 현실에는 없는 어딘가 다른 장소를 의미한다면, 헤테로토피아는 비일상적이고 주변적인, 혹은 무언가 잘못됐지만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성남큐브미술관에서 올해 첫 번째로 조명한 성남 작가 '이만나'의 예술세계는 이런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초현실적인 풍경에 기반한다. 전시명 '헤테로토피아: 신화가 된 회화'도 성실한 관찰 속에서 건져 올린 세계를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성'(2012) 역시 비일상의 색다른 공간에 떠 있는 듯한 아놀드 뵈클린의 '망자의 섬'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됐다. 길가 모퉁이, 막다른 골목 끝에 마주한 풍경을 담은 '벽', '모퉁이' 등의 시리즈 또한 대상의 존재가 드러나고 새로운 질문을 발생시키는 시발점으로서의 시선을 담아낸다.
또 다른 주요 작업인 '길가'와 '가변 풍경', '더 이상 거기에 없는 풍경'의 장면들은 불현듯 마주친 삶의 막다른 곳이자 떠밀리듯 다다른 바람 부는 도시의 변방, 좀처럼 볕 들지 않는 마음의 한 켠으로 표현된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물감을 칠하고 말리는 축적의 시간은 작품의 서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는 알베르 카뮈가 '시지프 신화'를 재해석한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무의미하고 불행하게 여겨졌던 시지프의 운명을 '행복한 시지프'로 재정의했듯, 반복된 작가의 노동 역시 자신만의 확신과 의미를 모색해 나가는 시간이 된다.
작가의 독일 유학 이전 제작된 초기작들까지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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