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걸릴 수 있다…‘통장 묶기’의 덫
[앵커]
캄보디아 납치·구금 사태로 보이스 피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그 이면에선 또 다른 피해가 번지고 있습니다.
보이스 피싱에서 파생한 이른바 '통장 묶기'로, 지급정지 제도의 빈틈을 노린 수법입니다.
임주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취업 준비생 A 씨는 최근 모르는 돈이 입금돼 하루아침에 통장이 모두 묶이는 일을 겪었습니다.
[취업 준비생 A 씨/'통장 묶기' 피해자 : "모르는 돈 100만 4천 원이 입금됐더라고요. 한 3시간 정도 지나니까 계좌가 갑자기 동결되면서..."]
송금자가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며 A 씨 계좌를 신고하자, 은행이 즉시 지급 정지한 겁니다.
모바일과 인터넷뱅킹, 자동이체까지 모두 중단됐는데, A 씨로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은행 상담원/음성 변조 : "죄송합니다만, 지금 이건 고객님께서 해제하실 수 있는 건 아니고요."]
다만 송금자가 신고를 취소하거나 보름 넘게 서면 신고를 접수하지 않으면 해제될 수 있습니다.
신고 취소를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통장 협박' 피해자라는 점을 소명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A 씨 사례처럼 협박 없이 통장만 묶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생 A 씨 :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내가 그냥 가만히만 있으면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이 돼버리니까 좀 초조한 마음이 있죠."]
전문가들은 범죄자들이 돈세탁용 계좌를 탐색하거나 누군가 앙심을 품고 일부러 통장을 묶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앙심을 품고 있으니까 (통장을) 잠그는 거죠. 돈을 보내놓고 협박도 없고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최근엔 이런 통장 묶기를 대행하는 업자도 등장했습니다.
계좌 지급정지 건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
무고한 피해자에 대한 지급정지 해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해법 마련이 쉽지 않습니다.
[허세경/금융보안원 디지털금융전략팀장 : "금융회사는 자체적으로 보안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보다 정부가 제시하는 세세한 보안 규제만 준수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각 회사 환경에 맞게 보안 수준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금융당국은 보이스 피싱 피해 구제에 맞춰져 있는 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임주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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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기자 (le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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