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차러 녹색그라운드 밟는 순간 0.1초도 안돼 소녀가 되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솔직히 여자들은 초록색 잔디를 밟을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잔디를 밟는 순간 0.1초도 안 돼 모두가 중고교 시절 여학생으로 돌아간 듯 밝아져요. 한 30~40년 젊어지는 순간이 되죠. 몸풀기부터 공 다루는 것까지 마치 유치원생처럼 배우고 있지만 매번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배불뚝이 아저씨도 흰머리를 휘날리며 나이를 잊은 듯 공을 재밌게 차더라고요. 여자분들도 똑같은 유니폼을 맞춰 입고 나와 응원전을 펼치고. 함께 뛰기도 하고…. 공 하나로 어우러지는 그런 문화가 부러웠죠. 그래서 이화여대 동문 위주로 친구와 지인들을 전화로 모았죠. 처음엔 딱 10명이 모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35명이나 됩니다.”
스트레칭체조, 달리기, 균형잡기, 스텝 등 축구를 할 수 있는 기본 체력을 끌어 올리며 공과 익숙해지는 훈련을 받았다. 드리블과 트래핑, 패스 연습, 킥까지 제대로 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축구가 이렇게 힘든 스포츠인지를 해보고야 알았다. 체력과 기술은 기본이고, 우리팀은 물론 상대팀 움직임까지 파악해야 해 아직도 혼란스럽다”고 했다. 그래도 훈련의 효과는 나타났다. 그는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정말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는 게 느껴진다. 이제 전후반 10분씩 게임은 소화할 수 있다. 아직 전후반 20분씩은 버겁지만 조만간 20분경기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일본 생활체육이 활성화돼 있다고 해서 교류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알아보다 한일 교류를 많이 하는 일본 단체를 알게 됐고, 한국 특파원으로 왔던 분과 통화로 교류하다 직접 답사를 가게 됐죠. 5월 일본 시즈오카현 야이즈시에 가서 일본 아마추어팀 ‘바스타즈’와 합동훈련 및 친선경기를 가졌죠. 10월 13일엔 바스타즈가 한국 방문 경기를 합니다.”
이 대표는 한국 3팀을 더 초청해 총 5팀이 서울시립대 운동장에서 제1회 한일친선시니어축구대회를 여는 것으로 확대했다. 그는 FC 더조이플러스를 통해 여성 노인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끄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2017년 지인들을 규합해 연극과 독서 등으로 취약계층을 돕는 사회적기업 더조이플러스를 만들었다. 회원들의 재능 기부를 받아 시니어모델 아카데미, 뮤지컬, 합창, 조손가족 대상 독서 프로그램 등 진행해 왔고, 축구팀까지 만들면서 여성 노인 건강 확대까지 모색하게 된 것이다.
시니어축구단을 표방해 평균 연령이 55세이지만 20대와 30대도 회원도 참여하고 있다. 누구든 받아준다. 회원이 넘치면 팀을 분산시켜 운영할 계획이다. 재능 기부도 축구를 매개로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회원들이 모델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성악가, 섬유 아티스트,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열린 호프컵은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 주관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우리의 희망은 현실이 된다’를 테마로 스리랑카를 비롯해 베트남, 미얀마 등 10개국 160명의 아동 선수들이 한국에 모여 축구공을 통해 우의를 다졌다. 기아대책은 1989년부터 35년간 전 세계 공동체와 아동 자립을 위한 다양한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남자들은 만나면 군대 얘기, 스포츠 얘기잖아요. 여자들은 스포츠 얘기는 거의 안 해요. 그런데 우리 회원들은 만나면 축구 얘기로 대화를 시작해요. 변종국 감독님께서 이런 우리들을 보고 참 재밌어해요. 집에서도 TV 시청할 때 자연스럽게 축구 중계를 보게 됩니다. 식당에 가서도 축구 틀어달라고 해요. 이제 와서 보면 좀 억울한 생각도 들어요. 축구하면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잖아요. 여자들도 어렸을 때부터 했어도 됐는데…. 어쨌든 지금이라도 축구 하고 있어 행복합니다.”
FC 더조이플러스 창단 배경에 SBS에서 방영하는 여성 축구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의 영향도 있었을까?
“뭐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죠. 여자 축구선수들을 보면 쟤들은 왜 축구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축구를 많이 하더라고요. ‘골때녀’의 영향도 있었을 겁니다. ‘골때녀’ 때문에 창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 분위기는 어느 정도 타긴 한 것 같습니다.”
“올해 너무 더워서 쉰 적이 있는데 몸이 찌뿌드드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예정대로 축구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 찹니다. 그게 또 축구의 묘미더라고요.”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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