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홈쇼핑 레전드 방송사고라고 도는 건데, 한 진행자가 청국장을 입에 넣었다가 너무 뜨거워서 ‘먹뱉’하고 있다.‘메주콩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또 다른 방송인데, 전동휠을 너무 열심히 광고하다가 갑자기 넘어지고, 곧바로 화면이 전환된다. 이에 ‘한문철TV에 제보해야 한다’ ‘과실 100대 0’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요런 소소한 홈쇼핑 사고 영상 모음집은 유튜브에서 엄청 핫하다. 그만큼 홈쇼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다는 건데, 요새는 TV 시청자 수가 확 줄면서 상황이 좋지 않다고. 그 와중에 타겟층 다변화로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업체도 있다는데, 요새 TV홈쇼핑은 뭘로 먹고사는지 궁금해 취재했다.

1995년 처음 도입된 TV홈쇼핑은 지난 30년 간 화장품과 패션, 식품, 보험과 여행 상품까지 다루는 영역을 확장해왔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시대가 오고, 집콕 쇼핑족이 늘어나면서 TV홈쇼핑 시장 규모는 20조원을 훌쩍 넘기게 됐다. 근데 코로나가 끝나면서 TV홈쇼핑 인기도 좀 시들해졌다.TV 시청 인구 자체가 줄었기 때문.

실제 지난해 TV홈쇼핑 7개사 전체 거래액(취급고)은 2023년과 비교해 4% 가량 감소한 19조원이었다.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모바일 쇼핑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도 TV홈쇼핑에겐 압박이 되고 있다고.

이리 어려운 와중에 좋은 성과를 낸 업체도 있으니, 바로 롯데홈쇼핑이다. 롯데홈쇼핑은 올 1분기에 매출 2276억원, 영업이익 1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22.9%나 증가했다. TV홈쇼핑 자체가 불황인데 도대체 어떻게?

롯데홈쇼핑에 비결을 물었더니, 5060 시니어층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꼽았다. 특히 중장년층 남성을 위한 새로운 패션 브랜드 도입과 김창옥쇼 같은 중년 맞춤 콘서트, 아무나 못 가는 특이한 여행 상품 도입 등이 킥이 됐다는데.

응? 근데 원래 홈쇼핑 자체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주부나 중장년층이 주요 타겟 아니었나? 홈쇼핑 업계는 한때 젋은 2030 소비자 맞춤 상품을 부각해 왔는데 요새는 5060세대의 마음을 사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고.

[류승지 롯데홈쇼핑 대리]
홈쇼핑이 7~8년전만해도 신규고객 창출에 힘을 썼습니다. 그 고객이 꾸준히 방문하고 구매해야만이 신규고객 창출 목적을 달성하는데 기존 고객에 충실하자는 것으로 돌아왔고 원래 기존고객이 바로 5060 분들이기 때문에 (5060 구매 비중이) 60%는 넘죠.

재밌는 건 5060세대에게 팔 만한 상품을 자녀뻘인 2030세대 직원들이 기획하고 있다는 것. 젊은 MD들이 주축이 되어 중장년층의 취향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데. 20~30살 많은 어르신들의 선호를 젊은이들이 어떻게 캐치하는 걸까?

[임보현 롯데홈쇼핑 뷰티부문 MD]
제가 정확하게 (5060) 시선을 잘 모르니까 저희 부모님이나 주변 어르신분들 의견을 듣거든요. 협력사 팀장 이상되시는분들이 50대 이상인 분들이시라.

저희가 하는 상품중에 한 상품이 있어요. 그냥 바르면 시원해지는 상품인데, 기존거랑 어떤 차별점이 있냐고 했는데 협력사 상무님이 나이가 들수록 여기저기 시린데 나이든 분들은 파스냄새를 창피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런상품이 필요하다고 얘기해서 런칭했고⋯

특히 롯데홈쇼핑은 패션 상품으로 2000년대 초중반 인기를 끌었던 안나수이와 최고급 캐시미어 소재를 사용하는 브랜드 LBL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안나수이는 화려한 패턴과 함께 핑크, 블루, 퍼플 등 과감한 컬러를 매치해중년 여성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고.근데 젊은 직원들이 이런 어르신의 취향을 어떻게 캐치한 걸까?

[김동규 롯데홈쇼핑 패션부문 MD]
안나수이를 상징하는 프린트가 나비 프린트라든지 플라워 프린트거든요. 워낙 시니어 타겟이 좋아하는 프린트고, 어떤 꽃 프린트나 나비 프린트를 좋아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백화점 같은 경우 층별로 고객 나이대에 따라 나눠져 있잖아요.

저희는 타겟 에이지가 맞는 층으로 가서 시니어 타겟에서 시장조사 할때 어머님들 계시면 물어보거든요. 어떤 컬러가 제일 이뻐요? 이런식으로 좀 살갑게 다가가서 손자같은 마음으로 여쭤보면 자연스럽게 얘기해주시는 경우도 있고⋯

롯데홈쇼핑 MD들이 주목한 5060 트렌드 첫째. 남성패션이다. 중년 여성 관심을 제대로 사로잡은 롯데홈쇼핑 MD들은 최근 남성패션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홈쇼핑은 주로 여성들이 이용하고, 아내가 남편 옷이나 신발을 대신 사줄 거 같은데, 홈쇼핑을 보고 직접 아이템을 사는 아저씨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결국 롯데홈쇼핑이 고심끝에 도입한 브랜드가 이탈리아 레포츠웨어 브랜드 ’비오비’다. 자수 디테일이 뛰어나 깐깐한 중년 남성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트렌드 둘째, 중년 맞춤 콘서트. 롯데홈쇼핑은 지난 5월 추첨 고객을 대상으로 김창옥쇼를 진행했는데,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한 김창옥 씨는 노년기 부부의 건강한 가족생활을 조언했다. 저녁식사와 롯데호텔 숙박이 함께 제공됐다고. 행사에는 총 3만명이 응모했는데 참여 고객 중 5060대 비중은 65%나 됐다.

롯데홈쇼핑은 아예 ‘광클 콘서트’라는 트롯 행사도 열었는데,재밌게 놀고 싶은 중년들의 마음을 잘 아는 것 같다.

세번째 트렌드, 프리미엄 여행. 요새 어르신들 국내외 여행 엄청 자주 가신다. 근데 롯데홈쇼핑은 보다 더 차별화된 여행 상품을 내놨다.

지난 3월 출시한 북극 크루즈가 그 주인공. 총 13일 일정이고, 극지방 탐사선을 타고 북극을 탐험하는 코스인데, 1600만원 정도를 내야한다. 사실 비싸긴 한데, 300건이 넘는 상담건수를 기록했다고.그만큼 즐겁고 색다른 노후생활을 꿈꾸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이 회사, 5060 세대에 진심인 것 같기도? 점점 먹고 살기 더 어려워지는 백세 시대에 5060 세대의 삶의 질을 바꿔줄 가성비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