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직장인 74% "사형 집행해야"…野는 사형제 폐지 추진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실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와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남녀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553명(응답 완료자 기준) 중 95%가 우리 사회의 주요 형사범죄(살인 등)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가볍다(매우 가볍다 80%·가볍다 15%)'고 응답했다. '적절하다', '무겁다'는 응답은 각각 2%, 3%에 불과했다.
사형 선고가 8년째 내려지지 않는 데 대해선 86%가 '매우 부적절하다', 11%는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97%가 사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다. 사형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건 2016년 2월 'GOP(육군 일반전초) 총기 난사 사건'이 마지막이다. 당시 A병장은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사형 집행에 대해서도 긍정적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 제도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74%, '사형제 존치엔 동의하지만 사형 집행은 불필요하다'는 응답이 22%로 나타났다. 사형제도는 폐지해야 한단 의견은 3%였다.
10년 이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2007년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했다. 사형제 존치에 대해선 응답자의 67%가 '흉악범죄에 대한 정의 실현, 범죄 예방 등을 위해 존치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20%는 '확정판결의 오판 가능성 등 피고인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잘 모르겠다'(8%), '기타'(1%) 순으로 나타났다.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수위의 경우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37%는 '외과적 방법을 통한 성욕 억제(물리적 거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15%였다. '아동청소년 대상 강력범죄자들은 출소 후에도 별도 보호시설에 격리해야 한다'는 의견은 6%였다.
촉법소년 형사책임 면제에 대해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에 불과했으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단 의견이 다수였다. '연령 기준도 낮추고 촉법소년에 의한 중대 범죄(강도, 강간, 살인 등)에 대해선 형사처분을 부과해야 한다'는 응답이 49%에 달했다. 이어 '촉법소년 연령기준을 낮춰야 한다' 33%, '연령 기준은 유지하되 중대 범죄(강도, 강간, 살인 등)에 대해서만 형사처분을 부과해야 한다' 18%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사형제 존폐뿐 아니라 사형 집행, 사형 선고에 대해서도 폭넓게 여론을 파악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기존의 유무선 방식의 여론조사엔 젊은 세대의 응답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단 한계가 있다. 2030세대의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권의식이 높은 젊은세대도 엄벌주의에 공감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남성의 응답률이 높았음에도 '물리적 거세' 도입 의견이 높게 나타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박준태 의원은 "갈수록 흉폭해지고 다양화되는 범죄에 비해 처벌은 경미하다는 국민 인식이 확인된 결과"라며 "엄중한 처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조속히 도출하고, 범죄자에 대한 온정주의보다 피해자 고통에 입각한 엄벌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지원, 사형 폐지 특별법 내달 발의…與, 아직 동참 안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 의원은 지난 10일 SNS(소셜미디어)에 "오늘은 제22회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이라며 "22대 국회의 의지를 하나로 모아 오는 11월30일 '세계 사형 반대의 날'에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정치적 조작,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 등으로 인한 살인의 안타까운 역사를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이후 27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는 2007년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했다. 그럼에도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단 목소리는 이어져왔다. 국회에선 '사형 폐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9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 폐기됐다. 번번이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못 넘어 본회의 표결도 부쳐지지 않았다.
박 의원의 법안엔 야당 의원 60명 이상이 서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아직 누구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여당은 상대적으로 사형제 폐지에 부정적이다. 법사위 소속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사형이 더이상 집행·선고되지 않으니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 범죄자들에게 강한 경각심과 두려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형 폐지 여론이 높은 민주당에서도 '사형 집행' 주장이 이례적으로 나왔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순천 여고생 살인사건 범인) 박대성에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해야 한다"며 "사건의 잔혹성이 이루 말할 수 없고 범인의 반사회성이 심각해 교화의 가능성이 안 보이며 사건 특성상 범인이 너무나 명백해 오판의 여지가 없다면 극히 예외적으로 사형이 선고·집행되는 것이 다수의 선량한 국민들과 평온한 사회를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사형제는 헌법재판소 심판대에도 올라 있다. 1996년과 2010년에 합헌이 났지만, 존속살해 혐의로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 윤모씨가 2021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 묻지마 흉기난동이 잇따르면서 사형제 존폐와 무관하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형법 개정안이 10월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안은 임기만료 폐기된 상태다.
◆사형제 범죄 예방 효과 있나…강력범죄 양형도 '논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형제에 대한 입장이 갈린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사형제 헌법재판 공개변론에서 참고인 진술을 했는데, 기존 통계로는 사형제도의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실히 단언하긴 어렵다는 게 결론"이라고 했다. 또 "사형제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가 사형수란 사실은 그들이 사형제를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했다.
사형제의 범죄 예방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단 주장도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형제의 효과성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연구는 없다. 사형수를 만나보면 사형제가 있는 걸 알고도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며 "중형주의 대표격인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의 형량은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 오히려 사형을 많이 집행하는 미국, 중국의 강력범죄가 한국보다 많다. 사회와 국가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사법부의 양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단 반론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기존에 가장 높은 양형이 부과되는 '인명경시 살인'은 연쇄살인 등 복수의 피해자란 조건이 있었다"며 "최근 발생하는 무동기(묻지 마) 살인은 양형 기준에 없던 유형으로, 피해자가 1명이라 사형이 선고될 수 없다. 양형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강력범죄 줄고 있다? "국민 여론 고려해야"
최근 강력·흉악범죄가 미디어를 통해 부각되면서 사형제 폐지엔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이다. 오히려 사형 선고와 집행이 필요하며 강력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실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와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남녀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553명 중 97%가 사형 선고가 내려지지 않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사형을 '현행 제도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74%에 달했다. 사형제 존폐에 대해선 응답자의 67%가 '존치해야 한다', 20%가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김 연구위원은 "2000년 들어 강력범죄는 줄고 있으며 2006년 대비 2016년에 살인은 40% 줄었다. CCTV 증가와 과학수사 발달 때문"이라며 "다만 미디어를 통해 공포가 확산되면서 작년과 올해 강력범죄가 느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 교수는 "최근 무차별, 무동기 살인·폭력이 늘면서 경북북부제2교도소에서 따로 교화를 해야 할 정도"라며 "과거 오판으로 무고하게 범인으로 몰리는 사례가 있었지만 현재는 DNA 증거 없이는 유죄 판결을 안 한다. 사형제 폐지 주장은 시대에 맞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 70% 가까이가 사형제 폐지를 반대하는 점을 무시할 순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장 교수는 "사형제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걸 폐지했을 때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보여준단 의미가 있다. 당장 나의 문제로 느끼는 것이라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며 "우범지대에 사는 서민들이 불안감을 더 느낄 수밖에 없단 점에서 국회의 사형 폐지 논의를 두고 안전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탁상공론이란 쓴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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