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억제 길어지자…“더는 못 버텨” 자영주유소 ‘부글’

손우성 기자 2026. 4. 2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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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들, 직영주유소와 ‘가격 역전’ 부담…주유·카드업계는 수수료 충돌
피해 지원 추경 구체적인 기준 없어…“정책발 갈등, 정부가 조율해야”


최고가격제 시행 등으로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 통제가 장기화하면서 업계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정유사들의 직영주유소 판매가격이 자영주유소 가격을 밑도는 ‘역전 현상’에 자영주유소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주유업계와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놓고 충돌 중이다. 정부가 인위적 가격 통제에 따른 부작용까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에서 자영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65)는 20일 “직영주유소 판매가격과 비슷하게 맞추기도 어렵다”며 “최소한의 차액만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더는 버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휘발유 판매가격을 ℓ당 2000원 넘겨 받기 시작했다.

중동 사태 이전까지 통상 직영주유소 기름값은 자영주유소 기름값보다 다소 비싸게 책정돼왔다. 직영주유소가 도심 상권에 많고 세차장 등 부대 시설을 갖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 사태 이후 정유사가 정부의 석유제품 가격 안정 정책에 협조하면서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직영주유소는 정유사가 직접 소유권을 가지고 운영하는 형태로, 본사의 가격 통제가 상대적으로 더 쉬운 구조다. 반면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주유소는 직영과 비교해 기초체력이 약한 탓에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압박을 견디기 어렵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중동전쟁 발발(2월28일) 직전인 지난 2월26일 전국 직영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716.20원, 자영주유소는 1690.85원이었다. 그러나 3월5일 직영 평균 가격이 1824.44원, 자영은 1834.78원으로 처음으로 자영주유소의 가격이 더 비싸졌다.

정부가 3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지난 10일에는 직영이 ℓ당 1961.34원, 자영이 1990.33원으로 격차가 28.99원까지 벌어졌다. 지난 19일엔 자영주유소 평균 가격이 2002.32원, 직영주유소는 1994.28원을 기록했다.

자영주유소 업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업주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엔 “직영주유소가 업계 생태계를 해치고 있다”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직영주유소는 직영주유소대로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예비비로 편성한 4조2000억원을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타격을 입은 정유사에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총액만 편성돼 있을 뿐, 구체적으로 정유사와 주유소 등에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후 정산 기준은 아직 없는 상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직영주유소와 자영주유소 피해를 어떻게 구분하고 지원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유업계와 카드업계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핵심은 카드 수수료율이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최근 카드 수수료율을 현행 1.5%에서 1.0%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정부와 카드업계에 요청했다.

고유가로 건당 결제액이 커지며 전쟁 전보다 수수료 부담이 늘었고, 최고가격제 도입과 ‘연 매출 30억원 이상 주유소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처 제외’ 등에 피해가 누적됐다는 논리다.

반면 카드업계는 수수료는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등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매출이 늘수록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며 거부했다. 카드업계는 현재 수수료율 1.5%도 역마진 구조인 데다, 이미 중동 사태 이후 주유비 프로모션 확대 및 할인 혜택 등으로 고유가 부담을 나누고 있다고 맞선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으로 갈등이 생겼으면 이를 조율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라며 “석유 최고가격제를 언제까지 끌고 갈지, 최고가격제를 중단한다면 어떠한 지원책을 펼칠지 정확한 판단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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