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른한 오후, 몸이 축 처지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신맛’을 찾는다. 비타민 C가 부족하다며 레몬 에이드를 마시거나 귤을 까먹기 일쑤다. 하지만 진짜 비타민 강자는 화려한 과일 코너가 아닌 투박한 채소 코너에 숨어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딱이다. 의사들이 입을 모아 “천연 비타민 알약”이라 칭송하는 이 채소는 마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식재료다. 바로 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파프리카’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레몬은 명함도 못 내미는 비타민 C 함량

비타민 C의 대명사가 레몬이라는 상식은 이제 수정해야 한다.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 따르면 100g당 비타민 C 함량은 레몬이 약 52mg, 키위가 약 72mg 수준이다. 반면 파프리카는 색깔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00~370mg에 육박한다.
특히 붉은 파프리카 1개에는 성인 하루 비타민 C 권장량의 3~4배가 들어있다. 레몬의 2배, 오렌지의 3배가 넘는 압도적인 수치다. 하루에 파프리카 반 개만 아삭 베어 물어도 영양제를 따로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기미와 주근깨를 예방하는 멜라닌 색소 억제 효과도 탁월하다. 파프리카가 ‘먹는 화장품’이자 ‘식탁 위의 피로회복제’로 불리는 이유다. 비싼 화장품을 바르기 전에 냉장고 속 파프리카부터 챙겨야 한다.
빨강, 노랑, 초록… 색깔별 ‘깔맞춤’ 효능

파프리카의 알록달록한 색깔은 단순한 눈요기가 아니다. 색깔마다 함유된 ‘피토케미컬(식물성 화학물질)’이 달라 내 몸 상태에 맞춰 골라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장 흔한 빨간색 파프리카는 ‘리코펜’이 풍부해 활성산소 제거에 특효약이다. 붉은색 토마토보다 리코펜 함량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화가 걱정되거나 컨디션이 저조할 때는 빨간색을 집어 드는 것이 현명하다.
노란색 파프리카는 혈관 건강을 돕는 ‘피라진’ 성분과 관련이 깊다. 특유의 냄새를 만드는 성분인데, 혈액 응고를 막아 혈액순환을 돕고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초록색은 완전히 익기 전 상태로 열량이 가장 낮아 다이어트 식단에 제격이며 철분도 풍부하다.
그냥 먹지 마세요, 흡수율 200% 올리는 꿀팁

아무리 좋은 영양소도 몸에 흡수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파프리카의 풍부한 비타민 C는 열에 약하지만, 껍질 속의 비타민 A나 리코펜 같은 지용성 영양소는 기름과 만났을 때 흡수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래서 가장 좋은 조리법은 ‘기름에 살짝 볶아 먹는 것’이다. 올리브유 같은 좋은 기름을 두르고 살짝 볶아내면 식감은 부드러워지고 영양 흡수율은 60~70% 이상 높아진다. 생으로 먹을 때보다 훨씬 효율적인 섭취법이다.
단, 너무 오래 가열하면 비타민 C가 파괴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센 불에서 빠르게 볶아내거나, 샐러드로 먹을 때 오일 드레싱을 곁들이는 방식이 베스트다. 작은 조리법의 차이가 내 몸에 들어오는 영양소의 양을 결정한다.

멀리서 비싼 슈퍼푸드를 찾을 필요가 없다. 마트 채소 코너에서 가장 색이 선명하고 묵직한 파프리카를 고르면 그만이다. 오늘 저녁 식탁, 알록달록한 파프리카로 맛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는 건 어떨까.
하루 반 개, 아삭한 습관이 당신의 활력을 책임질 가장 확실한 보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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