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쿠팡 차별 용납 못해” 靑 “법대로 조사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을 차별하고 있다는 내용의 미 하원 보고서를 두고, 한미 간 공방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백악관이 한국을 향해 “불공정 관행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청와대는 3일 “보고서 내용이 사실과 크게 다르다”고 했다. 청와대는 “(쿠팡은) 수사 대상이고 일종의 피의자”라며 “우리 이야기도 반영해 소통하며 풀어가겠다”고 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난 지 8개월이 지나도록 미국 정부를 납득시키지 못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 백악관은 2일(현지시각)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의 쿠팡 보고서와 관련해 본지에 “어떤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쿠팡은 이재명 정부에 의해 표적으로 지목됐다”며 “트럼프 정부는 미국 디지털 서비스 (기업의) 한국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행위를 포함한 불공정 무역 관행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한국 정부가 미국 테크 기업을 차별적으로 표적 삼고 있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도 했다.
미 하원 법사위는 지난 1일 ‘경쟁 차단: 미국인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34쪽짜리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의 증언과 쿠팡이 제출한 자료를 주된 근거로 작성된 보고서는 “한국 당국은 쿠팡을 표적으로 삼아 적대적인 규제, 불공정한 집행에 노출시켰다”고 했다. 작년 11월 쿠팡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난 후 국정원 지시에 따라 유출 혐의를 받는 전직 직원의 노트북을 중국에서 회수했는데, 국정원의 개입을 이재명 대통령이 알았다는 주장도 담겼다.

보고서가 알려지자 한국 외교부는 “쿠팡 측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고, 국정원도 입장문을 내고 보고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런 정부 입장이 나왔지만 백악관은 해당 보고서를 근거로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하고 있다며 ‘불공정 무역 관행’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미 백악관 입장에 대해 질문을 받고 3일 “쿠팡에 대한 조사는 모두 국내법상 적법 절차에 따라 비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가 차별적이다, 표적화해서 이뤄지고 있다거나 부당한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보고서 내용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고 했다. 위 실장은 “만약 유사한 정보 유출이 미국에서 있었고, 미국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인적 정보가 중국에 유출됐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면 미국에서 굉장히 심각한 이슈가 아닐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 하원 보고서가 해킹 피의자의 장비를 중국에서 회수하는 과정을 국정원이 주도하고 이를 대통령이 알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위 실장은 “사전에 알고 있었다거나, 지시하거나 관여한 바 없다”며 “(작년) 12월 중순쯤 ‘쿠팡 쪽 관계자가 회수했다, 굿 뉴스다’ 하는 것을 들은 게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고서에 쿠팡의 이야기가 일방적으로 반영된 만큼 정부 입장을 반영해 소통하겠다고 했다. “한미 간 여러 다른 이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격리·분리 노력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회사무처도 이날 해당 보고서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보고서는 작년 12월 진행된 한국 국회의 쿠팡 청문회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계 기업을 대하는 명백히 적대적이고 차별적인 방식을 보여줬다”고 했는데, 이것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취지다. 국회사무처는 “청문회에서 이루어진 선서, 허위증언 시 법적 책임 고지, 답변시간 조정 등은 모든 증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절차”라며 “이를 특정 기업이나 특정 증인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작년 11월 쿠팡에서 3756만명의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와 국회는 이를 심각하게 보고 대응해왔다. 하지만 지난 4월 미 공화당 하원의원 50여 명이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에게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겨냥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공개서한을 보냈고, 미 하원 법사위에 이어 백악관도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미 하원 법사위가 보고서를 내기 앞서 한국 정부는 ‘쿠팡에 대한 수사가 차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고서엔 한국 의견이 한 줄도 반영되지 않았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 의회나 백악관에 대한 한국 외교 당국의 영향력이 충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탐사 기자인 브로디 멀린스 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2일 소셜미디어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3억5000만달러(약 5400억원)를 로비와 홍보 등에 투입하고도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비판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외교부는 “주미대사관은 다양한 자문회사를 고용하여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대미 외교 활동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추석 과식… 밥상에 앉기 전부터 시작된다
- ‘Carry-on’부터 ‘check’까지… 공항에서 알아두면 좋은 영어
- “폐경기 통증 참지 마세요”… 굳은 고관절 푸는 ‘3단계 스쿼트’
- [53화] 드론이 깨운 악몽
- [88화] “이리 같은 놈입니다!”… 유비, 그럼에도 여포를 맞이하러 나서는데
- 드라마 ‘수리남’ 실제 모델… 1조 원대 코카인 밀매범 조봉행 추적기
- 끝나지 않은 ‘홈플러스 사태’… 텅 빈 매장에서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인들
- [굿모닝 멤버십] 오픈런 부르던 라부부… 30분 만에 발매가 아래로
- NBA 존 스탁턴처럼 투자하라… 느리게 부자되는 법
- 라부부 열풍 식자 반토막… ‘중국의 디즈니’ 팝마트는 왜 추락했나